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영상 칼럼

끝까지 간다의 말도 안 되는 흥행

 

영화 <끝까지 간다>가 개봉 약 한 달여 만에 32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것은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수치다. 아무리 이 세상이 공평치 않다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다.

 

<끝까지 간다>의 완성도는 올해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 중에서 단연 최고 수준이다. 아니, 올해뿐만이 아니라 최근 몇 년을 되짚어봐도 이 정도 완성도를 보여준 상업영화는 드물었다. 블록버스터급 흥행몰이를 한 <7번방의 선물>, <관상>, <수상한 그녀> 등과 비교해봐도 <끝까지 간다>는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올 상반기 최대 화제작이었던 <역린>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마치 총구를 벗어난 총알처럼, <끝까지 간다>는 마지막 장면을 향해 한 호흡으로 날아간다. 조금의 멈칫거림도 없이 한 호흡이다. 아무리 재미를 추구하는 상업영화라지만 이렇게 쉼없이 달리는 작품은 절대로 흔하지 않다. 일 년에 한 편 나올까말까한 완성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 재미라면 지금쯤 당연히 500만 관객을 넘었어야 정상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칸 영화제를 통해 홍보되기까지 했다. 칸 영화제 감독 주간 세션에 초청되었는데, 현지에서 폭발적인 호평이 나왔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이 정도로 한국 신작이 주목받았을 경우, 해외 평가에 민감한 우리 시장의 특성상 흥행이 터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간다>의 흥행이 이렇게 지지부진한 것은 특이하다.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몇 년간의 한국영화 초전성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관객들이 그동안 한국영화에 몰입했던 것인데, 올 상반기가 쉬어갈 시점이었다. 한국영화의 아기자기한 재미는 그동안 넘칠 만큼 봤으니까 이젠 거대한 액션이 보고 싶어질 때였던 것이다. <끝까지 간다>의 불운이다.

 

<끝까지 간다> 자체의 문제도 있다. 이 작품엔 가장 중요한 흥행코드인 멜로라인이 없다. 두 남자주인공의 이야기가 쏜살같이 달려가는 이야기라서 질척질척한 멜로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데, 여성 관객들은 멜로 없는 이야기에 반응하지 않는다. 서로 사랑하는 정통 멜로든, 남자가 여자나 아이를 지켜주는 유사 멜로든, 하여튼 멜로적 성격이 한국시장에선 매우 중요하다.

 

<끝까지 간다>에는 또,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거나 공감을 느끼게 할 만한 인간적 스토리가 없다. <7번방의 선물>이나 <변호사>처럼 휴머니즘을 전해주지 않는 것이다. 주인공이 감정이입할 만한 인물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주인공이 갖는 인간적인 미덕이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비루한 부패경찰과 악독한 부패경찰간의 이야기일 뿐이다.

 

볼거리도 딱히 없다.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강력한 액션이나, 혹은 눈길을 휘어잡는 미남배우가 나오지 않는다. 원빈의 <아저씨>의 경우엔 강력한 액션, 미남배우 거기에 여자아이를 지켜주는 유사 멜로라인까지 삼박자가 모두 있었다. 그에 비하면 확실히 <끝까지 간다>는 흥행요소가 많이 부족하긴 하다. 이런 요인들이 이 작품의 지지부진한 흥행성과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간다>의 흥행이 이 정도로 끝나는 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완성도가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재미 하나로 달리는 작품은 정말 드물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 깔끔한 완성도 자체 때문에 쾌감이 느껴질 정도다. 300만 돌파면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나 이 작품의 엄청난 완성도에 비하면 미흡해도 한참 미흡하다.

 

<끝까지 간다>의 흥행은 끝까지 계속 되어야 한다. 이런 영화가 대박이 나서, 그 창작자들이 충분히 보상 받고, 다시 이런 영화의 제작으로 이어져야 한다. 엄청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이런 영화가 홀대 받으면, 제작자들은 결국 스타캐스팅의 뻔한 흥행공식에만 매달리게 될 것이다. 한국영화의 불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