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신작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열풍이 뜨겁다. 처음엔 별 기대 없이 개봉했지만, 개봉 후에 폭주를 거듭하고 있다. 기대가 없었던 이유는 첫째, 최근 한국영화 초전성기 헐리웃 약세기였고, 둘째, 애니메이션이라는 부문 자체가 극영화처럼 초대형 극장흥행이 나타나는 부문이 아니었고, 셋째, 게다가 디즈니가 최근에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봉하자마자 관객이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11일 만에 300만, 17일 만에 500만, 그리고 27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놀라운 것은 개봉 후 한 달 가까이 지난 2월 첫 주차 주말에도 이틀간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보기 드문 뒷심이어서, 이대로라면 천만 돌파까지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건 기적이다.

 

천만까지 가지 않아도 <겨울왕국>은 이미 국내에서 애니메이션 흥행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기존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최고 기록은 <쿵푸팬더2>의 506만이었다. 그런데 <겨울왕국>은 800만 돌파, 차원이 다른 흥행이다. 앞으로 <겨울왕국>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새 역사인 셈이다. 물론 <아바타>가 이미 천만을 넘어서긴 했지만, <아바타>는 극영화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전형적인 애니메이션 범주로 분류되진 않는다. <겨울왕국>이 애니메이션으로선 초유의 흥행으로 겨울 한국을 자신들의 ‘왕국’으로 만들고 있다.

 

 

 

 

- 전통의 귀환 -

 

<겨울왕국>은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90년대식 정통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공주와 왕자가 나와 노래를 부르고, ‘사랑타령’을 하며 키스를 하려 한다. 내용도 안데르센 원작의 동화여서 그야말로 정통 디즈니 동화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이런 내용이 아주 오랜만이기 때문에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은 최근 개봉작들에 집중되어 있는데, 1위가 앞에서 언급한 대로 <쿵푸팬더2>의 506만, 2위 <쿵푸팬더> 467만, 3위 <슈렉2> 330만, 4위 <하울의 움직이는 성> 301만, 5위 <슈렉3> 284만, 6위 <드래곤 길들이기> 256만, 7위 <슈렉> 234만, 8위 <슈렉 포에버> 223만, 9위 <마당을 나온 암탉> 220만, 10위 <장화신은 고양이> 208만 등이다.

 

이 중에 디즈니 작품은 단 한 편도 없고, <슈렉> 시리즈와 <쿵푸팬더> 시리즈를 만든 드림웍스가 21세기 애니메이션 흥행을 주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전통적인 디즈니 동화세계와 거리가 있다. 특히 드림웍스의 대표작인 <슈렉> 시리즈는 디즈니적인 동화세계를 비웃는 내용으로 전 세계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디즈니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디즈니 동화는 시대착오적인, 한 물 간 구닥다리로 치부됐다. 그런 점에서 2000년대는 디즈니의 방황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랬던 디즈니가 <겨울왕국>으로 화려하게 귀환한 것이다. ‘이것이 우리 동화의 힘이고, 전통의 힘이야!’ 디즈니의 포효가 들리는 듯하다. 극장에선 <겨울왕국> 본 편이 시작되기 전에 흑백에서 칼라 3D로 이어지는 디즈니 단편 애니메이션 상영된다. 자신들의 전통을 세계 만방에 과시하는 것 같다. 네살 박이 추사랑이 백살 가까이 되는 미키마우스, 미니마우스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디즈니의 힘은 당연히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사랑은 추성훈이 미니마우스와 미키마우스를 구분하지 못하자 눈물로 항의했다) 오랜만에 나타난 정통 디즈니 스타일에 90년대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극영화에 열광했던 30대 여성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일종의 90년대 복고인 셈이다.

 

최근 2년 정도 동안 부모와 아이가 모두 재미있게 볼 만한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이 없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흥행이 대체로 부진했는데, 그동안 쌓인 애니메이션에 대한 열망이 <겨울왕국>에서 터진 측면도 있다.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부모 아이에게 모두 재미있는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이다. 공들인 그래픽은 찬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고, 음악은 최고 수준의 뮤지컬 공연에 필적한다. 40대 아버지들의 평점이 이례적으로 높은 것도, 그동안 아이 손에 붙들려 극장에 끌려가 졸아야 했던 아버지들의 울분이 모처럼 재미있는 <겨울왕국>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진 부분이 있다.

 

 

 

- 엘사는 과연 새로운 공주상인가? -

 

전통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완전히 전통을 답습하진 않은 것이 <겨울왕국>의 전략이다. 전통적인 디즈니 동화세계에서 여주인공 공주님은 마지막에 왕자님과의 영원한 사랑을 담은 키스를 통해 행복해진다. 그런데 이번엔 왕자님과의 키스가 아닌 자매애가 행복의 열쇠가 됐다. 이로서 디즈니 동화세계의 또다른 문이 열렸다.

 

사실 디즈니 공주상의 변화는 90년대에도 있었다. 그 때문에 <겨울왕국> 여주인공인 엘사가 과연 새로운가 아닌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디즈니 공주상 1기는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신데렐라> 등으로 이어지는 고전적 시기인데 이때 여주인공은 딱히 하는 일이 없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도 백마 탄 왕자님이었다. 이에 대해 수십여 년간 비난이 쏟아졌는데, 90년대 <미녀와 야수> 등에서 여주인공은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자기 삶을 개척해나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뮬란>에 이르러선 왕자 없이 나라를 지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동화의 주류인 백인 공주님은 여전히 마지막엔 왕자님과 키스했다.

 

<겨울왕국>에선 문제를 만드는 것도, 해결하는 것도 온전히 공주님들의 몫이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키스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겨울왕국>에 나타난 또다른 변화는 여주인공 엘사가 요염하다는 점이다. 디즈니 동화세계에서 여주인공은 언제나 순수했고 요염한 건 악녀이 몫이었다. 여주인공의 요염함은 디즈니가 마침내 여성을 욕망의 주체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엘사가 요염하게 각성할 때 부르는 노래가 바로 주제가 <렛잇고>다. 자신에게 착한 여성일 것을 요구하는 사회의 요구에 맞서, ‘난 나대로 살 테야!’를 외치는 여주인공에게 여성들이 열광했다. 주인공의 드라마틱한 각성에 어울리는 드라마틱한 노래이고, 영상도 황홀할 정도로 화려해서 <렛잇고> 신드롬이 나타난다. 팝송으로선 최초로 국내 음원사이트도 올킬했고 여가수들이 앞다퉈 <렛잇고>를 부르고 있다. 전통적 경쟁력을 가진 디즈니가 이렇게 혁신까지 하게 됐으니, 디즈니의 아성은 당분간 깨질 것 같지 않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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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올라프 2014.02.17 06:4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정말 간만에 겨울왕국 본다고 영화관 자주 들리네요 자막or더빙 골라보는 재미도 있지만 3Dor4DX 등 1회 관람후에 주변 지인들과 또는 가족들과 다른방식으로 즐기는 다양성도 좋은듯해요~!!

  2. 위즐타운 2014.02.17 06:58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저는 남성 관람객이지만 Let it go 장면에서 알게 모르게 희열을 느꼈어요 제가 원래는 레미제라블같은 풀 뮤지컬 방식은 싫어했는데 겨울왕국은 노래도 적당히 가미가 된듯해요 보셨다면 아실태지만 Let it go 외에도 좋은곡들이 많죠 ㅎㅎ 음원사이트 순위가 그걸 말해주는듯 하네요 귀도 즐겁고 눈도 즐겁고 마음도 홀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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