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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1.

<하재근의 문화읽기> 박유천, 리쌍 사건에서 나타나는 담론 현상

EBS | 문별님 작가 | 입력 2016.07.11. 21:39

[EBS 저녁뉴스]

[EBS 뉴스G]

유나영

한 주간의 문화이슈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가수 박유천 씨와 리쌍 등 연예인 관련 사건들에서 나타난 여러 담론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어서 오시죠. 


[스튜디오]

유나영

먼저 박유천 씨 사건을 살펴보면요, 지금 나온 성폭행 4건에 대해서 경찰이 무혐의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데, 초기에 나온 언론보도들은 어쩐지 유죄 쪽으로 단정 짓는 경향들을 보였어요. 

하재근

네, 박유천 씨 사건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아직은 모르는데, 그것과는 상관없이 초기에 나온 보도가 여러 매체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거의 뭐 박유천 씨 성폭행 유죄를 단정 짓는 듯이 보도를 했고, 그리고 뭐 이제 방송 패널들이 방송에 나와서 이야기할 때도 성폭행 같은 경우에는 물증 없이도, 진술, 피해자의 진술만 가지고도 입증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많이 이야기했는데, 이것도 결국에는 박유천 씨가 성폭행을 한 것이 아니냐라고 좀 무게중심을 두는, 그런 식의 이야기들이었던 것이고, 그리고 또 이제 일부 종편 같은 데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가능성을 열어 놓고, 과연 그 유흥주점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디테일하게 사건을 하나하나 재연해가면서 의문을 제기하는, 예를 들어서 유흥주점 화장실에서, 룸 안의 화장실에서 과연 성폭행이 가능한가, 이런 식의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그것을 보고 너무나 선정적인 보도였다면서 또 비판을 하고, 그러니까 사실 관계를 찾아나가는 노력보다는 그냥 어떤 무조건 피해여성이 주장을 했기 때문에 이것은 성폭행이 맞는 것 아니냐, 이렇게 단죄하는 듯한, 이러한 보도 논조가 상당히 강하게 나왔었습니다.


유나영

네, 저도 생각나는 보도 중의 하나가 화장실 성폭행을 시뮬레이션으로 나타낸 듯한 그런 보도가 좀 생각이 나는데 그런 식의 선정적인 보도가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요?

하재근

선정적인 보도가 문제가 아니라, 선정적인 보도는 평소에 문제가 되는 거고,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 선정적인 보도보다도, 지금 많은 매체들이 어떤 사건에 접근하는 방식이 가치, 어떤 당위, 옳고 그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있고 사실 관계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번 박유천 사건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매체들이 상당 부분 가치, 당위의 관점에서 접근을 했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그동안 우리나라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여성들의 입장이 많이 사회적으로 반영이 안 됐었고, 그분들이 억울한 상황을 많이 겪었고, 물증이 제시 안 됐다 보니까 말만으로 인정이 안 되고 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성의 직업이라든가 술을 마셨네 안 마셨네 치마 길이가 얼마네, 이런 거 가지고 계속 2차, 3차 피해를 당하니까 사회적 가치의 차원에서 이제 그래선 안 된다, 성폭행 피해 여성의 인권을 보호해야 되고, 그들의 어떤 진술에 우리가 귀를 기울여야 된다, 유흥업소 종사자라 할지라도 그들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다면 그말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가치의 당위성이 있는 거죠. 그걸 이 사건에 덮어 씌워서 실제 사건 관계는 도외시하고 어쨌든 그러한 한국사회의 맥락이 있으니까 이번 경우에도 유흥업소 여종업원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하게 그런 식으로 편파적인 보도가 나왔다고 하는 것이고요. 그리고 또 기존에 선정적인 보도는 하면 안 된다는 가치 당위론이 있기 때문에 그것도 이 사건에 덮어 씌워서 박유천 사건의 진실을 알아나가는, 파헤치려는 그 세밀한 보도마저도 이것은 선정적인 보도다라면서 괄호를 쳐놓고 결국에는 일방적인 보도가 나왔다는 겁니다 

유나영

박유천 씨 사건 외에도 최근에 가수 리쌍과 리쌍 건물의 세입자간의 갈등도 이런 식으로 좀 여론몰이가 있었어요. 

