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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김정태 유세논란, 해명해도 계속되는 이유

 

 

김정태가 지방선거 유세장에 나타났다고 알려져 논란이 터졌다. 혼자였다면 정치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당연히 큰 문제가 안 됐을 텐데, 아이와 함께였던 것이 문제였다. 아이를 정치에 이용한 것 같기 때문이다.

 

김정태는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단지 ‘후보와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우연하게 자리에 함께 있었을 뿐’이고, ‘선거 유세 자리인 줄 전혀 몰랐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정태의 유세참여가 사전에 홍보까지 되어있었다는 점에서 네티즌은 ‘우연’이라는 해명에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 그리고 색깔을 맞춘 선거복을 입고 높은 곳에서 사람들 앞에 있는 후보의 이미지는 누가 봐도 유세 장면이어서 비정치적이라는 해명에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태는 지금이 선거정국이라는 걸 몰랐던 것일까?

 

물론 김정태의 해명이 모두 진실일 수도 있다. 이런저런 우연이 겹치고, 후보 측의 욕심과 현장에서의 혼돈이 겹쳐 오해하기 좋은 사진이 찍힌 걸 수도 있다. 김정태가 정치인에게 억울하게 이용당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계속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것이 아이 예능과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아이들을 내세운 예능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아이의 인권에도 관심이 나타나고 있다. 부모의 의지에 의해 마치 연예인과 같은 관심을 받고, 방송사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캐릭터가 된 것이 장기적으로 아이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순수성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마침 그럴 때 아이 예능 출연자가 정치인 품에 안겨 선거판에 나타난 것이다. 당연히 민감한 반응이 이어졌다.

 

얼마 전 <아빠 어디가>의 김진표 논란도 아이 예능이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었다. 만약 <썰전>이나 <라디오스타> 같은 유형의 프로그램에 김진표가 출연했다면 별다른 논란이 없었을 것이고 설사 있었다 하더라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 어디가>가 아이 예능이었기 때문에 김진표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계속 이어졌다.

 

 

아이예능의 가장 큰 미덕은 ‘순수’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의 순수한 느낌이 시청자에게 위안과 편안함을 준다. 평소 각박한 세상사에 곤두섰던 상태였다가 주말 아이 예능을 보는 순간 무장해제하며 긴장을 풀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런 프로그램에 어른들의 이전투구가 끼어들면 더 이상 무장해제를 할 수가 없다. 다시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래서 시청자들은 아이 예능과 어른들의 논란이 섞이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김진표 논란도 그렇고 지금 벌어진 김정태 논란도 그런 맥락이다.

 

아이 예능 출연자의 부모들은 설사 오해라도 아이들의 순수성이 훼손되고 마치 아이를 상업적, 혹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선 안 된다. 그러면 아이 예능이 국민적으로 사랑받는 것에 비례해서 엄청난 역풍이 닥칠 것이다. 얼마 전에 추사랑 오역 논란이 질타를 받은 것은 제작진이 추사랑을 먹보 캐릭터로 이용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부모와 제작진들이 보다 긴장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와 시청자가 모두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