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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강호동 추성훈에게 잘못한 거 없다

 

강호동 추성훈에게 잘못한 거 없다


무릎팍도사 강호동이 많은 비난을 받는 것 같다. 강호동이 하룻만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는 기사가 나왔다. 천국이란 건 한국PD대상 진행자상을 받았다는 것이고, 지옥이란 건 무릎팍도사 추성훈편으로 비난 받은 걸 가리킨다. 강호동이 그렇게 비난받을 진행을 했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엠씨의 역할은 게스트를 살려 주는 것이다. 강호동이 욕을 먹는다는 건 상대적으로 추성훈이 그만큼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냈다는 뜻이다. 그건 기본적으로 판을 벌린 사람의 공이다.


재밌는 얘기하고 노래 부르고, 웃고 즐기다가 끝낼 순 없지 않은가. 이건 기존의  프로그램에서 언제나 해왔던 것들이다. 무릎팍도사가 표방한 건 다른 것이다. 게스트의 핵심적인 문제에 육박해 그 문제에 관한 게스트의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를 끌어내는 게 무릎팍도사의 역할이다.


추성훈을 부른 이상 추성훈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건 당연히 한국-일본 국적 문제다.


엠씨는 사건 진행을 설명하는 나레이터가 아니다. 엠씨는 게스트에게 질문을 하며 게스트 가슴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사람이다. 훌륭한 질문자는 때로 당사자도 몰랐던 그의 마음을 밖으로 꺼내 보여주는 일을 한다.


강호동은 과장기 어린 장난과 공감과 공격적인 질문을 조절하면서 게스트를 자극한다. 그러면 게스트는 거기에 반응해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강호동이 국적 문제에 대해 추성훈에게 질문한 건 그 문제에 관한 당사자의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당연한 절차였다. 강호동이 질문을 해주지 않으면 추성훈은 말을 할 수 없다.


추성훈이 원맨 스탠딩토크하러 나온 건 아니지 않는가. 강호동도 혼자서 사건 개요 설명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한 쪽은 질문하고 한 쪽은 대답한다. 당연히 강호동은 그 문제에 대해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질문하지 않았다면 시청자에 대한 배임이었을 것이다.


거기까진 좋은데 강호동의 질문이 너무 공격적이었다고 비난을 받는다. 글쎄, 난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강호동은 추성훈의 마음을 건드린 것이다. 그의 심장 안에 있는 진짜 언어들이 튀어나올 수 있도록.


강호동이 귀화 문제를 거론하자 추성훈이 일본말을 시작했다. 그전까지 한국말 농담도 잘 하던 사람이 ‘소까(그렇습니까)’같은 아주 단순한 말도 일본말로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추성훈의 머리가 아니라 심장이 말하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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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이 그렇게까지 추성훈을 몰아붙일 수 있었던 건 기본적으로 추성훈이란 사람에 대한 강호동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강호동도 자신이 형사가 아니란 걸 알고 있다. 토크쇼 진행자의 역할이 진실+재미+게스트 부각이라는 걸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추성훈에게 ‘대한민국에게 복수하고 싶었어요?’라고 물을 수 있었던 건 추성훈에게 절대로 그런 마음이 없다는 걸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게다.


추성훈의 행적을 보면 그건 누구나 유추할 수 있는 일이다. 추성훈에겐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은 있어도 증오는 없다. 문제는 대한민국 사회가 추성훈의 신뢰를 배신하고 그에게 죄를 지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그렇게 배척당하다 조국에 오면 자신을 따뜻이 안아 줄 거라 믿었던 그 신뢰. 한국은 그걸 배반했다. 파벌의 이익 때문에.


인간 추성훈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추성훈을 이 문제로 몰아붙일수록 대한민국이 그에게 한 짓이 어떤 짓이었는지를 더욱 더 선명히 드러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강호동은 추성훈에 대해 미리 충분히 조사했을 것이고, 자신이 국적문제를 몰아붙일수록 추성훈의 진심이 분명히 드러나면서 한국의 잘못이 부각될 거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이성적으로든 직감적으로든. 이번 무릎팍도사는 그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벌려진 판이었다.


부드럽게 웃으면서 과거사를 회상하는 형식이었으면 무릎팍도사 추성훈 편은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추성훈이 ‘소까(그렇습니까) ... 하쿠넨(백년)...’하면서 숙연해지는, 또 그것이 작위적이지 않고 진실된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에 기획된 감동이 아니라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진실한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던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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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연출해낸 강호동이 비난당하는 건 억울한 일이다. 추성훈에게, ‘왜 너는 조상이 100년 간이나 유지해온 한국국적을 한국 와서 달랑 3년 살고 버렸느냐‘라고 추궁했다기보다는, 이 에피소드를 통해 100년간이나 지켜왔던 국적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추성훈이 당한 기막힌 상황, 한국의 텃세를 더욱 극명히 드러내는 연출을 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강호동은 훌륭한 질문자의 역할을 했다. 추성훈을 배척한 한국도 문제지만, 이제 와서 할 만한 질문을 한 토크쇼 진행자까지 몰아붙이며 추성훈을 과잉보호하는 한국도 문제다.


언제나 중용이 중요하다.


* 출간 안내 : 제 책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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