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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최순실 사태가 방송가에 일으킨 파문

 

지난 국감 당시 야당이 최순실 씨와 차은택 씨, 그리고 미르재단 등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했지만 새누리당의 비협조로 제대로 파헤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야당은 최순실 방탄국감이라고까지 주장한 바 있다. 그랬던 새누리당의 입장이 지금은 바뀌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시 최순실 씨 등의 증인 채택을 막은 것에 대해 지금은 후회한다고 했다. 새누리당의 태도가 이렇게 바뀐 것은 1024일 이후다.

 

1024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바로 그날 JTBC ‘뉴스룸이 대통령 연설문 등의 파일이 들어있는 태블릿PC를 보도했다. JTBC의 보도로 판이 달라진 것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최순실 관련 의혹은 그저 의혹으로 남은 채 덮여가는 분위기였다.

 

 

 

이원종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최순실 씨의 연설문 작성 개입 의혹에 대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허튼소리라며 일축했고 야당은 딱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너무나 지당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최순실이라는 강남 아주머니가 대통령 연설문에 손을 댄다는 건 가히 괴담 수준의 황당 스토리여서 제정신으론 믿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 누구도 힘주어 의혹을 제기하지 못했고, 와중에 대통령이 개헌론을 제기하자 세상은 바야흐로 개헌 블랙홀에 빠져들 것으로 보였다.

 

바로 그때 JTBC '뉴스룸이 태블리PC라는 핵폭탄을 터뜨린 것이다. 이 폭발로 생긴 초대형 블랙홀은 이슈의 끝판왕이라던 개헌 블랙홀까지 흡수해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었다. 동시에 방송가도 발칵 뒤집혔다.

 

 

지상파가 그렇게 우습게 보던 종편이 이 엄청난 사고를 치는 동안 지상파 방송사의 기자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느냐는 자탄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JTBC ‘뉴스룸이 웬만한 예능 토크쇼보다도 높은, 시청률 8.8%를 찍고 네티즌의 찬사를 받는 동안 지상파 기자들은 자괴감을 곱씹어야 했다.

 

이것은 방송가에 종편의 위상을 확고히 한 사태다. JTBC뿐만이 아니다. TV조선도 재평가 받았다. 차은택 씨와 미르재단 문제를 처음 보도한 매체가 TV조선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TV조선이 미르재단 의혹의 몸통이 차은택 씨라며, 이 사람이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했고 대통령을 수시로 독대한 의혹까지 있다고 보도할 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일반인에게는 철저히 생소한 이름이었다. 나중에 우병우 수석 관련 보도로 조선일보와 청와대가 충돌했는데, 그때 청와대 진노의 진정한 원인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우병우 수석 보도가 아니라 TV조선의 미르재단 보도가 아니었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TV조선은 과거 늘품체조선정 당시에도 뭔가 석연치 않은 지점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그런 부분들이 이제와서 평가를 받는 것이다. , 채널AMBN 등도 경쟁적으로 최순실, 최태민 관련 보도를 쏟아내며 최순실 게이트의 폭발력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이렇게 종편이 개헌 블랙홀마저 무력화시킬 정도로 어마어마한 게이트를 터뜨리는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가 철저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이 대조적으로 비쳐지며, 그동안 2류 정도로 취급됐던 종편 보도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방송가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대부분의 종편은 보수 편향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젠 그렇게 단순하게 치부할 수만은 없는, 복잡한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특히 JTBC는 고령 시청자층 위주인 다른 종편들과 달리 젊은 네티즌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지상파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성큼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