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퍼온이미지

2016.07.18.

 

<하재근의 문화읽기> 헌법정신의 현주소는?

EBS | 문별님 작가 | 입력 2016.07.18. 22:36

[EBS 저녁뉴스]

[EBS 뉴스G]

유나영

네, 어제가 바로 68번째 제헌절이었습니다. 오늘은 우리 사회 헌법정신의 현주소를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들여다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스튜디오]

유나영

말씀드린 대로 어제가 제헌절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헌법 정신이 제대로 세워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하재근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이고요. 일례로 최근에,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 주민 대표가 관리소장한테 종놈이라고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너희들은 월급을 받는 종이고, 나는 너희들한테 월급을 주는 주인이다, 너희들은 주인의 말만 들으면 된다, 이런 식으로 폭언을 퍼부은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이런 것들이 우리의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을 하고 있는데, 공화국이 뭐냐면 바로 신분제를 폐지하는 것에서 공화국이 시작하는 겁니다. 신분제를 폐지했다는 것은 모든 시민은 자유롭고 존엄한 존재다. 모두가 자유롭고 존엄하기 때문에 평등한 것이죠. 그래서 절대적인 평등 관계에 있는 것이고 아무리 월급을 주고받는다 하더라도 인격적으로는 이 평등한 관계에서는 벗어나지 않는 겁니다. 평등한 상태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이 월급에 상응하는 서비스만 제공하면 되는 것인데, 지금 월급 준다고 해서 상대방을 종놈 취급하면서 나에게 인격적으로 예속된 존재인 것처럼 이렇게 대하는 것은 우리의 헌법 정신이 지금 무너지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사태인 겁니다. 


유나영

네, 주어진 권력이 마치 당연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것 마냥, 갑의 횡포가 보여졌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 사회에서 나타난 이런 갑질들의 행태 역시 준법 정신에 어긋난다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재근

준법 정신 차원이 아니라 지금 헌법 정신을 사람들이 유린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건데. 월급 주는 사람들이 특히 큰 기업체 오너 이런 분들이 자꾸 월급 받는 사람들을 거의 뭐 인격적으로 거의 무시하는 이런 행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최근에 어느 재벌에서 수행기사, 운전기사한테 갑질하고 욕설을 퍼붓고, 그러한 사건도 있었고, 또 과거에는 너무나도 유명한 땅콩 회항 사건, 그때도 보면 재벌가 오너 집안 사람이 직원을 무릎을 꿇리면서 인격적으로 모욕한 그런 사건도 있었고. 그리고 꼭 재벌가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반인들도 예를 들어서 백화점 고객 이런 분들도 보면 고객 갑질, 자신이 물건을 산다는 이유로 마치 자기가 귀족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백화점 직원을 무릎을 꿇린다든지 이런 것들도 다 사람의 평등한 어떤 가치, 인간 존엄성을 무시하는, 반헌법적 행태라고 할 수가 있고, 그리고 이제 공화국이 신분제를 폐지했다고 하는 것은 인간의 평등성뿐만이 아니라 또 하나가 뭐냐면 세습을 폐지한 겁니다. 그런데 요즘에 우리나라는 부잣집에서 그 자식이 결국 다시 부자가 되고, 가난한 집에 태어나면 결국 가난해지는 거 아니냐.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부러졌다, 이런 말이 나온다고 하는 것은 결국 세습도 살아나고 있다, 그러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별, 수직적 질서가 살아나고 세습이 살아난다는 건 뭘 뜻하는가, 결국 신분제가 부활하고 있다. 신분제가 부활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이고, 그다음에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런 말이 나도는 것도 봉건시대 특징이 귀족이냐 평민이냐 따라서 형률의 적용이 달랐는데 결국 공화국에서 유전문죄 무전유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은 봉건사회로 회귀하고 있다, 헌법정신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겁니다. 


유나영

네, 요즘 많이 나오는 흙수저론, 금수저론도 이런 것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자 이번엔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교육에선 이 헌법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나요?

하재근

이게 이제 교육제도가 얼마나 중요한 건가 하면,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고 공화국을 선포한 이후에 제일 먼저 손본 제도 중의 하나가 교육제도입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다양한 조건에서 태어나지만 교육제도를 통해서 똑같은 출발선상에 놓여서 똑같이 경쟁을 할 수 있게 되고 교육제도를 통해서 수직이동, 계층이동, 사다리, 이게 가능해져야 되는 건데 그게 공화국의 교육제도인데,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지금 오히려 부모의 신분을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그 어떤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결국 학교 서열 체제와 사교육비라는 부분이, 일류학교, 이류학교, 삼류학교가 있고, 사교육비 많이 쓰면 일류학교 들어가고, 돈을 못 쓰면 삼류학교 들어가고, 이런 식의 구조를 통해서 부모의 지위가 자식에게 대물림되는, 이런 구조가 나타난다고 하는 것이고. 그리고 사교육비뿐만이 아니라 그냥 교육비도 전문대학원 이런 거 만들면서 엄청난 교육비를 써야 되니까 가난한 사람은 가기 힘들고, 그리고 입학 면접 같은 것 볼 때도 부모 직업, 할아버지 직업 이런 것까지 따지는 것 아니냐라는 의혹이 있는데 결국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공화국을 파괴하면서 봉건제도, 신분제도를 다시 부활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의혹이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나영

뭐 멀리서 볼 것도 없이요, 바로 지난 주였습니다. 교육부의 고위 관료가 국민을 상대로 굉장히 상처되는 말을 해서 막말 파문이 일었었죠?

하재근

그렇죠. 교육부의 고위 관료가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된다, 그리고 심지어 99%의 국민을 동물에 비유하는, 엄청난 파문이 있었는데 바로 그런 말을 내뱉은 관료가 승승장구한 것을 보면 교육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냐. 그러한 관료가 승승장구한다는 교육부에서 과연 공화국의 정신에 입각한 제대로 된 교육제도가 나올 수 있는 것이냐, 국민으로서는 그러한 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고. 결국 우리나라의 관료 사회라든가 사회 지도층, 부유층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굉장히 클 수밖에 없는 건데 문제는 이렇게 헌법 정신이 무너지고 있는 와중에 제헌절이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됐습니다. 뭔가 제헌절의 의미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그런 느낌이 드는데, 내년부터라도 제헌절을 다시 공휴일로 제정해서 좀 제헌절만이라도 헌법정신을 대대적으로 우리 사회가 되새기고 전체적으로 대한민국의 헌법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민주공화국이 무슨 뜻인지, 그런 걸 범국가적으로 학습하는 그런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유나영

네,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개개인의 존엄성이 존중되고 국민을 나라의 주인으로 인정할 수 있는 그런 헌법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날로 거듭나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