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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싸이 강남스타일사태와 한류의 미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에서 1억뷰를 돌파하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그동안 한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다고는 했지만 1억뷰는 넘지 못하는 선이었다. 반면에 미국의 1급 팝스타들은 1억뷰를 우습게 넘었었다. 그만큼 한국과 미국의 차이가 엄존했던 셈이다.

 

이번에 싸이가 1억뷰를 돌파한 것은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그 선을 넘어섰다는 의미가 있다. 한류의 인기는 주로 동아시아에 편중된 것이었고, 전체적으로 보면 마니아들에게 한정된 시장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강남스타일은 그 한계를 깼다.

 

미국은 우리에게 철옹성이었다. 옛날부터 한국의 국민가수들이 미국 공연을 자랑했었지만 사실은 교포를 대상으로 한 이벤트성 공연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 원더걸스를 비롯한 한국 가수들이 미국 시장에 도전했지만 미국 시장은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었다. 그런데 싸이가 그 문을 훌쩍 열어버린 것이다.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싸이는 우리 가요계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아이돌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종자가 다르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이 예기치 않은 사고를 쳤다. 이번에 강남스타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싸이에게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면,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다.

 

 

 

만약 싸이가 없었다면? 우리 가요계가 이대로 아이돌 중심으로만 획일화 돼서 싸이 같은 아저씨형 가수가 존립할 기반이 없었거나, 강남스타일 같은 뮤직비디오를 만들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다면? 그러면 예기치 않는 사고는 터지지 않았을 것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사태는 종다양성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아무리 아이돌이 잘 나가는 것 같아도, 전혀 아이돌스럽지 않은 다양한 존재들을 우리 안에 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종자들을 품고 있을 때, 앞으로 또 언제 어디서 누가 사고를 칠 지 아무도 모른다.

 

반면에 당장 아이돌이 화려하고 잘 된다고 해서 그쪽으로만 우리 문화산업계의 역량이 쏠린다면 다양성이 사라지고, 제2, 제3의 강남스타일 사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박찬욱도 그렇다. 그의 복수 3부작은 우리의 주류 감수성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작품인데, 만약 우리 영화계가 당시에 주류흥행작으로만 쏠리는 분위기였다면 그런 이상한 작품이 못 만들어졌을 것이다.

 

강남스타일 사태는 한국 정상의 아이돌이 국내 최대급 기획사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쉽게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이건 아무리 우리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강자라 할지라도 해외 시장에서 어떻게 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고, 오히려 우리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졌던 약자가 성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바로 이것 때문에 아이돌 중심 한류가 뜨면 뜰수록 그렇게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종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우리 내부의 획일화를 경계해왔던 것이다. 강남스타일 사태는 우리가 다양한 종자를 길러내며, 그들이 양질의 컨텐츠를 만들기만 한다면, 언제든 SNS를 통해 또 다른 강남스타일 사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