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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대종상이 아니라 인기 무난상인가

 

 

 

대종상은 언제 어른이 될까? 무려 50회! 50살이라는 얘기다. 역사가 반세기를 헤아린다. 하지만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한 것 같다. 작년엔 <광해>에 몰아줘서 논란이더니, 올해는 또 반대로 나눠줘서 논란이다. 명색이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시상식인데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몰아주거나 나눠주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건 기준이다. 상을 받을 만한 영화에게 상을 줬는가. 영화선정만 의미 있게 됐다면 사실 몰아주건 나눠주건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올해 시상 결과는 매우 아쉽다.

 

올 대종상은 <관상>과 <7번방의 선물>이 고루 상을 가져갔다. 이 두 편의 영화는 흥행이 매우 잘 됐다는 것 말고는 영화제에서 작품상이나 감독상 혹은 시나리오상을 받을 만한 미덕이 별로 없는 작품이었다.

 

<관상>은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이라는 너무나도 익숙한 소재를, ‘수양대군=악, 김종서=선’이라는 너무나도 익숙한 관점으로 그린 작품이었다. 도발적인 문제제기나, 새로운 통찰이나, 사회적 메시지보다는 다양한 세대의 관객이 극장에 앉아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정도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완성도가 압도적으로 뛰어나서 특별히 상을 줘야 하는 수준도 아니었다.

 

특히 이정재가 맡은 수양대군 캐릭터의 묘사는 보기 드물 정도로 유치했다. 1980년대 이후 가장 도식적인 수양대군 묘사였고, 아동용 만화하고나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유치함이었다. 수양대군을 천박한 악인으로 묘사하기 위해 제1왕족인 인물을 깡패 두목처럼 그렸다. 중인환시리에 곤룡포를 걸치고 건들대며 나타난다든지, 대놓고 자신이 왕이 될 수 있느냐며 욕망을 드러낸다든지, 자기 손으로 직접 사람을 죽이는 것 등 놀라울 정도의 천박함이었다. 이렇게 악인을 천박하고 비열한 인물로만 도식적으로 그리는 작품을 수준이 높다고 하긴 힘들다.

 

<7번방의 선물> 같은 경우에는 TV단막극 드라마 정도의 따뜻한 휴머니즘 소품이었다. 이 작품이 예상을 깨고 천만 관객을 돌파했기 때문에 특별한 무게감이 생기긴 했지만, 영화 자체만으로 보면 그렇게 뛰어난 작품은 아니었다.

 

만약 이 두 작품의 흥행이 안 됐더라도 대종상이 작품상, 감독상, 시나리오상 등을 몰아줬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이다. 결국 흥행 성적이 가장 중요한 시상 기준으로 작용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흥행 성적이 기준이라면 영화제가 굳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이런 시상 결과는 영화제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다.

 

대종상을 보면 흥행 성적 말고 기준이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누구나 무난하게 볼 수 있는 별 특징 없고 편안한 영화‘라는 기준 말이다. 아카데미상도 영화제치고는 무난한 영화들에게 상을 주는 경향이 있는데, 대종상은 그보다 훨씬 심하다. 지금처럼 장사 잘 되고 무난한 영화들이 선정되는 분위기라면 상을 몰아주든 나눠주든 논란은 계속 될 것이다.

 

물론 올해 후보작으로 오른 작품들 중에 작품상감이 거의 없긴 했다. 그래도 그중에서 작품상을 고른다면 개인적으로 <숨바꼭질>이 적당했다고 믿는다. <숨바꼭질>은 스릴러의 틀 안에 한국사회의 불안 특히 중산층의 불안과 부동산을 향한 욕망을 잘 그려넣었다. 시대를 비춘 거울이 된 것이다. 기술상에 그친 <설국열차>에게도 시나리오상 정도는 가야 했다.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가 밀려난 문정희에게도 차라리 여우조연상을 시상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부디 내년엔 ‘흥행’과 ‘무난’이라는 두 기준에서 벗어난 대종상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