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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가정파괴 음주트럭, 김혜리 복귀를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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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사건이 알려졌다. 지난 19일에 음주운전 트럭이 일가족이 탄 승용차를 친 사건이다. 당시 트럭은 도로에서 오락가락 불안하게 질주하더니 앞 승용차를 들이받고, 다른 차를 긁은 후, 조금 전에 들이받은 승용차를 또다시 들이받고 그대로 90미터 이상을 끌고 갔다고 한다.

 

이 사고로 승용차를 운전하던 34살 된 남자가 크게 다쳤고, 그 아내와 2살 난 딸은 숨졌다. 트럭 운전자가 한 가정을 완전히 파괴한 것이다. 승용차 운전자는 여수 출장길에 가족들에게 바다를 보여주기 위해 동행했다가 참변을 당했다.

 

대낮에 오락가락 운행하다 마구잡이로 다른 차들을 추돌하면서 끌고가기까지 했다면 운전자가 제정신을 완전히 잃었던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63%였다. 0.1% 이상이면 만취상태라고 표현한다.

 

2014년 11월, 김혜리는 서울 강남에서 교통사고를 낸 후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당시 그녀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 이상이라고 보도됐다. 만취상태였다는 것이다. 그 사건 이후 자숙하다 최근 SBS 드라마 <어머님은 내 며느리>도 복귀했다.

 

만취상태 운전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위에 살인트럭의 예를 보면 된다. 음주운전은 언제든지 살인, 가정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 요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음주운전 자체에 대해 좀 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혜리의 문제는 삼진아웃에 해당하는 세 번째 음주운전이었다는 점이다. 1997년에 이어 2004년에도 음주운전 교통사고 혐의로 불구속 입건 됐었다. 중앙선을 침범해 상대편 차량과 가볍게 충돌했는데, 음주측정을 거부한 것 때문에 더 비난을 받았다.

 

이런 전력이 있는 가운데에 세 번째 음주운전 사고를 냈고, 만취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불과 반년 정도만에 복귀한 것이다. 배우에게 이 정도면 자숙도 아니고 그저 휴식기라고 해도 될 정도의 짧은 시간이다. 살인미수라고도 할 수 있는 음주운전이 세 번이나 적발된 경우인데 너무 한 것 아닌가?

 

김혜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음주운전을 바라보는 시각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스타급 연예인의 음주 및 교통사고 관련 평균 자숙기간은 6.6개월이었다. 그런데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통계에선 평균 자숙기간이 4.5개월로 줄어든다.

 

원래도 자숙기간이 짧았었는데 그나마도 유지하지 못하고 더 짧아진 것이다. 연예인들이 음주운전을 하고도 이렇게 빨리 복귀하는 건 대중이 받아주기 때문이다. 불법도박은 평균 자숙기간이 18.1개월에 달한다. 대중이 이 문제를 훨씬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불법도박은 직접적으로 타인을 죽일 수 있는 행위는 아니다. 음주운전을 불법도박보다 더 가볍게 볼 이유는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음주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러니까 연예인들이 음주운전 이후에 심지어 자숙기간도 안 갖고 활동하는 경우까지 나타났다. 한 제작진은 음주운전 관련자를 출연시키면서 사생활 보호라든가, 방송 출연 제약은 이중처벌이라든가, 종교인 수준의 도덕성을 연예인에게 요구할 수 없다든가 하는 황당한 논리를 전개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사회적으로 큰 질타도 받지 않고, 연예인들도 쉽게 복귀하기 때문에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점점 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참변을 일으킨 음주트럭 사건이 음주운전이 왜 살인미수라는 말을 듣는지, 혈중 알코올 농도 0.1% 이상 만취운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깨닫게 했다. 음주운전 우습게 보는 사회에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