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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강호동이 정말 그렇게 파렴치한인가

 

세상 인심 참 무섭다. 잘 나갈 때는 덕담 한 마디씩 얹기 바쁘지만 추락할 때는 돌 던지기 바쁘다. 연예인들한테는 특히 더 그렇다. 스타의 추락이 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유난히 ‘안티 많은’ 국민MC였던 강호동한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강호동의 위세가 약해지자 너도나도 통렬하게 돌을 던지는 분위기다.

 

이건 연예매체의 보도 태도에서도 극명히 나타난다. 어떤 사람이 좀 잘 나간다 싶으면 연예매체들은 보통 낯 뜨거울 정도로 찬양기사들들 쏟아낸다. 강호동에게도 한때는 그랬었다. 물론 강호동은 호오가 분명히 갈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언제나 찬양만 나온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국민MC로 천하를 양분했을 당시엔 미소만 지어도 ‘역시 감동 주는 강호동’이라는 식의 논조가 나왔었다.

 

그랬다가 강호동이 복귀해서 새 출발한 이후엔 건수 잡아서 돌 던지기 바쁘다. 한때 정상에 있었던 국민MC가 망가진다는 추락 스토리가 짜릿하기 때문인가?

 

제일 황당한 건 강호동이 자기가 하던 프로그램을 잡아먹는다며, 그가 마치 엄청나게 파렴치한, 도의와 신의를 저버린 사람인 것처럼 몰아가는 논조다. 강호동이 <강심장> 시간에 타사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부터 그런 구도로 몰아가는 기사들이 나왔었고, 요즘엔 일요일 저녁 예능까지 합쳐서 더 난리다.

 

네티즌은 이런 논리에 격렬히 호응한다. 한 네티즌은 강호동이 자기 프로그램 잡아먹는다는 말에 개념이 없어서 그런다며 ‘돈만 주면 자기 부모도 잡아먹는 시대’라는 으스스한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강호동을 정말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사실일까? 강호동이 정말로 파렴치한인가?

 

 

 

유명 MC가 저녁 예능을 하지 아침 예능을 하겠나? 저녁 예능을 하다보면 시간이 종종 겹치는 건 당연하다. 이건 기존의 구도를 깨 새롭게 흥미를 돋울 만한 일이지,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일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강호동이 잘 돌아가는 <1박2일>이나 <강심장>으로 들어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기껏 자리 잡은 사람들을 차버리는 거니까. 강호동은 그렇게 하지 않고 새롭게 터전을 일궈 선의의 경쟁을 하는 쪽을 택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해피선데이>랑 시간이 겹치면 배신이라니, 그럼 강호동은 KBS 아니면 일요일 저녁 예능을 하지 말란 말인가? 강호동이 토요일엔 KBS의 노예이고 화요일엔 SBS의 노예라도 되나?

 

강호동이 안전하게 자기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새 터전을 개척하려고 한 도전정신이나, 또 요즘 유행하는 자극적인 포맷에 안주하지 않고 교양성 예능을 시도한 점은 오히려 찬사 받아야 할 일이다.

 

문제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시청률 운운하며 강호동이 한물 갔다고 단정 짓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여론이 또 한편으론 MBC가 방송프로그램을 너무 빨리 폐지한다며 한껏 비난한다. 이중성도 이런 이중성이 없다.

 

강호동의 강점은 프로그램의 기획만 잘 맞아떨어지면 얼마든지 다시 빛을 발할 수 있다. 그가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가 아쉽다. 어찌됐건 말도 안 되는 윤리적 매도로 강호동에게 ‘이참에 아예 추락시켜버리자. 자, 돌을 던져!’라는 식으로 달려드는 건 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