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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7.

 

<하재근의 문화읽기> 홍상수·김민희 보도에 나타난 문제점

EBS | 문별님 작가 | 입력 2016.06.27. 21:25

[EBS 저녁뉴스]

[EBS 뉴스G]

용경빈

한 주간의 문화이슈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얘기죠.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씨에 대해 얘기 나눠보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스튜디오]


용경빈

방금 말씀드렸지만 지난주에 정말 굉장한 충격을 준 두 주인공입니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씨. 두 사람의 스캔들이 어마어마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하재근

홍상수 감독이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감독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밖으로 나가면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작가, 예술감독, 이렇게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유명한 분이 우리나라에서 여배우와 사랑에 빠졌는데 그 감독이 하필이면 유부남이었다, 이러면서 불륜 스캔들, 이렇게 비화가 되면서 한국에서 엄청난 화제가 있었고 외국에서 외신까지 나온 사건입니다. 


용경빈

이 사건을 두고 그런 만큼 각 매체들이 특종 경쟁이 굉장히 치열했거든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일단 짚어볼까요? 


하재근

이 사건 관련해서 매체들이 돌아가면서 특종 기사를 냈는데, 초기에 한 인터넷 폭로 매체에서 특종 기사를 냈었는데 너무나 확정적인 사실인 것처럼 기사가 죽 나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취재를 굉장히 다각적으로 했나 보다 했는데 보니까 취재원이 홍상수 감독의 지인, 한 명 말만 듣고 마치 확정적으로 쓴 것처럼, 그런 식으로 써 있어서 기사를 어떻게 이렇게 쓸까?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그리고 기사의 내용이 스토리가 어떻게 돼 있는 거냐면 홍상수 감독은 다정한 남편, 가정적인 남편, 모두가 부러워하는 화목한 가정이었는데 김민희 씨가 악녀로 등장해서 마치 이 남편을 빼앗아 간 것 같은, 이런 스타일로 기사가 구성이 되어 있다 보니까 거의 이건 뭐 주말의 막장 드라마 스토리에 기사 내용을 맞춘 것 아니냐. 뭐 여튼 이런 식의 의혹까지 갖게 하는 그런 기사도 있었고. 또 김민희 씨가 어떤 굉장히 가증스러운 말을 했다고 해서 전국의 여성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는데, 그것도 김민희 씨라든가 여러 제삼자들의 취재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그것도 신빙성이 좀 의심스러운 것이고. 그다음에 또 한 일간지에서 또다시 특종 기사를 냈는데 이번에는 김민희 씨 어머니하고 홍상수 감독 부인이 메시지로 대화를 나눴다는 걸 대화창을 기사로 냈는데 이것도 홍상수 감독 부인이 나중에 주장하기로는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또 김민희 씨 CF 출연을 못하게 돼서 그 비용을 홍상수 감독이 메워줘야 하기 때문에 가족들한테 생활비를 끊었다고 해서 공분이 일어났는데 그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나중에 이야기가 나오면서, 지금 우리나라 언론의 신뢰도가 어디까지인가, 언론 기사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온 사건입니다.


용경빈

네, 지금 얘기를 해주셨지만 정말 검증되지 않은 이런 특종들과 기사들 어떻게 바라봐야 될까요? 

하재근

그러니까 언론사가 기사를 아무리 쓰고 싶어도 뭔가 취재원이 제한되어 있으면 제한돼 있는 상황 속에서 인용을 해가면서 누구는 이렇게 주장했다, 이렇게 주장했다 이런 식으로 기사를 써야 되는데 마치 모든 일을 다 아는 것처럼 이렇게 확정적으로 기사를 쓰는 것은 우리나라 언론의 기본적인 소양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거고, 그리고 마치 주요 인물들의 대화를 실제로 녹음이라도 한 것처럼, 녹취라도 한 것처럼 이렇게 메시지창으로 대화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기존에서도 사실은 오보 논란이 있었는데, 설마 이번에, 기존에 오보 논란이 있었으니까 이번에는 조심하겠지 했는데 또 다시 이번에 오보 논란이 일어나면서 결국 우리나라 언론의 지나친 어떤 양식부조, 그리고 대중한테 확실한 기사를 전해주려는 상업주의적인 욕구, 이런 것 때문에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들고 있는 것이고, 게다가 이게 이런 기사 내용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막장 드라마 구조랑 거의 비슷하다 보니까, 막장 드라마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인데, 결국 우리나라 언론 기사도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욕하면서 보는 기사, 이렇게 되어 가는 거 아니냐, 굉장히 자탄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용경빈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마치 소설로 치면 전지적 작가 시점의 어떤 소설을 저희가 소비하고 있었던 건데, 이런 기사를 소비하는 대중들에게도 문제가 없지는 않죠?


하재근

그렇죠. 대중들은 어느 사건이 생겼을 때 확실한 내용을 원하는 겁니다. 그런데 사실 이 세상에 확실한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 이 사람한테 이만큼 정보를 얻고 이 사람한테 이만큼 정보를 얻고 짜맞추고 이렇게 하는 건데, 그 제한된 정보 속에서 확실한 걸 주는 게 뭐냐면 찌라시라고 우리가 부르는, 모든 게 다 확실한 거죠.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신빙성이 높은 언론은 보다 기사 내용이 답답합니다. 찌라시에 비하면. 그런데 이번에 거의 찌라시 비슷한 기사들이 나온 거 아니냐. 대중들이 바로 그런 확실성을 원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대중이 불확실한 걸 불확실하다고 인정하지 않고 사실 확인 단계를 건너뛰면서 그다음에 무조건 확실하게 규정을 내리고 돌을 던지고, 누구를 죄인으로 낙인찍고 이런 걸 하기 시작하면 결국 그 나라의 시민적 성숙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는 거고, 이러한 신빙성이 떨어지는 기사들을 소비하는 대중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의 시민사회의 성숙도는 미래 발전 지향성이 거의 희박해지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성숙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대중도, 언론도, 불확실한 건 불확실하다고 인정하고 답답한 건 인정한 상태에서 차근차근 사실 관계를 쌓아 올라가는 그런 인내심과 사려 깊음 이런 것을 기를 필요가 있습니다. 


용경빈

인터넷을 보니까 이런 말이 보입니다.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패러디한 제목인 것 같은데, 그만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건임은 인정합니다만, 이런 것들을 소비하는 대중들과 만들어내는 언론들, 깊이 좀 다시 한 번 돌이켜 봐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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