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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리틀싸이 악플로 드러난 추악한 한국

 

춤 잘 추는 아이인 8살 황민우는 SBS ‘스타킹’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황민우는 그저 춤 잘 추는 어린아이 정도였는데, 작년에 이 아이를 연예인으로 만들어준 사건이 터졌다. 바로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출연이었다. 이때부터 황민우는 리틀 싸이라고 불리는 꼬마 스타로 자리잡았다.

 

최근 리틀 싸이를 사회이슈로까지 만들어준 사건이 터졌다. 어느 날 인터넷을 보던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바로 악플 때문이었다. 악플도 보통 악플이 아니라 인종차별 악플이었다. 황민우의 어머니는 베트남 출신인데, 네티즌이 이 점을 들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든가, ‘열등 인종 쓰레기’ 등등의 악플공격을 해댔다고 한다. 심지어 소속사 홈페이지에 집단적으로 악플을 달아 홈페이지가 마비된 적까지 있었다고 한다.

 

현실세계에서도 혼혈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다고 하니 어린 아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됐을까? 이 사건은 단순한 연예계 에피소드가 아니다. 한국사회의 가장 추악한 면이 드러난 사태라고 봐야 한다.

 

 

 

◆추악한 한국인들

 

이것은 증오 사태다. 단지 외국계라는 이유로 묻지마 공격을 해대는 것이므로 증오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런 증오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다는 점이다. 다문화라고 불리는 외국계에 대한 증오는 우리 인터넷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한국인들이 괴로워졌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도 힘들고, 미래도 불안하다. 우울하고 짜증나고 화가 난다.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다. 나의 안전을 해치는 적들을 찾아내고 싶다. 이럴 때 가장 쉽게 눈에 들어오는 대상이 바로 ‘남’이다. 특히 한국은 반만년 역사 단일민족이라는 신화가 통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대단히 폐쇄적이고, 따라서 이질적인 타자를 증오하기 쉬운 조건에 있다.

 

또, 먹고 살기 힘들고 불안해질수록 국가나 민족처럼 거대한 전체가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거대한 전체 속에 편입될 때 그나마 마음의 평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현실의 삶에서 느끼는 공허함이 거대하고 강한 전체를 통해 보상되기도 한다. 그래서 국가와 민족의 이름 아래 결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타자가 배제의 대상으로 찍힌다.

 

과거 대공황 시절 미국은 루즈벨트를 중심으로 국내 개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이것은 건강한 대응법인데 이런 성숙한 방식은 쉽지 않다. 반면에 독일은 대공황을 맞자 ‘이게 다 유대인 때문이야’라며 유대인 사냥을 시작했다. 그리고 위대한 독일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자며 다른 나라와 전쟁을 벌였는데 이런 불건전한 대응방식은 아주 쉽게 이루어진다. 합리적 이성이 아닌 집단적 분노에 기반한 대응이기 때문이다.

 

이런 집단정서적 대응이 얼마나 추악한 지는 일본을 보면 안다. 일본은 과거에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조선인에게 화풀이를 했었다. 최근엔 온갖 재해로 어려움을 겪자 혐한류 바람이 일어나며 다시 한국에게 화풀이를 하려 한다. 과거 독일처럼 일본 제국의 위세를 재건하려 주변국과 대립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이런 일본을 규탄한다.

 

우리 내부의 불안과 고통을 외국인에 대한 화풀이로 풀려는 지금의 행태도 근본적으로 독일, 일본의 사례와 다르지 않다. 반인륜적 행위라는 점도 똑 같다. 서양의 동양 차별, 일본의 조센진 차별에 이를 가는 우리가, 똑 같은 짓을 되풀이해서야 되겠는가.

 

 

 

◆돈 없으면 무시한다

 

외국인이라고 다 차별하는 것도 아니다. 차별하는 외국인과 숭배하는 외국인이 따로 있다. 간단하게 얘기해서, 백인은 숭배하고 동남아인은 차별한다. 똑같은 황인이라도 부자 나라 일본인을 보는 시각보다 개도국인 중국을 보는 시각이 훨씬 차갑다. 똑같은 미국인이라도 상류층이라고 간주되는 백인을 보는 시각과 흑인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다. 한국인은 영어 쓰는 백인 앞에선 쩔쩔 매고, 동남아인이나 중국인 앞에선 거만하다.

 

차별하고 우습게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화풀이와 증오의 대상, 배제의 대상이 된 것이다. 요즘 국내에선 갑을관계가 화두다. 국내에서 거만한 갑을 규탄하던 한국인이 동남아인 앞에선 갑 행세를 하려 한다. 뼛속까지 박힌 물질주의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그 물질주의 때문에 국내에선 갑한테 무시당하고, 그래서 생긴 불만을 자기보다 약하다고 간주되는 인종에게 화풀이하는 구조다. 지주에게 쌓인 화를 소작농한테 푸는 마름 같다고나 할까?

 

줄어드는 일자리 때문에 외국인들을 잠재적 경쟁자로 생각하게 된 것도 외국계 증오의 한 이유다. 하지만 지금처럼 외국계 차별, 증오 문화가 만연하면 사회는 더 불안해지고 따라서 일자리도 더 줄어들게 될 것이다. 점점 더 많은 다문화 가정에서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다. 10년 후, 20년 후, 이 아이들이 자랐을 때 한국사회는 대단히 흉흉해질 수 있다. 인종폭동도 남 일이 아니다. 그러면 결국 경제, 사회 모두 어지러워지고 ‘배달의 민족’이든 아니든 너나할 것 없이 피해자가 될 것이다. 이 증오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