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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6.

 

<하재근의 문화읽기> 드라마 속에 나타나는 데이트 폭력

EBS | 문별님 작가 | 입력 2016.09.26. 22:18

[EBS 저녁뉴스]

[EBS 뉴스G]

용경빈

한 주간 문화이슈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데이트 폭력, 잘 아시죠. 우리 사회에 얼마나 팽배해져있는지 오늘 생각해보시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스튜디오] 

용경빈

방금 말씀드린 대로 오늘은 드라마 속에 나타난 데이트 폭력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볼 텐데요. 이에 관련된 보고서가 얼마 전에 발표가 됐다고요?


하재근

보고서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중앙대학교 성평등위원회가 한 세미나에서 이제 발표를 한 건데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아니다’ 이런 타이틀로, 최근에 ‘함부로 애틋하게’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보면 수지 씨하고 김우빈 씨가 주인공인데, 남자 주인공이 ‘우리 둘은 사귀는 사이다’라고, 여자 쪽에서는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공표를 한다든지 여자를 태우고 난폭 운전을 하고, 여자를 뒤에 버리고 그냥 가버린다든지, 아니면 여자를 강제로 들쳐 업는다든지, 아니면 침대에 쓰러뜨리고 혹은 직업적인 갑을관계를 이용해서 애정관계의 대상화하는, 이런 식의 표현들이 있었고. 또 ‘우리 갑순이’라는 드라마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팔목을 딱 잡아채고 강제로 키스하는, 이러한 장면들이 있어서 지적이 됐습니다. 


용경빈

그런데 이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 계속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또 다른 작품들도 있었을까요?


하재근

또 달리 지적이 된 것은 최근의 ‘운빨로맨스’, 이 작품에서도 남자가 여자의 집을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장면이라든가 또 최근에 ‘또오해영’이라는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이 차를 타고 있는데 유리창을 깨고, 아니면 손목을 잡고 식당 밖으로 나가고, 여자 주인공 집으로 그냥 막 들어가고 이런 장면들이 지적이 됐는데, 이런 장면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까 한국 드라마 속의 여성 인물들은 모두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거다, 실제 현실에서 이런 남자를 만났다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그리고 이런 식의 폭력적인 장면들을 로맨스로 자꾸 포장을 하기 때문에 현실의 시청자들이 자꾸 아, 로맨스는 원래 저렇게 하는 건가라고 가치관이 왜곡되는,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이 지적이 되고 있습니다.


용경빈

이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인권기구인 엠네스티에서 한국의 드라마 속 폭력에 대해서, 뭔가 폭력적 클리셰를 정리를 해서 발표를 했었죠? 


하재근

네, 클리셰라는 것은 툭 하면 나오는 상투적인 표현을 클리셰라고 하는 건데, 엠네스티하고 한국의 한 매체하고 같이 폭력적 클리셰를 발표를 했는데, 억지로 잡아끌기, 고성 및 언어폭력, 강제로 들쳐 메기, 벽에 밀치기, 난폭운전, 물건 던지기, 등등등. 무턱대고 찾아가기, 강제키스. 이런 것들이 이제 나왔는데 툭 하면 나온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로맨스 드라마에 이런 장면들이. 근데 문제는 여성 시청자들이 이러한 설정을 선호하기 때문에, 원래 로맨스 드라마는 여성들이 주로 보는데, 여성 시청자들이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장면들이 나오는 측면이 있고, 드라마 속에서 워낙 왕자님들이 이렇게 하니까, 마치 로맨스처럼 포장이 되는 것이지만 그러한 드라마를 보고 현실에서 사람들이 따라했을 경우에는 이건 다 데이트 폭력이고 여성들이 피해자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거기에 대해서는 조금 주의를 해야 되고, 일부 또 한국 영화에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제빵왕 김탁구’에서 김탁구 아버지가 김탁구 어머니를 성폭행을 하는데 결국 두 사람은 사랑하게 되고, ‘연애의 목적’이라는 영화에서도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성폭행하는데 결국 사랑한다는 이런 식의 설정들이 데이트 폭력이나 성폭행에 대해서도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가 있는 겁니다.  


용경빈

그런데 말이죠.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만 유독 그런 겁니까? 아니면 해외에서도 좀 이런 사례들이 있나요? 

하재근

해외에서도 예컨대 태국 같은 경우에 라콘이라고 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막장 드라마에 해당하는 하나의 장르 비슷한, 그런 게 있는데. 그 라콘 드라마들에서 보면 거의 관습적으로 이것도 클리셰. 관습적으로 남자가 여자를 성폭행하는데 결국엔 둘이서 사랑하게 된다, 이런 식의 설정들이 나와서 태국 내에서도 여기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니까 이런 식의 설정들이 표현되는 것이 과거 봉건주의 시대의 남성 우월주의적인 이런 생각들이 남아 있는 사회에서 이런 표현들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이고, 그러니까 우리 한국은 이제 21세기 시민사회에 맞춰서 남성이 여성을 폭력적으로 어떻게 했을 때, 그것이 결국 사랑이다, 이런 식의 과거 구식 관념, 이런 건 좀 없애고 21세기에 걸맞은 그러한 바람직한 남성상과 여성상과 로맨스의 모습, 이런 것들을 앞으로 좀 문화콘텐츠에서 표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용경빈

사실 데이트 폭력이라는 게 또 나쁜 남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포장이 돼서 그동안 조금 우리 생각을 가려 왔지 않나 이런 생각도 좀 해보게 되는데요. 어쨌든 사회적인 인식도 굉장히 중요하겠지만 이런 행태를 드라마에서 좀 미화되는 것,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인식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