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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5

 

<하재근의 문화읽기> 도 넘은 대학 축제 주점 '논란'

EBS | 문별님 작가 | 입력 2015.10.05. 23:01

[EBS 저녁뉴스] 

[EBS 뉴스G]

유나영

네, 대학 가을 축제가 한창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 대학은 학내 주점 메뉴 이름 때문에 

축제 자체가 취소되기까지 이르렀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알아보겠습니다. 

[스튜디오] 

유나영

방금도 얘기했지만 축제 주점에서 

희대의 살인마 이름을 내건 메뉴가 등장해서 논란이 있었어요. 

하재근

한 대학 축제 주점에서 메뉴가 오원춘 세트, 

그리고 또 고영욱 세트. 고영욱 씨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혐의를 받았던 인물이죠. 

이렇게 범죄자들의 이름을 내걸고 왜 하필이면 메뉴 이름을 썼을까, 

게다가 지금 오원춘 세트라면서 내놓은 음식이, 곱창볶음, 무뼈닭발 이런 건데, 

무뼈닭발이라는 것은 뼈를 발라낸, 뼈가 없는 닭발이라는 뜻이겠죠. 

또 오원춘이 행한 범죄가 바로 인체에 대한 엄청 잔혹한, 엽기적인 훼손,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데, 

바로 그러한 범죄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메뉴를 또 하필이면, 

뭐 곱창이니 무뼈니 이런 것들이 그런 것이어서. 

어떻게 음식 메뉴를 이렇게 잔혹한 범죄를 떠올리게 하도록 지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거고, 

여기에 대해서 문제가 굉장히 제기가 되니까 이 학생들이, 

우리는 지금 범죄를 이용하고 이게 아니라, 범죄자를 경계하고 범죄자들을 처벌하자는 의미에서 

이 포차, 이 주점이 포차인데. ‘방범포차’였다. 그러면서 범죄를 경계한다는 의미라고 해명을 한 건데, 

정말 자기들이 오원춘 세트, 고영욱 세트 이름을 지어서 범죄를 경계할 수 있다고 믿었다면, 

이건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지적 수준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거고. 

사실은 추측하기로는 범죄를 경계하고 이런 게 아니라 자극적인 이름을 내걸어서 주점을 홍보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러한 범죄자들의 이름을 내건 메뉴 자체가 재미있다고 생각을 해서. 

하나의 유희 차원에서 이런 이름을 적은 것이 아닌가라고 좀 추측이 됩니다. 

유나영

네, 저도 음식과 이름이 매치가 안 되어서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게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들이어서 

오히려 더 말씀하셨듯이 범죄를 희화화하는 것 아닌가, 이런 걱정을 하시는 분들 많아요. 

하재근 

그러니까 지금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벌써 10대들이 무엇을 해선 안 되는지, 그 윤리적인 기준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요즘에 또 젊은 네티즌들이 얼마 전에 세월호 희생자를 어묵으로 비하한다든지,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을 뭐 택배라고 한다든지, 

그리고 또 얼마 전에 한 남성 잡지에서 여성을 납치해서 성범죄하고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하는, 

이런 것을 암시하는 화보를 쓰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대학생마저도 이렇게 범죄를 희화화하는, 이러한 주점을 내건다면, 

우리 사회의 윤리의식 붕괴, 이러한 현상이 더 심화되지 않겠느냐, 

이런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유나영

네, 매년 반복되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대학 축제에 선정적인 표현이 너무 난무하는 것 아니냐, 이런 걱정스런 시각들도 있어요. 

지금 보니까 뭐 메뉴판에 모텔 내지는 성적인 걸 연상케 하는 그런 문구가 참 많더라고요. 

하재근

올해는 지금 벌써 형사적으로도 문제가 된 것이, 

성적인 표현 더하기 다른 사람 얼굴을 무단으로 갖다 써서, 

걸그룹 나인뮤지스의 경리 씨 얼굴을 무단으로 갖다 쓴 다음에 

거기에 성적인 의미를 표현하는 메뉴를 쓴다든지, 

아니면 주점 이름 자체를 뭐 술도 먹고 너도 먹고 일석이조,

이런 식으로 성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이런 식으로 써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작년 같은 경우에도 뭐 오빠 여기서 자고 갈래, 

이런 식으로 성적인 의미를 내건 주점 이름이라든가 성적인 메뉴라든가, 

아니면 뭐 기생 컨셉, 승무원 컨셉 이런 식으로 

마치 성인 유흥 주점을 방불케 하는 그런 것을 해서 문제가 됐었는데, 

올해 문제가 시정되기는커녕 범죄 희화화라는, 

더 안 좋은 형태로 대학생 축제 문화가 올해 나타나게 된 겁니다. 

유나영

이렇게 학생들의 놀이문화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데 

또 한편에서는 이것을 두고 지나치게 엄숙주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거 아니냐, 

이것도 표현의 자유로 바라봐야 되지 않을까, 

이런 일각의 그런 의견도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봐야 될까요?

하재근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대학생 청년 문화가 올바로 바로서 있는 가운데 

1년에 딱 한 번, 축제 때만 이런 일탈이 나타난다면, 

이것도 대학생들의 어떤 유희 문화겠거니라고 우리가 좀 가볍게 봐줄 수도 있겠으나, 

이미 청년 문화가 완전히 붕괴된 상태에서 

대학생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기성 산업문화에 그대로 영합하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축제 문화까지도 대학생만의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기성 사회의 상업적인 모습을 그대로, 그러니까 기성 사회가 어떤 여성의 성적인 상품화를 통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이런 모습을 대학생들이 주점을 열어서 똑같이, 

여성의 성적인 상품화, 심지어는 범죄 희화화, 

아주 자극적인 방식으로 지금 마케팅을 하면서 주점을 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대학생들이 젊었을 때, 학생 때부터도 벌써 이렇게 상업주의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과연 이 학생들이 나중에 사회로 나왔을 때, 20년 후, 30년 후.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되겠는가. 여기에 대해서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아무래도 언론 입장에서는 청년 문화가 보다 순수한 방향으로 갈 수 있게끔 

계속해서 문제들을 지적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이러한 역할을 언론이 해줘야 우리나라의 청년 문화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바로 설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자리에서도 우리가 이런 논의를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유나영

네, 맞습니다. 퇴폐로 얼룩진 축제를 보다 보면 상아탑의 특권인 자유를 넘어서 

방종의 모습까지 보이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임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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