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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빅뱅 퍼포먼스 손발이 오그라든다

모처럼 빅뱅이 웃겨주고 있다. <뮤직뱅크>를 보다 빅뱅 때문에 '빵' 터졌다. 노래를 부르던 중에 기타를 부쉈기 때문이다. 지드래곤이 진지한 얼굴로 기타를 부수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공연 중에 기타를 부수는 것은 1960년대에 더 후 등 록그룹들에게서 시작된 것이다. 더 후의 기타리스트인 피트 타운센드는 기타를 부쉈고 지미 헨드릭스는 기타를 불태우기도 했다. 기타를 부수는 것은 록그룹들의 대표적인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1960년대는 전쟁 등 세계의 부조리를 비판하며 기성세대를 뛰어넘으려는 청년들의 열기가 뜨겁게 터져 나왔던 시절이었다. 당시 음악적으로 그 열기를 담아낸 것은 바로 록이었다. 포크도 있었지만 결국엔 밴드음악을 하는 록으로 수렴됐다.

당시의 록에는 그래서 부조리에 대한 분노가 있었고, 보다 나은 세상으로의 변혁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특히 더 후는 청년세대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주장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런 록의 에너지가 폭발한 것이 우드스탁 같은 록페스티벌이었다. 당시의 록페스티벌은 오늘날의 콘서트와는 그 성격이 달랐다. 오늘날의 콘서트는 상업적인 행위이지만 당시의 록페스티벌은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돈과 권력을 숭상하는 세계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가 그곳에 있었고, 그래서 록페스티벌은 상업적 행위가 아닌 대안적 공동체로 여겨졌었다. 당시의 록페스티벌이 오늘날까지 전설로 남아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또, 1960년대의 록 열풍은 팝음악의 예술적 열정이 터져나온 것이기도 했다. 기존에 인기 있는 것, 대중적으로 무리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 단순한 유행가의 차원을 넘어서서 창작자의 자의식이 담겨진 예술로서의 팝음악이 이때 비로소 완성된 것이다.

이때의 음악가들은 음악이라는 미디어를 통해서 세계를 향해 포효했다. 1960년대의 그 거대한 열정, 그 열정을 수렴한 록, 그 모든 것을 상징하는 단 하나의 악기. 그것이 바로 기타다. 기타를 부수는 퍼포먼스엔 이런 역사와 상징성이 담겨있다.

그리고 2011년에 빅뱅이 <뮤직뱅크>에 나와 기타를 부쉈다. 빅뱅은 기타를 주축으로 하는 밴드음악을 하는 팀도 아니고, 오늘날의 청년세대인 88만원세대의 분노를 표현하는 팀도 아니고, 기존 주류 시스템과 불화하는 예술을 추구하는 팀도 아니다.

상업 시스템의 총아인 아이돌로서, 극히 대중적인 음악을 하며, 사랑 노래와 춤을 내세우는 보이그룹일 뿐이다. 도대체 기타는 왜?

록이란 음악엔 앞에서 말했던 것과 같은 성격이 있기 때문이 그들이 상업화할 때마다 항상 내부에서 격렬한 반성이 일어난다. 펑크나 그런지 등이 그렇다. 반란자들은 주류 인사들에게 침을 뱉는다. 그들이 성공해서 주류 인사가 되면, 후배들이 또 일어나 침을 뱉는다. 그들은 기존사회와 대립하고 질타를 받는다. 때로는 경찰에 끌려가기도 한다. 그런 '불순한' 에너지는 뭔가를 부순다는 퍼포먼스와 어울린다.

반면에 대중적인 음악을 하며 주류 시스템 내에서 상업활동을 하는 아이돌은 이런 것과 대단히 거리가 멀다. 아이돌은 2000년대 이후 한국 대중음악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아이돌이 아닌 가수들이 이런 세상 더럽다며 악기를 부순다면 말이 되지만, 이미 다 가진 아이돌이 뭐가 부족해 기타를 부수나?

지드래곤이 한껏 분노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기타를 부술 때 배경에선 기계음 댄스음악이 나오고 옆에선 멤버들이 춤을 추고 있으며, 아이돌 팬들의 괴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대는 주류 시스템의 상징인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이 기괴한 부조화. 모처럼 보는 블랙코미디였다. 웃음밖엔 나올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