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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제2의 별에서 온 그대 제작이 가능할까

 

중국에서 대박이 났던 별에서 온 그대가 드디어 중국에서 방영된다. 중국 안휘 위성TV에서 129일부터 방영된다고 한다. 중국 대박 이후 중국 TV 방영까지 2년이나 걸린 셈이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 TV에서 방영되지 못한 것은 심의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미신을 규제한다. 그래서 드라마에 외계인, 도깨비, 귀신 등이 등장하면 안 된다.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도민준은 수백 년을 사는 초능력 외계인이기 때문에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2년에 걸친 반려와 재심의 끝에 이번에 겨우 통과됐다고 한다.

 

이번 통과도 불확실했는데 최근 박해진의 치즈 인 더 트랩이 중국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그것이 별에서 온 그대심의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런 외부요인이 아니었다면 별에서 온 그대중국 TV 방영은 더 오래 기다려야 했을 수도 있다.

 

 

중국에 수출을 해야 하는 제작사 입장에선 이렇게 까다로운 심의, 오랜 기다림, 불확실한 전망 등은 악몽이다. ‘별에서 온 그대2년을 고생하는 것을 보며 다른 제작사들은 중국 심의의 위력을 실감했을 것이다. 앞으론 중국 심의의 입맛에 맞는 쪽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별에서 온 그대TV방영을 안 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한국이 관련 수익까지 얻게 된 건 인터넷이라는 통로가 있기 때문이다.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에서 40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후 중국당국이 인터넷 통로에까지 규제의 장벽을 쳤다는 점이다.

 

중국의 방송 담당 정책부서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TV에만 적용됐던 사전심의제를 작년부터 인터넷에까지 확대했다. 이것으로 TV 방영 없이도 드라마 수출을 이뤄냈던 별에서 온 그대모델은 폐기됐다. 이젠 중국 당국의 사전심의에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 적어도 수출을 하려면 말이다.

 

물론 심의를 받지 않아도 중국 사람들이 불법다운로드를 통해 우리 드라마를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경우 우리 제작사에 수출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수출 수익이 안 생기면 제작비 조달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진다.

 

그 결과 오랫동안 관계자들이 그렇게 노래를 불렀어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드라마 사전제작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영애, 송승헌의 신사임당’. 송중기, 송혜교의 태양의 후예’, 김우빈, 수지의 함부로 애틋하게등이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다. 드라마를 사전에 제출해 중국 당국의 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의 질적 향상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쪽대본 생방송 제작 관행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업계는 요지부동이었다. 심지어 쪽대본 생방송 시스템이 우리 드라마의 경쟁력이라는 황당한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시청자의 반응을 보고 그때그때 줄거리를 결정하기 때문에 시청자 친화적 작품이 완성된다는 논리였다. 이런 궤변 속에 완성도라는 가치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갔고, 배우들은 수액을 맞아가며 죽음의 행군으로 촬영에 임해야 했다.

 

그랬던 우리 제작업계가 중국발 심의 폭탄 한 방으로 단번에 사전제작 시스템을 도입했다. 중국의 영향력이 이렇게 크다. 여기에 중국 자본의 쓰나미까지 몰려오는 중이다. 중국 자본이 드라마 제작에 투자하거나 아예 제작사 지분을 사들인다. 이렇게 되면 우리 드라마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최종 제작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중국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처음부터 중국의 심의를 염두에 뒀다면, 과연 별에서 온 그대를 만들 수 있었을까? 심의 통과에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데 말이다. 그런 모험을 할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건 제 2별에서 온 그대가 못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처럼 중국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강화되면, 결국 우리 제작업계의 상상력과 기획력이 중국 심의 규정에 고정될 수 있다. 사전제작제가 정착되는 것은 반갑지만, 중국 심의용 사전제작이란 점이 우려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