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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요즘 웃찾사 활력이 느껴진다

 

요즘 웃찾사 활력이 느껴진다


 <웃찾사>가 최근 새로운 코너를 대거 선보였다. 제작진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앞으로 방송 출연은 아이디어와 능력 외에는 ‘방송사 불문’ ‘나이 불문’ ‘경력 불문’”이라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한다.


 ‘웅이 아버지’, ‘영숙아’, ‘안팔아’ 등 기존 코너와 새로운 코너가 어울리면서 모처럼 활력이 느껴지고 있다. ‘웅이 아버지’와 ‘영숙아’도 그리 오래된 코너는 아니다.


 ‘고딩어’는 ‘캐안습 지대짱나 샵숄레이션 님아 매너좀요’라는 인터넷 은어를 태연하게 사용한다. ‘고딩어’가 처음 방송됐을 때, ‘매너좀요’라는 대사를 치는 개그맨의 톤이 너무나 천연덕스러워 시청하다가 포복절도했다. 다른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한 일간지 주간 검색순위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드라마’는 여주인공의 지나친 열연이 부담스러우면서도 그것 때문에 웃긴다. 통속 드라마에 나올 법한 ‘정통스러운’ 연기와 개그의 가벼움이 충돌하면서 코미디의 묘미가 작렬한다. 설정의 특이함으로 강렬한 자극을 줬는데 앞으로 얼마나 풍부한 변주를 할 수 있을지가 장수의 관건이 될 듯하다.


 처음엔 재밌었지만 ‘변주’가 아닌 ‘반복’일 경우 일찍 질릴 수 있다. 여주인공이 한쪽 손을 떠는 건 벌써부터 질리려 한다. 코너 시작부터 무작정 떨지 말고 극이 진행되면서 떠는 게 좋겠다. 비극으로 정극 구도가 심화되면서 여주인공이 몰입할 때, 다른 출연자들이 그것을 희극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는 ‘그래서’라고 반복하는 대목이 귀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등장인물들이 돌아가면서 우스운 얘기를 한다는 설정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 중요한 건 그 얘기들이 (적어도 아직까지는) 웃긴다는 거다. 오랜만에 윤택이 등장해서 반갑기도 하다. ‘그래서’의 세 명 중 가운데에 서는 성민은 앞날이 기대된다.


 ‘디테일캐치!’는 있을 법한 상황의 ‘디테일’을 콕 집어 표현하는 설정이다. <개그콘서트>에서 강유미, 안영미의 ‘고고 예술속으로’가 이것과 유사한 형식의 절정을 보여준 바 있다. 강유미, 안영미는 거의 보고 들은 것의 보고서를 작성해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발군의 통찰력과 표현력을 과시했었다. 이런 류의 설정은 정확히, 생생히 표현하면 웃긴다. 시작은 좋았다. 앞으로의 풍성한 ‘캐치’가 기대된다.

 ‘지독한사랑’은 이정수에 이어 1인 개그의 계보를 이었던 황영진의 복귀작이다. ‘잭슨황’처럼 이번에도 춤이 가미된 개그다. 단지 춤만 췄으면 식상했을 뻔했다.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주는 여자파트너(김승혜)가 가세하면서 활력이 생겼다. 둘의 앙상블로 첫 회에서 ‘대박’을 쳤다. 첫 회 때 황영진이 빵을 뿜는 장면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얼마나 웃기던지. 김승혜의 ‘오빠~!’하는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강력한 중독성이다.


 ‘건강택시’는 ‘마빡이’와 같은 고생하면서 웃기기 설정이다. 설정이 워낙 눈에 익어서 첫 회 때는 과히 웃기지 않았었다. 하지만 몸개그의 위력은 영원불멸한 법. 웃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하고 진실한 코미디다. 몸으로 밀어붙이는. 좀 더 두고 봐야겠다.


 기존 코너인 ‘영숙아’는 한창 유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현장성, 의외성을 가미한 설정이었다. 요즘엔 유명 연예인이 영숙이 역할로 나오고 있다. 스킨십의 위력이 빛을 발하는 코너다. 여성과 남성의 은밀한 욕망을 코미디로 승화시켰다.


 어느새 <웃찾사>의 간판으로 떠오른 ‘웅이 아버지’는 이른바 ‘4차원 캐릭터’ 코미디다. 이상한 인물들이 확실한 성격을 가지고 나와 ‘확실히’ 웃겨준다. 상황만 변주되면서 각 인물들은 자기 캐릭터의 대사를 매회 반복한다. 캐릭터 버라이어티와 비슷한 설정이다. 이 코너를 만든 <웃찾사>의 젊은 개그맨들은 ‘언행일치’, ‘거침없이 킥킥킥’ 등으로 4차원 캐릭터 한 우물만 파고 있다. 이런 ‘이상한’ 코너가 간판이라는 데에서도 <웃찾사>의 활력이 느껴진다. 편안한 컨셉의 <개그콘서트>와 다른 <웃찾사>만의 색깔이다.


 모처럼 <웃찾사>에서 활력이 느껴지고 있다. 이것이 코너들의 대폭 개편으로 인한 일시적인 신선함이 아니길 바란다. 한 코너 한 코너가 모두 개그맨의 불면의 밤들이 만들어낸 결정체일 것이다. 모두 길게 갔으면 좋겠다.


 개그맨들은 그 노력에 비해 받는 대가가 너무 박하다. 코미디만으로 연예활동하는데 지장이 없었다면 숱한 개그맨들이 예능계 주위를 어슬렁거리지도, 음반 활동을 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웃찾사>는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웃찾사>가 다시 공개코미디의 뚝심을 보여주길 바란다. 난 웃을 준비가 되어 있다. <웃찾사>의 봄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