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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주식부자 이희진 사태, 방송이 만들었다

 

이른바 청담동 주식부자’, ‘청담동 백만장자등으로 알려진 이희진이 구속돼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2년 간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회사를 설립해 1670억 원 가량의 주식을 매매한 혐의, 올해 2월부터 반년간 원금을 보장하고 수익을 올려준다며 220억 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은 혐의, 지난해 1월부터 1년여간 비상장 주식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방송에서 포장해 이야기한 뒤 주식을 팔아 150억 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희진을 스타로 만들어준 건 방송이다. 그는 증권방송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종편과 케이블TV의 예능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인 스타가 됐다. 그 외에 이희진의 직접 출연 없이 그의 화려한 생활상과 엄청난 재산을 소개한 방송프로그램도 있었다. 그를 연예인처럼 내세운 것이다. 한 프로그램에선 관상전문가가 나와 이희진 사진을 띄워놓고 돈을 엄청나게 벌 관상이라는 식으로 방송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방송을 통해 이희진은 무일푼에서 출발해 신기에 가까운 투자감각으로 엄청난 부를 일군 입지전적 인물로 각인됐다. 이희진의 재산을 1000억원 대에서 많게는 3000억 원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실내수영장까지 완비된 그의 집과 수십억 원대 슈퍼카에 이르기까지, 이희진의 생활상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정도로 방송이 반복적으로 소개해줬다.

 

 

이런 방송은 투자자들이 이희진을 믿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희진의 투자 조언대로 하면 자신도 이희진처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판타지를 만든 것이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대로 돈을 투자했다. 피해자 모임 측에선 피해자가 3000명 정도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이 중에선 보험을 해약하고 대출까지 받아가며 투자했다가 반토막이 났다는 노인도 있고, 등록금을 날린 학생도 있다고 한다. 그 외에 가정이 파탄 나거나 아이를 유산했다는 사례, 전 재산을 날리고 전월세를 전전하는 사례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러한 피해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연예활동을 이용해 금융사기를 친 희대의 사기 사건이라 할 만하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방송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방송이 이희진을 내세워 사람들을 현혹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방송이 아니었다면 그 많은 사람들이 이희진이라는 젊은 사람의 말을 믿고 자기 돈을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다.

 

방송이 이희진을 연예인처럼 내세우면서 관련 기사들이 나왔고, 부정적인 댓글이 계속 달렸었다. 피해를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제작진이 그런 내용을 확인하고 조치했으면 지금처럼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희진이 원금보장과 고수익이라는 달콤한 말로 투자자를 유혹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방송에 내세우기 전에 이런 내용을 확인했어야 했다.

 

 

그 전부터 주식방송의 투자자문계가 불투명하다는 소문이 있어왔다. 그렇다면 그쪽 부문에서 패널을 섭외할 때 제작진이 더 주의했어야 했다. 하지만 주의는커녕 이희진을 청담동 주식부자등으로 소개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방송 중에 이희진이 금융 관련 설명을 하면, 옆에서 전문가는 역시 다르다며 경탄의 눈길로 쳐다봤다. 이런 것들이 사람들을 현혹한 것이다.

 

이건 예고된 참사다. 전문가 중심 토크쇼가 방송 트렌드가 되면서 전문가들이 대거 예능에 진출했는데, 그들에 대한 검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그 전부터 있어왔다. 방송이 최고의 전문가라면서 내세우지만 사실은 말 잘하고 외모가 깔끔할 뿐 전문적 역량은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신해철을 수술한 의사도 방송으로 얼굴을 알린 사람이었다. 얼마 전엔 강의와 토크쇼를 넘나들며 스타가 된 입시강사가 엉터리 강의 방송을 해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방송에서 띄워준 무속인이 피해자들에게 고소를 당한 사건도 있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마침내 대형 투자 피해 의혹 사건까지 터진 것이다. 방송이 지금처럼 마구잡이로 전문가들을 출연시킨다면 앞으로 또 어떤 피해자가 생길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