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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영화인까지 단식, 아직도 세월호라고?

 

김장훈이 유가족과 단식에 돌입한데 이어 영화인들까지 함께 하기 시작했다. 세월호 사건이 희미하게 잊혀져가고 이슈 자체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시점이어서 이들의 행동에 더욱 의미가 크다.

 

세월호 사건은 정말 이상한 사건이었다. 그 큰 배가 바다 위에서 혼자 쓰러졌다는 점에서부터 시작해, 배 안에 갇힌 사람들을 국가가 전혀 구해주지 못한 황당한 일까지 있었다. 그런 여러 가지 황당함 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것은, 세월호 사건 이후 들끓던 여론이 어느 순간부터 유병언 일가의 엽기적인 행각에 대한 호기심으로 바뀌어버렸다는 점이다.

 

세월호 사건은 국가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었고, 따라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국가 시스템 대개조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문제의 재발을 막을 수 있었다. 세월호 사건을 한국사회 선진화로 가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길도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유병언이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사이에 진상규명이든 시스템 개혁이든, 정작 중요한 문제들은 흐지부지돼버렸다. 이슈의 중심은 어느덧 유병언의 강연, 유병언의 책, 유병언의 행동, 유병언의 사진, 유병언의 여자, 유병언의 성격, 유병언의 가족 등 ‘유병언의 비밀’이 돼버렸다. 이렇게 황당한 일이 또 있을까?

 

황당함의 절정은 이른바 ‘호위무사’ 박수경의 검거 때 일어났다. 유병언의 수행원도 아니고, 유병언 아들의 수행원에 불과한 사람이 호위무사라면서 갑자기 이슈의 중심에 선 것이다. 피의자의 아들의 수행원이 스타가 된 사상초유의 사건이다. 이제 관심은 미녀쌈장 호위무사의 미모로 옮아갔다.

 

이 소란 속에서 세월호 사건은 먼 과거의 일처럼 여겨지게 됐고, 세월호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직도 그 얘기인가?’라는 말을 듣게 됐다.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았고,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말이다.

 

 

김장훈과 영화인들이 단식에 나선 것은 다시금 이런 현실을 사람들에게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다. 결코 유병언의 엽기적인 인생이 세월호 사건의 핵심이 아니며, 진상규명과 시스템 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 말이다.

 

세월호 사건은 국가 기득권 시스템의 부패와 관련이 있다. 이런 사건은 보통 진상이 백일하에 드러나지 않으며 몇몇 ‘깃털’로 꼬리자르기하는 선에서 무마되는 일이 흔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명인들이 나서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압박하는 일에 의미가 있다.

 

사건 초기 해경이 구조활동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는 지적을 무조건 괴담이라며 무시했기 때문에 공적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이제는 공적 시스템이 ‘해경이 최대의 구조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괴담을 퍼뜨린 주범처럼 인식되는 경향까지 나타난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하는 조사에도 선뜻 신뢰를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사가 보다 엄정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선 시민사회의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유명인들의 행동은 바로 그런 관심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세월호 사건 그후, 진짜 세월호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