하재근

그게 여론몰이라고 하기엔 좀 뭐하지만 어쨌든 가수 리쌍의 건물에 세입자하고 분쟁이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역시 또 우리나라 일부 매체들이 가치, 당위의 관점에서 접근을 하다 보니까 우리나라는 지금 철거가 문제가 되고 건물주의 갑질에 을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고 이런 일들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가치를 이 사건에 덮어 씌우니까 결국 이것은 리쌍은 엄청난 갑질하는 악덕 건물주가 되고 세입자는 불쌍한 을이 되고 이런 식의 보도가 나왔다는 거죠. 그래서 리쌍은 용산 참사를 기억하라 이런 식의 보도까지도 나온 건데, 사실은 사실 관계로 접근하면 리쌍이 정말 악덕 건물주인지, 세입자가 정말 그렇게 불쌍한 사람인지, 아직 모르는 건데, 너무 가치일변도로만 보도가 나왔다. 이런 식으로 사실관계보다 가치가 위에 올라가는 현상, 이게 어느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냐면 봉건적인 사회에서, 서양 중세 때는 가톨릭의 가치가 사실 관계 위에 있었고, 그래서 지동설을 연구할 수가 없었고. 조선시대 때는 성리학적 가치가 모든 사실 관계 위에 있었고, 지금 북한은 수령님의 가치가 모든 사실 관계 위에 있고. 이런 게 바로 봉건적 사회의 특징이고, 근대사회는 사실 관계가 가치로부터 해방이 돼서 자유롭게 사실 관계를 파헤칠 수 있는 게 근대사회인데, 우리나라 일부 매체가 이번에 박유천 사건, 리쌍 사건 이런 데서 나타난 태도가, 좀 가치일변도의 봉건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니냐, 이런 우려가 나타났습니다. 


유나영

네, 편파적인 언론 보도 외에도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참 말이 많았는데요. 좀 짧게 네티즌들 여론의 문제도 짚어봐주시죠. 

하재근

리쌍 사건에서 네티즌들이 이제 리쌍 측을 옹호하면서 법을 이야기한 거죠. 법을 지켰는데 뭐가 문제냐. 그런데 우리가 또 사회적 담론을 이야기할 때 법은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법은 법정에서 판단할 때 준거가 되는 것이지, 사회적 담론은 법을 뛰어넘어서 우리가 논의를 해야 되는 거고, 그 담론의 결과를 모아서 국회에서 만들어지는 게 법인 겁니다. 그러니까 담론이 법 위에 있어야 되는 건데, 지금 법의 기준에서 리쌍을 옹호하는 것도 뭔가 이건 좀 문제가 있는 거고, 우리 사회에서 요즘에 특히 TV 방송 계통에서 어떤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항상 법 계통의 사람들이 TV 논평자로 등장을 해서 법을 기준으로 모든 이슈를 평가하는 이것 자체가 한국 사회의 수준이 너무 낮아지는 것 아니냐, 그리고 대학생 토론회 때도 제가 심사위원으로 가보면, 학생들이 어떤 가치를 주장할 때 그 근거로 법을 제시할 때가 많아서 결국 우리 사회의 담론의 수준이 너무 가치론이라든가 당위론 위주로 가는 것도 문제가 있고, 또 법을 너무 준거로 삼는 것도 문제가 있고. 여러 모로 우리 사회의 담론의 수준이 낮아지는 것 아닌가, 그런 우려가 들고 있습니다. 

유나영

네, 가치 중심을 벗어나서 사실 관계에 입각한 보다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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