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은 현대사를 관통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웃음과 눈물로 풀어낸 수작이다. 웃길 땐 확실히 웃기고 울릴 땐 확실히 울린다. 우리 현대사의 상처를 잘 다룰 경우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큰 흥행이 터지는 경향이 있는데, <국제시장>도 그런 전례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영화엔 비난도 잇따르고 있다. 우리 현대사의 흐름을 다뤘는데 그것이 역사의 진실을 왜곡내지는 은폐했다는 비난이다. 과연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일단 영화의 내용은 사실이다. 한 사람이 흥남부두에서의 철수와, 파독 광부와, 월남전과, 이산가족상봉 특별생방송을 모두 경험한다는 것이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그것은 영화적 설정이라고 봐줄 수 있는 부분이고, 어쨌든 그런 일들은 분명히 우리 현대사에 존재했다.

 

 

미군의 원조로 겨우 목숨줄을 잇고 미군을 쫓아다니며 ‘기브 미 초콜릿’을 하던 우리가, 윗세대의 피땀을 통해 어느덧 남을 원조할 정도로 풍요로워진 것도 사실이다. 파독 광부, 파독 간호사가 벌어들인 외화는 우리 경제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외화 없이는 경제성장의 시동을 전혀 걸 수 없었던 상황에서, 외화를 확보할 길이라곤 직접 몸으로 때우는 방법밖에 없었다. 물건이나 자원을 팔아 외화를 벌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윗세대는 독일로, 월남으로, 중동으로 직접 가 피땀흘려 외화를 조달했다. 그렇게 벌어들인 외화가 중화학공업을 일으키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렇게 산업을 성장시킨 결과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풍요가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 중동 건설붐이 한창일 때 박정희 대통령이 정주영 회장을 치하하자 정회장이 ‘각하 우리나라의 경영자들이 좋은 대학을 나왔습니까, 국제적인 경영능력이 있습니까? 이런 성과를 일궈낸 건 우리 노동자들의 공입니다.’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어느모로 보나 국제경쟁력이 전혀 없던 시절 우리 윗세대는 그야말로 몸뚱어리 하나 내던져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산업과 도시를 일으켜 세웠던 것이다. <국제시장>은 그런 윗세대의 헌신을 절절하게 전해준다는 미덕이 있다.

 

 

그런데 지금의 풍요를 만든 역사는 또 있다. 한국이 중화학공업을 일으킬 엄두도 못 내던 시절 외화를 벌어들인 건 섬유, 가발, 신발 등의 경공업이었다. 이 분야에선 여공들이 살인적인 환경에서 일을 했다. 근로기준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억압적 분위기에서 마침내 전태일이 분신하는 일까지 나타났다.

 

중화학공업이 발진하고 80년대에 자리를 잡은 후엔 87년 7.8.9 노동자 운동을 통해 임금이 상승했다. 즉, 살인적인 환경에서 피땀을 흘렸던 노동자들을 통해 산업이 성장하고, 전태일과 87년 민주화 운동을 통해 인권과 실질소득이 상승한 결과 마침내 풍요로운 중산층의 민주주의 국가가 탄생했던 것이다.

 

<국제시장>은 이런 현대사 중에서 한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사실이되 총체적 진실엔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윗세대의 희생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진 건 분명한 진실이다. 그런데 그 희생은 파독 노동, 파월, 중동 건설, 여공의 눈물, 노동운동, 민주화운동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이루어졌다. 영화는 이 중에서 뒷부분을 삭제하고 앞부분만을 낭만적으로 보여준다. 이 때문에 현대사를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 것이다.

 

영화가 그려주지 않은 몫을 머릿속에서 스스로 구성하면서 볼 수 있는 관객에겐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고난의 민족사를 새삼 떠올리며 뜨거운 감동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렇지 못한 관객들, 스스로 현대사를 구성할 능력이 없는 관객에겐 뜨거운 감동이 제한적인 역사인식으로 귀결될 위험도 있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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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웃기고 있네 2014.12.27 09:04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역사의 일부만 기록했다고 역사 왜곡이냐? 참 편하게 산다

  2. 다섯시간짜리 한국 근현대사 다큐멘터리라도 만들라는 말인가...

  3. 이글의 수준이 더 한심하네

  4. 위 댓글러 너희 같은 붕어대가리들을 위해 쓴 글이란다..
    대한민국 산업혁명을 이끄신 위대한 영도자 박정희 각하에 대한
    절대적 칭송과 찬양의 이면에 가려진 이름없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과 고통을 헤아리는게 너희들에는 무지 버거운 일이겠다만..
    일본애들이 자꾸 역사왜곡하고 헛소리하는게 침략사를 포함한
    근현대사를 공부를 안하기 때문이야..


  5. 영화는 영화일뿐 현실과 구분못하는게 문제인거지

  6. 영화관람자 2014.12.28 02:31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오늘 영화를 봤습니다...산업역군 어쩌고..또 박정희찬양류의 신파영화겟군...하고 속으로 엄청 깔 준비를 하고 봤는데, 막상 그런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주인공이 가족을 먹여살리려고, 본인의 인생역정을 펼치는 가족영화라고 보면 됩니다...시대상황은 일종의 배경일뿐, 결코 영화의 메인소스는 아닙니다..

