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중사회문화 칼럼

정치인보다 재벌 갑질이 문제다

 

또다시 재벌3세 갑질논란이 터졌다. 이번엔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대림그룹의 창업주인 고() 이재준 명예 회장의 손자이자 이준용 명예회장의 아들로 지난 2011년에 대림산업 대표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운전기사에게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사이드미러와 룸미러를 보지 않고 운전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운행이 불안해지면 폭언을 퍼부었다고 한다. 그의 운전기사를 했던 사람은 며칠만 근무하고도 환청과 불면증에 시달릴 만큼 폭언이 심각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또, 몸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운전과 앞차와의 간격 유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부드러운 운전과 간격 유지는 양립할 수 없다.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선 앞차의 움직임에 맞춰 출발/정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가능한 요구를 하면서 폭언을 퍼부었다고 운전기사는 주장했다. 처음엔 폭언 보도만 나왔는데 나중엔 폭행까지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심지어 폭언에 부인까지 가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실이라면 희대의 막장 금수저 부부 사건이다.

 

, ‘사람을 종이컵처럼 버린다고 할 정도로 수행기사를 수시로 잘랐다고 한다. 1년 동안 40여 명에서 심지어 반 년 정도 만에 50여 명이 거쳐갔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때문에 이 부회장의 운전기사 자리는 근무자가 있어도 상시모집이었다고 한다. 이 부회장 측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처음엔 부인하다고 결국 사과했다. 그렇다면 제기된 의혹들 중 적어도 일정 부분은 사실인 걸로 보인다.

 

이 사안이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부회장의 갑질이 회사 차원에서 구조적으로 벌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는 점에 있다. 이 부회장 맞춤형 운전기사 수행가이드라는 매뉴얼까지 제작해 그걸로 운전기사들을 교육했다는 의혹이 보도된 것이다.

 

거기에 보면 본의 아니게 여러 이유로 과격한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절대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본의 아니게 실언하실 경우 수행기사는 곧이곧대로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잘 인내하여야 한다)' 등의 내용이 있다. 회사 차원에서 구조적으로 운전기사에게 고위층의 감정받이노릇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그 운전기사도 존엄한 인간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인데 말이다.

  

  

땅콩회항사태부터 주차관리실에서 노트북을 집어던지며 행패를 부린 기업 2세까지 재벌가 2,3세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제는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할 정도로 기업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인데, 그 기업을 운영할 사람들이 이렇게 서민을 무시한다면 기업경영이 제대로 될 것이며 우리 국가경제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국회의원 갑질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많지만 정치인들은 대중과 매체에 의해 상시적 감시를 받는다. 그들은 공인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재벌 2,3세들은 연예인보다도 감시를 덜 받는다. 하지만 재벌 2,3세의 영향력은 국회의원 한두 명에 비할 바가 아니다. 수많은 국민들의 삶이 직간접적으로 재벌 2,3세의 결정에 영향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의의원 이상으로 이젠 재벌 2,3세의 능력과 인성에 주목해야 한다.

 

한 재벌가 운전기사의 주장에 따르면, 이해욱 부회장 논란과 같은 성격의 갑질이 재벌가 3세에게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장치 이런 이들이 한국 재계를 좌지우지하게 될 때 과연 서민과 국가공동체를 생각하는 경영이 가능할까? 인간의 존엄성을 모르는 이가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재벌가 2,3세 갑질 논란을 일시적인 가십 그 이상으로 생각해야 한다. 재벌가에서도 자손들에게 이익 추구 위주의 경영수업만 시킬 것이 아니라, 덕성과 시민성을 반드시 길러줘야 할 것이다. 정치인의 시민성 이상으로 재벌 2,3세의 시민성도 철저히 감시해야 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