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3강 뚝심의 부활을 기대한다


* ‘요즘 웃찾사 활력이 느껴진다’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


얼마 전 요즘 웃찾사에서 새바람이 느껴진다는 글을 썼다. 그 글 말미에 <웃찾사>가 다시 공개코미디의 뚝심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다시 공개코미디의 뚝심’을 보여 달라고 했던 것은 지금까진 맥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개그프로그램들은 예능에 밀려 존재감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사람 웃기기가 울리기보다 훨씬 힘든 것 같다. 과거에 전통 드라마물과 코미디물이 동시에 전성기를 누렸던 때가 있었다. 그때 그 전통 드라마의 컨셉은 요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한부 인생, 시어머니의 구박, 가난, 고아, 허락받지 못하는 결혼, 남편에게 버림받는 조강지처, 성공을 위해 사랑을 배신하는 남자 등의 설정은 여전히, 남산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변치 않으며 안방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설정을 차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그대로 리메이크를 해도 시청률이 ‘빵빵하게’ 나온다.


코미디는 다르다. <웃으면 복이 와요>, <유모어 1번지>의 설정으로 지금은 웃길 수 없다. 얼마 전 <개그야>에서 전통 코미디를 시도했으나 처절한 실패로 끝났다. 시청자가 반응하지 않았다. 한국인은 코미디에 매우 엄격하다. 뻔한 설정에 울어주기는 해도, 뻔한 설정에 웃어주지는 않는다. 절대로! 덕분에 개그맨들은 오늘도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아이디어를 쥐어짜야 한다.


개그맨들의 부침은 여타 대중문화부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하다. 신봉선도 한 인터뷰에서 그 점을 지적했었다. 개그 프로그램의 부침도 마찬가지다.


큰 틀에서 보면 세기말에 등장한 <개그콘서트>가 시대를 완전히 갈랐다. 요즘 벌어진 <무한도전> ‘혁명‘과 비교할 수 있을까? <개그콘서트> 혁명에 비하면 <무한도전>이 일으킨 변화는 ’온건 개혁‘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무한도전>은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의 대세를 열었다. 덕분에 지난 연말 방송사 연예대상 시상식 때 건국 이래 최대치의 막말이 난무했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도 여전히 방송되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 새 시대에 뒤쳐진 것으로 보였던 서경석, 남희석 등도 ‘새 시대의 기린아‘ 유재석 못지않은 최고의 예능인들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개그콘서트> 혁명은 이런 수준이 아니다. <개그콘서트> 이전 코미디 프로그램의 형식을 아예 ‘전멸’시켜버렸다. 그야말로 ‘역성혁명‘이라 할 만한 사건이었다. 왕 씨의 씨를 말린 조선 이 씨의 역성혁명처럼 20세기 코미디 프로그램 형식의 씨를 말렸다. 그리고 공개 방송 개그로 ’천하일통‘을 달성했다. 그만큼 코미디계의 부침은 격렬하다.


2003년까지 <개그콘서트>는 예능천하를 호령했다. 2003년 8월 31일에 기록했다는 35.3%의 시청률은 당시 예능 최고 시청률이었다. 그후 <웃찾사>가 떴다. 윤택, 김형인, 정만호, 김신영 등이 <웃찾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한때 <개그콘서트>와 양강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뒤늦게 새 시대에 합류한 <개그야>도 김미려와 조원석을 통해 전성기를 구가했다. <웃찾사>는 컬투의 활약으로 명성을 이어나갔다. 최근엔 <개그야>의 약세가 두드러진다. 그리고 <웃찾사>도 힘이 빠졌다.


비극적인 것은 지금에 와선 이 개그 프로그램 삼국지가 도토리 키재기라는 것이다. <무한도전>으로 상징되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위세에 개그 3강은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 꼭 리얼 버라이어티가 아니라도 예능 쇼프로그램의 위력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그나마 <개그콘서트>가 10% 중반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개그 프로그램 삼국지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위촉오 삼국지에 비교하기엔 <개그야>, <웃찾사>의 존재감이 너무 미약한 상황이다. 이 두 프로그램은 리얼 버라이어티에 치이고, 일반 예능물에도 치이고, <개그콘서트>에도 치이니, 광개토대왕-장수왕 시절의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지에 비길 수 있겠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웃찾사>가 코너들을 대거 교체하면서 새바람의 기운을 보여줬던 것이다. 프로그램을 보며 모종의 ‘결기’를 느꼈다. 단지 양적으로 교체만 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코너들이 대체적으로 ‘웃겼다’. 여기가 포인트다.


마침 <개그야>도 정종철, 박준형, 이상훈(리마리오) 등을 영입하며 ‘웃길’ 준비를 하고 있다. <개그야>에선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느껴지는 건 아니다. 지금은 <웃찾사>가 성공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개그맨들의 고생이 보이는 듯하다.


예능의 우연적 즉흥적 웃음도 좋지만, 숱한 밤을 아이디어와 연습으로 새면서 만들어내는 기획된 웃음에도 관대한 눈길을 줄 필요가 있다. 코미디-개그 프로그램이 융성해야 예능계에도 인력공급이 된다. TV 코미디를 즐기면 자신감과 긍정적 사고가 증대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웃찾사>의 활력이 시청자의 관심이란 열매를 맺어 모처럼 개그 프로그램 양강체제의 부활을 보고 싶다. 더 나아가 <개그야>까지 일어나 명실상부한 3파전 개그 부흥기를 즐기는 호시절을 누리고 싶다. 시청자들이여, 좀 더 관대히 개그 프로그램을 즐기자. <웃찾사>, <개그야> 힘! 뚝심을 보여다오.


* 출간 안내 : 제 책이 나왔습니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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