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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이원일 셰프 김여사 막말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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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원일 셰프가 얼마 전 막말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과거 SNS에 올린 글 때문이다. 다른 차량의 주행을 방해할 만큼 주차를 잘못한 차의 사진을 올리고는 ‘대한민국 김여사님들 파이팅!! ㅋㅋ’이라는 글을 쓴 사건이다.

 

이 글에 문제가 제기되자 이원일 셰프는 곧 사과했다. 그런데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아직도 이원일 셰프의 글이 왜 논란이 됐으며 사과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잘못 주차한 차량에 대해 김여사라고 하는 게 뭐가 막말이냐’는 것이다.

 

문제의 글을 무심코 올리는 요리사가 방송활동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사안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김여사’는 여자 운전자를 조롱하는 표현이다. 여자들이 운전도 못하고, 주차도 못한다며 비웃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에선 사고를 일으킨 차량 사진을 올리고 ‘김여사’의 작품이라며 조롱하는 놀이가 활발하게 벌어진다.

 

어떤 사람이 잘못을 했으면 그 사람만을 비판해야 한다. 그 사람이 남자라고 해서 남자 일반을 비판한다든지, 여자라고 해서 여자 일반을 비판하면 안 된다. 이렇게 그 사람이 속성을 일반화해서 집단 전체를 비판하는 것은 혐오발언의 일종으로 절대로 해선 안 되는 행동이다.

 

어떤 사람이 사고를 저질렀는데 그 사람의 피부색을 보고 ‘역시 흑인은 안 돼’, ‘역시 아시아인은 안 돼’, 혹은 국적을 보고 ‘역시 한국인은 안 돼’, 혹은 성별을 보고 ‘역시 여자는 안 돼’. 이런 식으로 비약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이원일 셰프가 여자운전자의 잘못된 주차행위를 목격했다 하더라도, 그 사람만을 비판해야지 ‘김여사’라며 여자 일반을 조롱하면 안 됐다. 그런데 이원일 셰프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어떤 사람이 주차했는지도 모르면서 단지 잘못 주차된 차량만 보고 ‘대한민국 김여사님들 파이팅!!’이라고 한 것이다. 이건 정말 심각한 망언이다. 여자운전자를 보고 ‘김여사’라고 조롱해도 이미 망언인데, 차량만 보고 덮어놓고 여자들을 조롱했다.

 

말하자면 일본에서 어떤 안 좋은 사건이 벌어졌는데, 그 사건을 접한 일본인들이 범인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조센징이 또 사고쳤구만’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있을 수 없는 막말이고 혐오발언이다.

 

이런 말을 방송에서 활동하는 인기 요리사가 아무 생각없이 SNS에 올리고, 대중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황당한 상황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중의 시민의식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또 여성혐오가 광범위하게 퍼져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여성혐오는 우리 네티즌 문화 깊숙이 번져있다. 남자가 사고를 치면 그냥 그 사람을 비난하지만, 여자가 사고를 치면 ‘00녀’라는 식으로 이름을 붙이고는 여자들 전체를 비난한다. ‘김여사’도 어떤 여자 운전자의 미숙한 운전을 여자들 일반에 대한 조롱으로 확대시키는 표현이다. 젊은 네티즌들은 ‘일베’ 등의 사이트를 중심으로 ‘김치녀’, ‘삼일한’(북어와 여자는 3일에 한 번씩 때려야 한다는 뜻) 등 갖가지 신조어들을 만들면서 여성혐오에 열을 올린다.

 

이러다간 여성혐오가 우리 인터넷 문화의 기본 성격이 될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서 이원일 셰프도 무심코 김여사 조롱 놀이에 동참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방송 요리사는 일반 네티즌보다 더 조심해야 하는 위치에 섰다. 요즘엔 웬만한 예능MC보다 셰프테이너가 더 스타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스타로 군림하는 유명 요리사들은 이제 단순히 요리 기술만 연마해선 안 된다. 해도 되는 말과 안 되는 말을 구분할 수 있는 인문사회적 소양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야 이원일 셰프처럼 무심코 올린 한 마디에 논란의 주인공이 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