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라스트 갓파더 위험하다


한국수출보험공사가 영구아트무비와 차기작 <라스트 갓파더>에 대한 140억 원 규모의 투자보증 협약을 맺었다. 이를 놓고 한 매체는 ‘혈세’라는 단어를 써서 보도했다.


혈세라는 말은 부정적이다. 혈세라고 하면 처음부터 그 돈을 쓰면 안 된다는 가치판단이 전제된다. 혈세보단 공공투자라고 하는 편이 좀 더 나았다.


영구아트무비에 대한 공공적 지원(디워에 대한 국민적 호응도 이것의 일종)에 대해 비판하는 측은 단기수익성을 전가의 보도로 들이대는 경우가 많다. 흥행 성적이 나쁘면 지원할 수 없다는 논리다.


단기수익성은 투자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세상엔 10년 동안 손해만 보는 투자도 30년 동안 손해만 보는 투자도 있는 것이다. 이런 투자의 위험성을 감수하기 싫어하는 것은 금융자본의 속성이다.


영화 한 편의 흥행, 그 해의 기업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는 투자정신이 요청되는 시기다. 산업적 관점이 필요한 것이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한국시장이 무려 30년 이상을 보호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해주고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산업적 관점이다.


이런 사고방식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지금도 여전히 가발, 운동화, 양복지를 수출하고 있었을 것이며 노동자들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단기수익성 논리가 창궐하자 한국경제가 고사하고 있다. 민생파탄이 도래했다.


아무도 더 이상 무모한 투자를 하려 하지 않는다. 모두 약게만 굴려 한다. 그래서 개별 기업들의 수익성은 더 좋아졌으나 경제는 나빠지고 있다. 한국인에게 지금 필요한 건 ‘단기이익계산’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는 정신이다.


단기수익성 프레임은 퇴폐적이다.


-<라스트 갓파더>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무모한 투자를 해서 모두 잘 된다면 이 세상에 망하는 기업이 있을 리 없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삼성반도체, 포항제철 등은 처음엔 모두 미친 투자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론 성공적이었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러나 세상엔 이렇게 아름다운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디워>는 컨셉이 좋았다. ‘갑자기 괴물이 나타나 LA 시가지를 다 두들겨 부순다’는 컨셉. SF 폭력물이 대작의 제작비 회수에는 가장 ‘만만한’컨셉이다. 이익은 못 본다 해도 어느 정도 제작비 회수는 해야 망하지 않을 동력이 유지된다. 영구아트무비처럼 큰 돈을 들이는 작업엔 폭력컨셉이 그나마 안전장치가 된다. 정신없이 속도감 있는 전개로 세밀한 제작력의 열세를 가릴 수도 있다.


<라스트 갓파더>는 ‘가족이 훈훈히 볼 수 있는 코미디’라고 한다. 불안하다. 대부의 숨겨진 아들이 있었는데 그게 영구란다. 심형래 감독이 감독과 주연을 모두 맡는다고 한다.


이번에 수출보험공사가 <라스트 갓파더> 지원을 결정하게 된 것은 CG기술의 탁월함이 그 이유가 됐다고 한다. 만약 CG 폭력물이면 이 이유가 타당할 수 있다. 영구아트무비의 CG 액션 제작능력은 <디워>로 증명됐다. 그것을 더 업그레이드한다면 지원의 이유가 된다.


하지만 이건 코미디 드라마라고 한다. CG와 아무 상관이 없는 분야다. 세계 최고의 CG가 나와도 졸릴 수 있는 게 코미디다.


보도에 따르면 영구아트무비 측에서 “이번 영화는 온 가족이 함께 웃으며 감상할 수 있는 가족용 영화 ... <디워>가 컴퓨터 기술은 훌륭했지만 줄거리 부분이 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라스트 갓 파더>는 내용 면에 충실하게 제작될 것”이라 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불안해진다. 컴퓨터 기술이 훌륭했으면 그걸 더 발전시켜야 한다. 강점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런데 ‘내용’으로 승부를 건다고 한다. 심형래 감독이 드라마에 얼마나 약한지는 영화이력으로 충분히 증명이 되고, 특히 <디워>로 악명을 떨쳤다.


