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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6.

 

<하재근의 문화읽기> 故 신해철 1주기..되돌아보는 '마왕'의 음악

EBS | 문별님 작가 | 입력 2015.10.26. 21:22

[EBS 저녁뉴스] 

[EBS 뉴스G]

용경빈

한 주간의 문화이슈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故 신해철 씨의 1주기를 맞아서 

그의 음악세계를 되돌아보겠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스튜디오]

용경빈

27일, 내일이죠. 내일이 1주기가 되는 날인데 세월이 정말 빠르네요. 

벌써 1년이라니요. 어제는 유족과 팬들이 모여서 추모식을 열기도 했는데, 

아직까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재근

지난 주말에 포털사이트에서 ‘신해철’이라는 이름이 검색어 1위에 올랐고, 

그리고 지상파 방송사들도 이 쇼프로그램을 신해철 특집으로 그렇게 하기도 하고. 

인터넷상의 굉장히 많은 여러 매체들이 기사를 쓰고 거기에 댓글들이 달리고, 

아직도 신해철 씨를 추모하는 이런 열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신해철 씨는 한국 가요계에 거의 전무한 존재였다,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도 후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까 신해철 씨와 비슷한 존재가 앞으로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신해철 씨의 존재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신해철 씨를 향한 추모의 열기가 더 커지지 않을까, 

앞으로 10년 후에도 신해철 특집 여러 가지 방송들을 우리가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용경빈

괜히 그리워지는 것 같고요. 신해철 씨는 사실 생전에 ‘마왕’이라고 불리면서 

굉장히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었거든요. 그의 음악에서 어떤 점이 

이렇게 그의 음악을 사랑할 수 있게끔 만들었을까요?

하재근

신해철 씨의 음악에 사람들이 주류 가요계에서 보여주지 못하던 

도전정신, 실험정신 이런 게 있는 것인데요. 

신해철 씨가 처음에 가요제에서 ‘그대에게’로 출발을 해서, 청춘스타가 되죠. 

그래서 솔로 가수 활동을 하면서 이른바 꽃미남 청춘스타 컨셉으로 

‘슬픔 표정 하지 말아요’, ‘안녕’,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재즈카페’, 여러 히트곡들을 냅니다. 

그러니까 당대 최고의 인기 가수가 됐으니까, 

그냥 이러한 청춘스타 스타일로 신나는 노래 만들고, 발라드 만들고 

이러면서 계속 활동했으면 스타로 활동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건물도 사고, 

호위호식 하면서 그렇게 잘 살았을 텐데, 이러한 청춘스타의 길을 뒤로 하고 가시밭길을 선택합니다. 

스스로 밴드를 만든 거죠. 

밴드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주류 가수가 하기가 매우 어려운 분야인데, 요즘도 그렇습니다. 

밴드를 만들어서 대중적인 록발라드 이런 걸 한 것도 아니고 

완전히 정통 록 음악을 하면서, 그것도 또 우리나라에서 

록 뮤지션들도 거의 시도하지 못하는 프로그레시브 록이라는 아주 난해한 음악까지 하고, 

거기에 또 일렉트로닉도 아주 굉장히 일찌감치 시도를 하고. 재즈도 시도를 하고, 

여러 가지 신해철 씨가 했던 음악적인 시도 덕분에 

우리가 1990년대에 음악적인 르네상스가 왔었다고 이야기를 하는, 

바로 90년대 르네상스의 상당 부분을 신해철 씨의 다양한 시도들이 감당하고 있다. 

그러한 음악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팬들이 아직까지도 신해철 씨의 음악을 그리워하는 거죠. 

용경빈

사실 이제 그의 그런 음악에서도 보면, 그의 가사를 또 빼놓고 얘기할 수 없거든요. 

어떤 부분들을 보면 삶이 정말 그대로 투영이 되기도 하고, 

뭔가 좀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노랫말들이 있어서 더 그런 것 아닌가 싶어요.

하재근

신해철 씨는 음악적 실험에 가사가 얹어지면서 

한국 가요계에 전대미문의 경지로 나아갔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가 있는데. 

신해철 씨의 ‘민물장어의 꿈’, 그 노래만 하더라도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여기서 ‘성난 파도 아래 깊이’라는 것은 자기의 참 자아를 말하는 거죠. 

거기에 ‘이를 수 있다면.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그러니까 자신의 자아의 진면목이라든지 진리 탐구, 

이러한 의미를 대중가요 가사 속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고. 

이게 신해철 씨가 막 청춘스타로 발돋움했던 그 초기부터 이런 식의 주제의식을 신해철 씨는 담고 있는데, 

바로 1989년작인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이 노래를 보면 가사가,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여기서 이제 대답을 찾는다는 게 결국에는 진리를 찾는다, 

내 자아의 진면목을 찾는다 이런 건데, 우리나라 가요의 가사라는 것이 

거의 다 이른바 사랑 타령, 이런 것이 많았는데 

신해철 씨는 그 속에서 이러한 진리를 향한 치열한 구도자적인 열정, 

이런 것들을 담아냈기 때문에 매우 뜻깊은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용경빈

지금 다시 보니까 굉장히 강력한 메시지들이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최근에 보면 말이죠. 천경자 화백의 별세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들이 다시 조명을 받는 그런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신해철 씨와 그리고 천경자 화백의 어떤 공통점, 예술가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하재근

천경자 화백이 우리나라 여류 화백 중에서 최고라고 알려진 분인데, 

얼마 전에 별세해서 화제가 됐죠. 천경자 화백이 생전에 무슨 얘기를 했냐면 

‘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을 그리지 않고,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하더라도 나 자신만의 화풍을 개척하기 위해서 

끝없이 성찰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진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신해철 씨도 보면 남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음악적인 세계를 끝없이 탐구해가기 위해서, 

그리고 사람들이 자기한테 돌을 던질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끝없이 사회적인 발언을 하면서 계속해서 이 사회에 파열음을 내고. 

이러한 식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서 고찰해가고 치열하게 삶을 해나가는 이런 구도자적인 자세, 

이러한 것들이 신해철 씨나 천경자 화백이나, 이런 분들한테 있었던 것이고. 

그런데 요즘에 신한류시대, 요즘 아이돌들이 부르는 노래는

 자기의 음악세계를 위한 탐구가 아니라 남들은 무엇을 좋아하는가, 

트렌드를 좇아가는 것, 이런 식의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신해철 씨의 음악세계의 중요성이 다시금 회고되고 있습니다. 

용경빈

괜히 더 그리워지는 얘기가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어제부터 내일 오전까지 비 소식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간만에 들려오는 비 소식인데, 뭔가 하늘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를 추모하기 위해 세상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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