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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싸이 젠틀맨, 한국에서 비난받은 3대 이유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자기조롱이었다. 전혀 강남스럽지 않은 분위기를 가진 싸이가 잘 나가는 강남 오빠라며 잘난 척하는 ‘바보 같은’ 내용이었다. <젠틀맨> 도 자기조롱이다. 전혀 젠틀맨스럽지 않은 싸이가 젠틀맨이라고 우기는 내용이다. 자기자신을 우스꽝스럽게 희화화하며 망가진다는 점에서 <젠틀맨>은 <강남스타일>의 전략을 그대로 잇고 있다.

 

<강남스타일>은 전혀 고급스럽거나 우아하지 않은 저속한 스타일이었다.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화장실 유머 코드와도 통했다. 그래서 ‘A급’이 아닌 ‘B급’이라고 했는데, <젠틀맨>도 그렇다.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저속한 스타일을 더 강화해서 본격적으로 저질스럽다. 더 천박한 B급인 것이다.

 

이렇게 <강남스타일>의 코드가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봤을 때, <젠틀맨>은 ‘<강남스타일> 시즌2’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강남스타일>에 환호했던 사람들 중에 많은 이들이 <젠틀맨>은 불편해했다. 일단 <젠틀맨> 노래가 처음 공개됐을 때 실망감을 표시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후엔 비난성 댓글도 많아졌다. 한국망신이라는 소감들도 꽤 있었다. 그 이유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1. ‘비삐삐삐삐, 많이 먹었다 아이가’

 

한국에선 최근에 버스커버스커가 주목 받았다. 아날로그 열풍도 불었다. 디지털 기계음에 사람들이 질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얼마 전엔 <무한도전>에서 방배동 살쾡이 ‘옹’께서 ‘비삐삐삐삐’하는 디지털 기계음을 대방출했다. 이럴 때 싸이가 ‘비삐삐삐삐’하는 소리를 전면에 내세우자, ‘방배동 살쾡이한테 많이 먹었다 아이가’하는 반응이 나온 것이다.

 

<젠틀맨>은 일렉트로닉 클럽댄스 음악이다. 그런데,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라고 해서 모두 다 <젠틀맨>처럼 ‘비삐삐삐삐’하는 소리가 노골적으로 나진 않는다. 복잡하고 화려하고 세련된 댄스 음악도 많다. 반면에 싸이는 가장 1차원적인 기계음을 깔았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조악함을 느끼게 했다.

 

2. 악의성

 

<강남스타일>에서 싸이는 동네 바보형이었다. 아무도 해치지 않는, 그저 그 자신이 웃음거리가 되는 사람이었다. 동네 놀이터에서 꼬마를 옆에 세워놓고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일광욕을 한다든지, 뒷골목에서 모델 워킹을 하다가 쓰레기를 뒤집어쓰는 모습이었다. 그가 하는 추잡한 행동이라곤 그저 에어로빅하는 여자 엉덩이를 입 벌리고 보는 정도였다.

 

반면에 <젠틀맨>에서 싸이는 ‘동네 나쁜형’이다. 단순히 여자를 쳐다보는 수준을 넘어서서 비키니 끈을 풀어버린다든가, 의지를 잡아 빼서 넘어지게 만드는 식이다. 악의 없는 바보 캐릭터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지만, 물리적으로 해를 끼치는 대상은 불편함을 준다. <강남스타일>에서 싸이는 약자였지만, <젠틀맨>에선 약자인 여자와 아이들을 괴롭힌다는 점이 달랐다.

 

3. 선정성

 

한국은 어쨌든 아주 오랫동안 성리학을 거의 종교 수준으로 섬겼던 나라다. 그래서 문화적 표현에 있어서의 보수성, 도덕성이 대단히 강고하게 남아있다. 불과 30여 년 전까지 경찰이 길 가는 여자의 치마 길이를 쟀던 나라인 것이다. 그러므로 선정성은 한국에서 상당히 큰 문제가 된다.

 

<강남스타일>도 여자 엉덩이를 노골적으로 쳐다본다든가, 뮤직비디오 중간에 미인과 엮인다는 설정이 있었지만 <젠틀맨> 수준은 아니었다.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강남스타일>보다 훨씬 노골적이어서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엔 민망한 부분도 있다. 이래서 비난이 터져나온 것이다.

 

 

 

싸이라고 자신의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한국에서 <강남스타일>보다 덜 대중적이라는 걸 몰랐을 리 없다. 노래 구성 자체가 일반적인 가요의 문법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강남스타일>엔 어느 정도 기승전결이 있고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터지는 맛도 있는데, <젠틀맨>은 극히 단조로운 구성에 클라이막스의 폭발성이 아예 없다. 한국에서 이런 노래는 사랑받기 힘들다.

 

그래도 싸이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미국시장을 겨냥한 승부수라고 보인다. 미국, 더 나아가 서양의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은 기승전결 멜로디 구성의 가요하고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런 미국 코드에 싸이의 싸이다움, 즉 ‘싼티’, ‘저질’을 노골적으로 강조한 결과 <젠틀맨>이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노래와 뮤직비디오 모든 면에서 <강남스타일>보다 <젠틀맨>에 더 끌린다. 클럽에서 <강남스타일>이 나올 땐 자리에 앉았었는데, <젠틀맨>이라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개인적인 취향이기 때문에 어느 걸 좋아하든, 혹은 싫어하든 각자의 마음이다. 다만 바라는 건, 미국 사람들이 <강남스타일>을 기적처럼 좋아했듯이 <젠틀맨>도 좋아하면 좋겠다. 그래서 이번엔 빌보드 넘버원까지 가길 바란다. 빌보드 순위산정에 인터넷이 많이 반영된다면 깜짝 1위도 꿈만은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