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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오마이비너스 신민아가 역변한 이유

 

신민아의 역변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가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10% 직전까지 갔다. 게시판 반응도 호평이 대부분이다. 소지섭과 신민아의 러브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신민아는 21세기 비너스에서 고대 비너스로 역변한 인물이다. 고대 비너스란 1908년에 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에서 발견된 여자 조각상으로, 흔히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라고 불린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뚱뚱한 몸매인데, 과거 풍요와 다산을 상징한 조각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굶주렸던 옛날엔 마른 몸매보다 살집이 많은 몸매를 더 선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살이 미녀의 적으로 여겨진다. 살을 빼기 위해 10대 시절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하는가 하면, 심지어 약을 먹거나 의술의 도움까지 받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고대 비너스처럼 살이 많다는 건 결국 예쁘지 않은 여자라는 설정이겠다.

 

신민아는 어렸을 때 미스코리아 제의까지 받았을 정도로 날씬했지만 성인이 된 후 고대 비너스 체형이 돼버린 여자로 등장한다. 거기에 건강 상태도 부실하다. 남자 친구에게도 차인 상태다. 식생활도 엉망이다. 흔히 미인은 자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신민아는 코까지 골며 추레하게 잠든다.

 

 

반면에 소지섭은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모델 체형의 미남이다. 극중에서 의사로 나온다. 거기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헬스트레이너이며 이종격투기 챔피언을 제압할 정도로 강한 육체까지 지녔다. 동시에 재벌 2세이기도 하다. 호텔 스위트룸을 고시원처럼 가볍게 이용할 정도의 재력이 있다.

 

그런 소지섭이 신민아 앞에 등장한다. 꽉 조인 복대로 숨도 못 쉬고 혼절한 신민아를 구해주고, 그 이후에도 신민아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구해준다. 신민아의 가장 추한 모습을 모두 보고도 받아들인다. 그리고 신민아를 개조시키는 구세주의 역할을 한다.

 

극과 극 남녀의 설정인 것이다. 최악의 상황인 여자와 최고의 조건인 남자를 연결시키는 구도다. 바로 이런 설정을 위해 신민아는 고대 비너스로 역변해야 했다. 이것은 이 드라마가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는, 혹은 예쁘지 않은, 몸매가 이상적이지 않은 평범한 여자들을 위한 판타지라는 걸 말해준다. 말하자면 흙수저 여성용 판타지라고 할 수 있겠다.

 

 

평범한 여자의 손을 백마 탄 기사가 잡아준다는 설정은 고전적인데, 요즘 여자들의 자아상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평범의 수위가 지하 깊숙이 굴착해들어가고 있다. ‘시크릿 가든때만 해도 열심히 일하는 멀쩡한 여자 수준이었지만, 최근 종영한 그녀는 예뻤다로 오면 멀쩡한 황정음 얼굴에 색칠을 하고 머리를 산발로 만들어 외모를 억지로 망가뜨렸다. 그래야 요즘 평범한 여자 시청자들이 마치 자기 일인 듯 감정이입을 할 것이라고 계산했을 것이다. 계산은 적중했다. ‘그녀는 예뻤다는 최고 시청률 18%라는 이례적인 성공을 거뒀다.

 

 

여자 이미지가 지하로 떨어질 때 남자 이미지는 구름 위로 날아오른다. 얼굴, , 근육, , 지성 등이 종합선물세트로 구비된 남자가 역변녀에게 목을 맨다. 까칠한 성격 빼고는 완벽한 남자들이다. ‘오 마이 비너스에선 소지섭의 근육, , 지성, 재력, 집안 배경 등이 번갈아가면서 과시된다.

 

이렇게 도식적인 판타지 구도가 끝없이 반복되는 것도 놀랍고, 그것이 계속해서 성공을 거두는 것은 더 놀랍다. ‘그녀는 예뻤다는 속셈이 다 보이는 너무나 노골적인 설정이라 보기 불편할 정도였는데도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 성공이 오 마이 비너스까지 이어지면서 이제 역변찌질녀와 완벽남 장르가 굳어질 기세다. 트렌디 미니시리즈가 이렇게 굴러가는 것을 보면 주말 막장드라마만 비난할 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