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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가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것은 우리 사회 의료문화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병원의 공공적 기능보다는 오로지 수익성만을 최고의 의료가치로 여기는 관점이 그동안 한국 의료계 논의를 주도해왔다. 그래서 병원 영리화, 공공 병원 축소 등이 계속 화제가 돼왔다.

 

메르스 사태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터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간병원이라던 삼성병원에 제대로 된 음압병실 하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삼성병원은 메르스 사태에 대처하기는커녕 오히려 키우는 역할을 했다. 메르스 진료 거점병원 역할을 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 국립, 시립, 도립 의료원 등 공공병원들이었다.

 

강원도 춘천의 한 50대 남성은 메르스 증세가 나타나자 강원대병원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엔 음압격리병실이 없었다. 그는 구급차를 타고 삼성서울병원까지 갔으나 그곳에서도 음압격리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입원을 못하고 결국 음압병실을 갖춘 강원도립 강릉의료원까지 가서야 입원할 수 있었다. 여기서 상태가 악화되자 다시 서울시립 보라매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런 식의 과정을 거쳐 6월 19일 기준으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강원도민 4명 중 2명은 강릉의료원, 2명은 서울에 있는 서울의료원과 보라매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됐다. 공공병원을 찾아 다른 지방으로까지 가야 했던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던 삼성서울병원엔 당국 기준에 맞는 정식 음압격리병실이 하나도 없었지만 서울의료원엔 국가가 정한 기준 이상의 격리병실이 준비돼있었다. 경기도에서도 경기도립 수원병원이 메르스 환자를 적극 수용했다. 사천시에서 발생한 메르스 의심환자는 집에서 가까운 진주의료원이 폐쇄됐기 때문에 양산시까지 이동해서야 입원할 수 있었다.

 

이런 일들이 알려지며 공공병원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진주의료원을 다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바로 이런 것이 메르스 사태가 바꿔놓을 우리 사회문화의 변화다. 영리성 강화 쪽으로만 흘러오던 의료문화의 방향성이 바뀔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사태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엔 병원 수익성에 대한 염려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병원공개를 망설인 것도 병원들의 수익성을 걱정한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이렇게 의료의 방향이 수익성 쪽으로만 잡히면 국민보건에 대한 책임성이 약화될 수 있다. 당장 돈 안 되고 비용만 들어가지만, 국민보건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감염병 대처 같은 부문이 미흡해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공공병상 비율은 1949년 75.1%에서 1971년 39.4%, 2011년 8.4%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민영병상 비율은 24.9%, 60.6%, 91.6%로 늘었다. 그리하여 공공병상 비율이 OECD 꼴찌 수준이 되었다. 우리는 8.4%인데 OECD 평균은 75%에 달한다. 심지어 미국 같은 의료 상업화의 나라조차도 34% 수준이다. 한국의 의료공공성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 메르스 사태로 인해 폭로됐다.

 

 

그간 우리 정부는 공공의료서비스보다 수익을 창출할 대형병원 키우기에 초점을 맞춰왔다. 의료를 공공성의 관점이 아닌 기업 이윤의 관점으로 보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공공의료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면서 환자를 돈으로만 보는 상업적 병원 운영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병원이 상업화되면 돈 되는 병만 치료하려 들거나, 과잉진료를 하거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늘려 의료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도 있다.

 

메르스 사태는 한국 사회에 바로 이 지점에 대해 묻고 있다. 원래 사스 사태 때 제기됐을 문제였는데 그땐 1차 방역을 너무 잘 한 나머지 병원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그랬다가 메르스 사태에 와서야 공공의료의 취약성이 폭로됐다는 것이다.

 

이젠 공공성 강화가 국가 의료의 기본 방향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명색이 의료선진국을 지향하는 나라인데 공공병상 OECD 꼴찌는 너무하다. 메르스 사태를 의료공공성 대폭 확충의 계기로 삼는 것이 우리가 이번 일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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