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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이번 희생양은 이미쉘, 참 못할 짓이다

 

K팝스타에서 이미쉘이 떨어진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심사위원 탓, 시청자 탓, 인종차별 탓, 복잡하게 논란이 전개되고 있는데 한 마디로 말하자면 시청자들이 문제인 게 맞다. 시청자들이 이미쉘에게 이승훈보다 낮은 지지를 보내서 떨어진 것이니까 말이다.

 

시청자들은 왜 이미쉘에게 낮은 지지를 보냈을까?

 

첫째, 이미쉘은 시종일관 덤덤해보였고 게다가 인간적으로 불쌍해보이지도 않았다. 덤덤해보였다는 건 인간적 감정 차원에서 시청자들이 몰입할 틈을 주지 않았다는 말이다. 덤덤한 표정은 심지어 ‘건방짐’의 느낌까지 만들었다. 심사위원들이 계속 ‘감정’을 강조했는데 이미쉘에게 정말로 부족했던 감정은 노래할 때가 아니라 그렇지 않을 때 카메라 앞에서의 태도 부분에서였다.

 

반면에 이승훈은 랩을 통해 시종일관 자신의 스토리를 강조했다. 이것은 시청자에게 감정적인 호소력이 있었다. 시청자가 이승훈을 불쌍히 여기도록 만들기도 했다.

 

‘이승훈이 나중에 정말로 ’K팝스타’가 되건 안 되건 그런 건 모르겠고, 적어도 지금은 이 사람을 지켜주고 싶다.‘

 

이런 심리가 형성된 것이다. 반면에 이미쉘은 불쌍해보이기는커녕 K팝스타 초반부터 최강자의 위상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없었다. 이점이 약자에서부터 시작했던 백청강, 허각 등과 이미쉘의 다른 점이다.

 

둘째, 이미쉘을 향한 기대치가 너무 높게 형성돼버렸다. 이승훈은 목소리만 똑바로 들려도 ‘이번엔 잘 했네’라는 느낌이 생긴다. 백아연도 무대를 안정적으로 소화하기만 해도 그런 느낌이 생긴다.

 

반면에 이미쉘은 그냥 잘 하는 것만 가지고는 오히려 실망감이 생긴다. 이미쉘은 잘 해도 아주 폭발적으로 잘 해야 한다. 과도한 기대치 때문이다.

 

‘최고의 디바 탄생이다’, ‘대상감이다’, ‘기성 가수도 뛰어넘는다’ 이런 식으로 초반에 쏟아졌던 찬사가 이미쉘에게 덫이 되었다.

 

거기에 투표를 주로 여자들이 하기 때문에, 여자 도전자가 더 불리하다는 점도 작용에서 이미쉘이 떨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이미쉘이 떨어진 것과 관련해 인종차별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건 사실과 다르다. 만약 이미쉘이 지금과 같은 피부색이었다고 해도 더 사랑스럽거나 불쌍해보이는 감정표출과 스토리를 보여줬다면 훨씬 지지가 강해졌을 것이다. 그럴 경우 소수자나 약자라는 위치는 오디션에서는 오히려 강점이 된다. 그것은 지켜주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켰던 백청강이나 허각을 떠올리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쉘을 ‘밉상’으로까지 인식한다는 점이다. 이점이 가장 안타깝다. 오디션마다 누군가가 대중감정의 희생양이 되는데 이번엔 이미쉘이 그런 케이스였다.

 

성대결절로 혹평과 함께 말을 하지 말라는 지적을 받은 이미쉘이, 대기실에서 오태석에게 ‘말 시키지 마’라고 한 사건이 발단이었다. 그것이 ‘태도’ 논란을 일으켰고 이미쉘은 대중의 단죄를 받았다. ‘넌 이기적이고 건방져!’라는 것이다.

 

그때의 상황은 분명히 오해였다. 영상을 잘 보면 이미쉘이 먼저 밝은 표정으로 오태석을 맞는 걸 알 수 있다. 그다음 나온 ‘말 시키지 마’는 친숙한 사이에 나올 수 있는 흉허물 없는 표현으로 봐야 한다.

 

그걸 가지고 사람들은 이미쉘의 품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공격을 시작했다. 그로 인한 악감정도 이번에 떨어지는 데에 작용했을 것이다. 왜 오디션마다 사소한 오해로 누군가에게 비호감 낙인이 찍혀야만 할까? 참 못할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