자체능력으로 특수효과 기술을 개척해온 심형래 감독의 집념은 위대하다. 그러나 ‘집념’과 ‘집착’은 한 글자 차이다. 실패를 거듭해온 드라마 영역에 또다시, 그것도 공공지원을 담보로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천만해 보인다. 잘못 되면 공공지원 제도의 정당성마저도 공격당할 수 있다.


이경규 감독의 영화에 대한 집념은 유명하다. 그러나 그는 <복수혈전> 이후 메가폰을 내려놨다. 그것 때문인지 <복면달호>는 작으나마 성공을 거뒀다. 이런 게 진짜 집념이다. <복면달호>까지 직접 감독하려 했으면 집착이 될 수 있었다.


한국 CG액션의 개척자만 되도 충분히 위대하다. ‘제철에 박태준이 있다면 CG액션엔 심형래가 있다‘ 이 정도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웰메이드’ 영화를 만드는 감독 타이틀이 세상의 모든 것은 아니다. 그런 일은 그런 일을 잘 하는 감독에게 맡기면 된다.


<라스트 갓파더>는 CG로 말론 브란도를 재현하고 미국의 1930년대 풍경을 재현한다고 한다. 이런 거 아무리 재현 잘 해 봐야 하나도 안 웃긴다. CG 인물표현의 끝장을 보여준 것이 <베오울프>였다. 어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나마 정신없는 액션으로 그 어설픔을 가릴 수 있었다.


인간은 인간의 얼굴에 대단히 민감하다. 지폐에 얼굴이 들어가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눈으로 위조여부를 가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뱀이 자동차 부수는 것과 얼굴을 표현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얼굴 표현을 아무리 잘 해 봐야 <베오울프> 수준일 것이고, 설사 정말로 기적처럼 인간 얼굴을 완전히 재현했다고 해도 기술자들의 박수를 받을 뿐이다. 1930년대 풍경재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코미디에선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일 뿐이다.


코미디 드라마의 연출역량을 확인하려면 먼저 소품제작으로 검증받길 권한다. 대작은 너무나 위험하다. 대작을 하려거든 이미 검증된 ‘CG와 합성으로 두들겨 부수기’ 컨셉에 연출 스텝의 보강으로 도전하는 것이 가장 타당해 보인다.


심형래 감독의 드라마 연출력. 정말 불안하다. 영구, 드래곤투카, 용가리 등 언제나 무한한 호의를 가지고 심 감독의 영화를 봐왔지만, 심 감독이 위대한 제작자라고 생각하지만, 연출력만큼은 불안했다. 심 감독을 모욕하는 게 아니다. 이미 전인미답의 길을 가고 있지 않은가. 사람이 못하는 일도 있는 법이다. 모든 것을 다 잘 할 순 없다.


이미 심 감독의 행보는 본인의 열정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났다. 한국영화산업에 대한 책임감 있는 고려가 필요하다. 연출에 대한 꿈은 소품으로 다지는 게 좋아 보인다.


<라스트 갓파더> 기획, 재고를 요청한다. 아니면 컨셉을 정신없는 폭력활극물로 바꾸던지. 그리고 CG도 인물재현보다는 정교한 합성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표현 쪽에 치중하는 것이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일 것이다.


* 한 마디 추가 : 공공지원엔 공공적 책무성 부과가 뒤따라야 한다. 무조건적 지원이 지금처럼 무책임한 한국 재벌을 만들었다. 영구아트무비가 여타 한국기업에 기술지원을 한달지, 아니면 한국 영화 기술인력의 교육, 훈련을 책임진달지, 어떤 식으로든 공공지원에 상응하는 책무성이 있어야 한다.


* 출간 안내 : 제 책이 나왔습니다 

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