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 음악 칼럼

무릎팍도사의 정치탈선 위태롭다

 

무릎팍도사의 정치탈선 위태롭다


MBC 출신인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이 무릎팍도사에 출연한다고 한다. 이미 녹화가 끝났고 이 달 중순 방송 예정이라고 한다. 이 달 중순이면 4월 9일 총선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이다.


무릎팍도사는 그동안 자사 출신 유명 방송인이나 정치인 섭외를 하지 않아왔다. 새 정부 출범하자마자, 그리고 총선을 앞둔 ‘극히 미묘한’ 시기에 청와대 부대변인을 출연시키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황금어장 측은 “김 부대변인이 비록 정치에 입문했지만 정치인이 아니라 여기자 출신 엄마로서 섭외한 것 .... 정치인을 가급적 출연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 외부에서 오해나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정치인 ‘김은혜’와는 전혀 상관없이 섭외한 것”이라 설명했다고 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논법이다.


‘출신학교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능력만 보고 뽑았다.‘

‘같은 교회 신도가 아니라 능력 있는 인사로서 섭외한 것’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출신지역과는 전혀 상관없이 능력만 본 것’


황금어장 측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정치인 김은혜와 전혀 상관없이 그를 섭외했다 하더라도, 황금어장 측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그런 것과는 별개로, 김은혜 씨는 정치인이고, 새 정부 인사고, 지금은 총선 직전인 시점이다.


주관적인 바람과 객관적인 조건을 혼동하면 곤란하다. 선거철에 한쪽 정당 인사들 특집방송을 해놓고, 그들을 정치인이 아니라 각계 전문가로 생각해서 모신 거라고 하면 말이 되나? 방송사가 그런 식으로 방송하면 폭동이 일어날 거다. 여기자 출신 엄마가 대한민국에 청와대 부대변인밖에 없으며, 그가 출연할 시점은 왜 또 하필 총선 직전이어야만 한단 말인가.


방송 녹화에서 김 부대변인은 대부분 15년 동안의 기자생활과 엄마로서의 생활에 대해서만 언급했고, 정치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괜찮단다. 천만에. 이런 건 더 나쁘다.


생각해보라. 대선 전날 한 후보 가족이 출연해 아빠, 엄마로서의 생활과 가정사만 언급했다. 찬반이 분분한 정치적 이슈는 배제하고. 시청자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인간적인 얘기들로만. 공약 설명하는 광고보다 이런 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명박 후보의 광고 중에 가장 효과가 컸던 것은 공약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 이 후보가 할머니가 말아준 국밥을 맛있게 먹는 그림이었다. 밥 먹는 모습도 훌륭한 정치선전이다. 기자 엄마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인간적인 이야기가 정치적인 이야기보다 더욱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발한다. 이건 광고이론의 기본이다.


청와대 인사가 나와 전문직 엄마의 진솔한 얼굴을 보이면 그것이 새 정부의 이미지가 된다. 총선을 앞둔 새 정부 이미지 세탁, 그간 있었던 내각 인선 파동에 대한 물타기가 될 수 있다.


말하자면 일종의 간접 정치광고다. 무한도전은 유재석·이영애의 광고 촬영현장을 찾은 것이 간접광고였다고 조치를 받았다. 청와대 인사가 선거철에 스튜디오로 직접 찾아 온 것은 어떻게 조치해야 할까. 황금어장은 이제 정치낚시의 황금어장이 되려 하나.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황금어장 측이 “예능을 정치논리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단다. 다시 말하지만 정치논리로 예능을 해석하건 말건, 그건 그런 일 좋아하는 분들끼리 알아서 할 일이이고, 해석을 어떻게 하건 간에 김은혜 씨는 정치인이고, 지금은 선거철이다.


전두환 정부가 선거철에 정부 인사를 TV쇼에 출연시켜놓고, ‘예능을 정치논리로 해석하지 말라‘고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까지 잘 지켜온 무릎팍도사의 이미지를 정치탈선으로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이번 방송을 재고해야 한다. 취소하든지, 최소한 선거 후로 미뤄야 한다. 미뤄서라도 방송한다면 제 정당들 간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형평성 고려가 귀찮다면 정치판에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이미 지금의 논란으로도 황금어장은 김은혜 씨 홍보에 톡톡히 기여했다.)


이도 저도 다 싫고 방송을 강행한다면 정직하게 정치방송을 해야 한다. 새 정부 국정계획과 총선공약을 차트로 만들어 30분 동안 조목조목 짚어가며 설명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대놓고 하는 선전이 인간적인 이야기로 포장된 간접광고보다 덜 해롭다.(설명은 영어로 하는 것이 좋겠다. 몰입할 수 있게.)


* 출간 안내 : 제 책이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