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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더킹투하츠의 극과극반응, 김봉구가 원인이다

 

<더킹투하츠>에 대해서 전혀 다른 두 개의 반응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한 쪽은 이 드라마에 대한 찬사를 쏟아낸다. 또 다른 한 쪽에선 이 드라마를 비웃고 있다. 어떻게 찬사와 조소라는 양극단의 반응이 동시에 나타나는 걸까?

 

찬사를 보내는 쪽은 이 드라마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며 애정을 표시한다. 비웃는 쪽은 유치하고 말도 안 되는 작품이라며, <더킹투하츠>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 기사들은 모두 ‘언플’이라고 조소한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클럽M의 존마이어(김봉구)를 봐야 한다. 김봉구는 황당한, 아무런 현실성도 없는 캐릭터다. 처음에 찬사를 받으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출발했던 <더킹투하츠>는 김봉구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바로 그때 도너츠 파동이 일어났다. 극이 안드로메다로 가니까 도너츠까지 눈에 거슬렸던 것이다.

 

김봉구는 <지옥의 묵시록>에 나왔던 클래식 음악과 마술쇼를 즐기는 이상한 캐릭터였는데, 너무 해괴해서 도저히 정극의 인물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마치 시트콤의 인물 같았다.

 

물론 드라마라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현실과 다르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의 리얼리티는 유지가 돼야 한다. 말이 되고 그럴 듯해야 시청자가 그 작품을 높이 평가하며 몰입할 수 있다. 그런데 김봉구는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캐릭터라는 것이 문제였다.

 

도너츠 파동이 일어나며 극의 인기가 하락할 당시에 나타난 또다른 현상은 극이 너무 무거워진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같았는데 남북한 장교 합숙훈련에 들어간 이후로 극이 급속히 무거워지고 복잡해졌다. 그래서 더욱 인기가 하락했다.

 

한편에선 김봉구 같은 황당 캐릭터가 시트콤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동시에 또 다른 편에선 ‘뜬금’ 무거운 분위기가 나오니 극이 콩가루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작품성면에서 조소를 받았다. 그때의 조소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더킹투하츠>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은 그런 극의 분위기를 이 작품이 제시하는 하나의 세계로 받아들인다. 이 작품 속의 세계는 우리 현실과 전혀 다르다. 허수아비 같기도 하고 약간의 권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한 애매모호한 왕이 있고, 어처구니없는 황당 사이코 악당도 있고, 하지만 그 속에 진지함도 있는 그런 세계다.

 

이것을 극의 완성도 부재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선 한반도의 현실을 우화적으로 표현한 판타지라고 볼 수도 있다. 우화라고 생각하면 김봉구의 캐릭터도 받아들일 수 있다. 우화 속에선 가가멜이나 톰처럼 과장된 캐릭터도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으니까.

 

<더킹투하츠>를 보며 세상에 김봉구나 클럽M 같은 존재가 어디 있느냐고 하는데, 김봉구의 클럽M을 미국의 우화적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그 문제는 쉽게 풀린다. 실제로 클럽M과 미국을 대입해보면 대체로 잘 들어맞으니까. 이 작품에는 천안함 사태처럼 극히 예민한 사안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이렇게 보면 이 작품이 왜 황당한 우화적 설정을 차용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우리 현실에서 이런 남북문제를 정극으로 다룬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리얼리티가 없고 그래서 유치하다는 것이 조소를 보내는 사람들의 이유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리얼리티가 없는 것은 그만큼 이 작품이 우화적으로 깊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이래서 반응이 극과극으로 갈리는 것이다. 전자쪽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더킹투하츠>는 어처구니 없는 작품으로 인식된다. 후자쪽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더킹투하츠>는 트렌디한 재미와 깊은 의미를 동시에 갖춘 명품으로 인식된다.

 

이렇게 극과극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을 보면 <더킹투하츠>가 확실히 문제작은 문제작이다. 우리가 황당한 클럽M과 김봉구의 의미를 조금 더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더킹투하츠>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북한 인물들의 찰진 사투리가 은근히 쫄깃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