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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드디어 개봉 변호인, 왜 네티즌 울리나

 

연말 최대 기대작인 <변호인>이 드디어 개봉한다. <변호인>이 기대작인 이유는 최근 들어 한국영화 흥행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바로 <변호인>이 이 답답한 상황을 뚫어줄 ‘한 방’이 될 거라는 기대를 받아왔다.

 

<변호인>에게 그런 기대가 쏟아진 이유는 개봉 전부터 나타나는 네티즌의 열광적인 반응 때문이다. 예고편만 보고도 울었다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이 영화의 배경을 설명한 기사에도 열띤 댓글들이 달렸다. 이 정도로 호응을 받으며 개봉하는 영화는 올해 <설국열차> 말고는 없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에 모두 송강호가 출연한다.

 

비슷한 구도가 작년 이맘때도 있었다. 바로 <레미제라블>의 개봉이었다. 그때도 열광적인 반응이 나타나며 <레미제라블> 열풍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이어졌었다. 물론 작품 자체가 일반적인 오락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흥행성적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그렇게 무겁고 어두운 뮤지컬 영화가 한국에서 500만 관객을 넘은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레미제라블>이 한국에서 열광적인 호응을 얻은 건, 네티즌의 심정을 영화가 대변했기 때문이었다.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귀족과 서민의 삶이 당시 국내에서 한참 문제가 됐던 갑을관계와 양극화를 떠올리게 했다. 귀족들의 기득권 체제에 맞서 민주주의를 일궈내려는 파리시민과 학생들의 모습도 깊은 울림을 줬다.

 

한국은 놀랍게도 21세기에도 여전히 ‘민주주의’가 화두인 상황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부각되며 관련 서적들까지 출간됐고, 작년 대선 최대 이슈도 ‘경제민주화’였다. 여야가 입을 모아 ‘이제는 경제부문까지 민주화하겠습니다’라고 경쟁적으로 외쳤는데, 그것은 갑을관계와 양극화가 민주주의의 토대까지 해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바로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오락영화도 아닌 <레미제라블>이 한국사회에서 엄청난 호응을 받으며 흥행몰이를 했던 셈이다. 당시 <레미제라블>의 한국 흥행 열기에 미국 제작진들도 놀랐다고 한다.

 

 

<변호인>은 다시 민주주의를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레미제라블>과 비슷한 구도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배우가 하는 우리의 이야기다. 따라서 공감대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또 <레미제라블>은 일반적인 오락영화가 아니었지만, <변호인>은 여느 대중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는 평이다. 이렇게 보면 흥행에 기대가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예고편 정도만 보고도 벌써부터 눈물 흘리는 네티즌이 속출해 흥행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변호인>의 줄거리가 다 공개된 상황인데, 그것을 보면 이 영화가 전형적인 ‘감동적 영웅’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엘리트 변호사라는 기득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핍박받는 인도 서민들을 위해 가시밭길을 선택했던 간디는, 그로 인해 수 억 명의 가슴을 울리며 마하트마라는 존칭까지 받게 된다. 부족장 가문에서 태어나 역시 변호사라는 기득권을 획득했음에도 핍박받는 남아공 서민을 위해 가시밭길을 선택한 만델라는, 훗날 마디바라는 존칭으로 불리게 된다.

 

<변호인>의 줄거리도 비슷하다. 잘 먹고 잘 사는 세법변호사가 부당하게 핍박받는 서민을 위해 기득권의 온실에서 뛰쳐나온다는 설정이다. 이것을 상징하는 대사가 예고편에 나온다.

 

‘니 편한 인생 니 발로 걷어 찬 기라.’

 

이런 설정은 인도에서도, 남아공에서도, 한국에서도 보편적인 감동을 이끌어낸다. 바로 ‘희생’의 서사이기 때문이다. 희생하는 영혼은 숭고하고, 인간은 그런 숭고한 영혼을 봤을 때 감동하며 눈물 흘리는 법이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변호인>은 실화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에 울림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약자만 부당하게 희생당하는 세상, 유전무죄 무전유죄, 권력자는 특권을 누린다는 느낌, 한국사회에 대해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네티즌이 대단히 많다. <변호인>은 ‘무죄면 무죄 판결 받아내야죠’라며 상식을 이야기하고,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국민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하다는 진실을 외친다. 요즘처럼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비판적 대자보가 신드롬을 일으키는 시대에 이런 외침의 영화는 큰 공감을 받을 수 있다. 바로 그런 게 눈물이 나오는 이유다.

 

<변호인>의 분전으로 2014년에도 한국영화 대흥행이 이어지길 바란다. 더 나아가 내년엔 민주주의의 상식을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서 더 이상 사람들이 눈물 흘리지 않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또, 넬슨 만델라가 정적을 장관으로, 원수를 부통령으로 임명했듯이 화해와 통합, 관용이 넘치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