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사랑> 첫 회가 방영됐다. 이번 주에 방영을 시작한 <동안미녀>와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둘 다 로맨틱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초반 방영분만 놓고 보면 극과 극이었다.

<동안미녀>는 보면서 짜증이 났다. 뻔한 전개와 작위적 설정이 반복해서 이어졌기 때문이다. 뻔한 전개야 거의 모든 드라마가 답습하는 것이니까 그런가보다 할 수 있지만, 작위적 설정은 참고 보기가 힘들었다.

두 주인공이 악연으로 만나 갖은 오해로 티격태격하다가 어느덧 사랑에 빠지는데, 알고 보니 남자는 부잣집 아들이었으며 또 다른 부자가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 곁엔 경쟁자인 다른 여자가 있으며, 여자주인공 곁엔 사고뭉치 훼방꾼이 있다는 식의 뻔한 설정 자체는 그러려니 하겠는데,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지나치게 말이 안 되고 너무 과장되었다는 뜻이다.

말 한두 마디면 끝날 상황에서 그 말을 안해 사고가 벌어진다든가, 사고가 벌어져도 너무 황당하게 일이 번져서 공감이 안 됐다. 공감이 안 되니 극중에서 아무리 주인공들이 좌충우돌을 해도 유쾌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반면에 <최고의 사랑> 초반부는 뻔한 설정이라도 풀어가는 방식에 따라 얼마나 유쾌한 잔재미를 줄 수 있는가를 증명해보였다. 까칠한 대스타 남자주인공과 명랑 캔디형 여주인공의 만남이라는 극히 익숙한 이야기였는데 이야기 전개가 워낙 경쾌했다.


주인공들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두 드라마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동안미녀>에선 나이트클럽의 블록버스터급 헤프닝으로 표현됐다. 장나라가 물에 빠지고 대형 장치가 박살이 나고 추격전이 이어졌다. <최고의 사랑>에선 그런 과장된 표현이 없었다. 하지만 절묘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주유소에서 공효진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원맨쇼에 이어 차승원과 공효진의 극히 절제된 팔싸움이 그 첫만남의 내용이었다. 온몸을 던져 열연을 펼친 장나라에겐 애석한 일이지만 공효진과 차승원의 소소한 팔싸움이 훨씬 재밌었다. 여기서부터 <최고의 사랑>과 <동안미녀>의 차이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두 남녀의 티격태격 전개에서도 <최고의 사랑>은 예의 그 경쾌한 감각을 이어나갔다. 스카프를 둘러싼 대립에 이어 1회 마지막 <세바퀴> 녹화 장면에선 오랜만에 드라마에서 대박급 웃음까지 터졌다.

이번 주에 나란히 시작된 <동안미녀>와 <최고의 사랑>은 로맨틱 코미디의 컨셉 자체만으론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는 걸 증명했다. 중요한 건 디테일인 것이다. 두 드라마 모두 뻔한 컨셉이지만 디테일이 달랐다.

뻔한 컨셉이라도 디테일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시청자가 느끼는 것에 천지차이가 난다는 것은 이미 <시크릿 가든>이 말해줬었다. <최고의 사랑> 첫 회가 <시크릿 가든>에 이어 다시 최고의 디테일을 보여줬다.

<동안미녀>도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선 지금처럼 작위적인 설정과 과장된 헤프닝으로만 일관할 것이 아니라, 작은 표현을 충실하게 하는 데에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다.


그런 그렇고 '므튼!', 공효진은 왜 또 상반기 드라마일까? 작년에도 그녀는 <파스타>로 로맨틱 코미디 역사에 한 획을 그었지만 MBC 연말 연기대상에서 김남주에게 밀렸다. 스타성도 작용했겠지만 <파스타>가 상반기 작품이란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역전의 여왕>은 연말에 방영됐다.

그런데 이번에 또 MBC 상반기 로맨틱 코미디다. 첫 회로 보아 작품의 분위기는 매우 좋다. 공효진은 작년에 이어 여전히 반짝인다. 웃기면서 동시에 섬세하다. 작년에 이선균 '솁'과의 매치가 매우 좋았던 것처럼 이번에 차승원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작품 자체의 조짐은 확실히 좋다.

작년과 비슷한 구도인 것이다. 이번만큼은 MBC가 공효진을 잊지 않길 바란다. 작년에 공효진이 받은 최우수상도 물론 작은 상은 아니었지만 작품으로 보나 주인공의 작품 속 존재감으로 보나, 김남주의 공동대상은 사실 공효진에게 갔어야 했다. 만약 이번 작품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부디 이번만큼은 연말에 공효진의 대상 등극을 보고 싶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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