    오히려 이 영화를 극우보수층이 악용할까 중간중간 감독이 심어놓은 장치랄까??(아니면 그냥 별다른 의미없이 웃기자고 넣은걸수도..) 북에서 오면 다 빨갱이냐..는 장면.....면접볼때 애국가부르면서, 앉아있던 사람이 전부 따라부르는 장면 (이건 맹목적인 애국심을 강요하던 당시시대상을 풍자하는 장면입니다...국기하강식때 가슴에 손얹고 경례하던 장면...한국전이 휴전되었다는 라디오에서 부산시민들이 나라가 힘없으니 외국놈들이 들어와 대리전쟁치룬다는 말을 하는 등등...전체적인 흐름은 박정희찬양류의 그런영화가 절대로 아닙니다...참고로 박정희는 나오지도 않고, 아예 언급조차 안됩니다..오히려 지나칠정도로 정치적 색깔이 배제되어 블로그 주인장 의견처럼 '외면'을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블로그 주인장께서 지적한대로, 여러시대상 중에 한쪽에 치우진 상황만 나온점은 아쉽게 느껴질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그 시대앙을 '외면'한 것이지, 결코 '왜곡'한 것은 아닙니다..언급조차 안되었는데 '왜곡'이라니요????

    그리고 한가지 영화가 아쉬운 점은 전체적인 이야기진행과 구도는 무난했는데, 중간중간 신파극에 가까운 장면이 가끔 나오는 점은 조금 아쉽게 느껴지네요...과유불급이라고, 충분히 감정적으로 당시 아버지들의 아픔이 공감된다 싶은데, 오히려 숨돌리기전에 그런 아픔을 재차강요하는 듯한 에피소드가 반복될 때에는 억지감동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조금 아쉬운 감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볼만한 영화입니다..정치적 색깔로 논란되는게 정말 아쉽네요..

  7. 오늘날의 한국이 가능했던 실상의 인과중

    그간 빠져있던 중간고리를 이어주는영화같네
    풍족해져야만 이타적행동을하나 베풀어본적없는자의 협소한 일반화로느껴짐 베푸는건 의지이다 왜 국제시장에 전태일 이 언급되지? 글에 일관성부족과 논리적접근의 개연성이 부족해서
    억지 논지로느껴져 보기불편한 평입니다 링컨이 말했다 책을 한귄읽은자는 두권읽은자에게 지배 당하는 피지배적 관계가 된다.
    프로.글쟁이들이 주의해야할것은 부족한 공부와 자기우물에 갇히는 일이없도록 해야지 아마추어 티를 벗는거 같습니다 노력하면 언젠가 아마추어에서 프로가 될거라 봅니다 노력은 배신하지않습니다 멋진글 쓸날 올거라 여깁니다ᆞ
    노력하는 태도 기대해 보겠습니다ㅋㅋㅋ

  8. 고마됐다~
    영화는영화로만 재밋게봐야지...

  9. 20대인 제가 봤을 때도 이 영화는 감정을 울컥하게 만드는 그런 장치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윤제균 감독이 미리 언급했듯 정치적인 요소는 고려하지 않앗다고 했죠. 하지만 아무리 제작자가 정치적인 요소를 제거했다고 치더라도 그 영화가 정치적이냐 비정치적이냐 판단하는 건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 속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가 나올 때마다 가슴에 손을 얹는 주인공을 보면서 이 영화가 다분히 정치적으로 계산된 영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주인공의 정치적인 성향이 배제되었다고 해서 영화가 비정치적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베트남전 부분에서 흥남철수 장면과 유사한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도 다분히 정치적일 수 있는 장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베트남전과 베트남 사람들이 기억하는 베트남전은 엄연히 다른데 영화 속에서 베트남전에서 그려지는 우리나라의 모습은 과거 미군이 우리나라를 도왔던 모습과 유사하더군요. 그들의 입장에선 침략자의 모습일텐데 그 장면으로 하여금 관객의 역사관에 영향을 준다면 그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영화일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를 보고 사견을 적다보니 너무 길어진 것 같네요. 잘 보고 갑니다!~! ^^

  10. 아시아역사중에 경공업으로 성장헌 나라는 어디도 없어요. 어디서 이상하게 세뇌교육받으셨나?

  11. 역사는 역사로 기억되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사다, 그러나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 파독광비ㅜ들이가난한 사람들만은 아니다, 전쟁이후 모두가 어려웠으니까! 내가 예기하는것은 젊은이들 10대나 20대늩은 영화를 보고나 애스컴을 보고 이것을 역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파독은 외화벌이를 위해 대학생을 위주로 보내준것이고, 독일에서, 원했다는 거다! . 월남에갔던건, 돈이 필요해서다, 그렇다면 그사람들로 인해 과연 이익을 본사람은 구구일까? 그시대엔 누구나 어렵고 힘들게 살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거다, 아버지는 밥을 굶어도 자식들은 밥을 먹이는 것처럼 말이다! 왜곡이 아니라 진실성이다!

    • 10대20대들도 나이 너른 넘어가면 역사가 아닌 영화로 인식합니다.
      좀 빨리 깨우치지 못하는것 뿐...

  12. 영화를 영화로 좀 봅시다. 진짜 이런글볼때마다 정치병이 국민들 갉아먹는 원흉이아닐까 느낄때가많아요..

  13. 영화 한 작품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건 아닌지 싶네요 모든 영화나 작품들은 이야기하고자 하는 중심 초점이 있습니다 제 갠적인 생각엔 국제시장은 한 아버지와 장남으로 이어지는 가족을 지키고자 했던 아버지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근대사를 조명하는 다큐가 아니고요 너무 편협한 시점으로 논하는 건 좀 ㅠㅠ 정말로 영화는 영화로 보면 싶습니다

    • 국제시장을 관람한 관객의 한사람으로 느낀거지만 글쓴이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영화다운 영화가 관객들께 인정받는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