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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초유의 나라망신과 열일하는 국민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사건이 예외적이고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부패와 뇌물, 횡령, 권력 남용이 한국 사회의 구성요소라며 한국병이 다시 도졌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일탈 행위로 인해 한국은 원래 저런 나라야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회자되는 것이다.

 

시크릿 가든14개 국 이상에서 방영 됐기 때문에 길라임이란 이름이 나온 것에 대해서도 외신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로이터 통신이 박 대통령이 미용·노화방지 클리닉에서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 여주인공 이름 길라임(Gil Ra-im)을 가명으로 썼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길라임이 패러디 대상이 됐다라고 했고, 올케이팝이라는 한류 관련 매체는 대통령이 코미디언보다 더 웃긴다는 식의 네티즌 반응을 소개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마징가Z’ 등 과거 동아시아에서 유행했던 거대 로봇 만화를 패러디한 만평을 내보냈다. 조종사가 로봇의 머리 안으로 들어가 조종하는 설정이었는데, 바로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 머리 안으로 들어가 조종하는 그림이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씨가 박대통령을 초자연적인 힘인 샤머니즘으로 조종하고 있었다'라고 썼다. 가디언은 샤머니즘에 흔들리는 대한민국이라고 전했다.

 

 

BBC, CNN 등 유수의 방송사들도 사우스코리아 스캔들등으로 타이틀을 달아 연속 보도를 내보냈다. 최태민 씨도 컬트 리더(cult leader), 샤먼(shaman), 포춘 텔러(fortune teller) 등으로 소개됐고, 최순실 씨는 한국의 라스푸틴 혹은 여자 라스푸틴 같은 식으로 소개됐다. AP 통신은 개똥과 한국의 라스푸틴과 프라다 구두. 그래서 이 지금 상황이 서커스를 방불케 한다는 식으로 전했다. 포춘지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며 점쟁이, , 가짜 사과등의 키워드를 꼽았고 워싱턴 포스트처럼 한국의 고질병이 도졌다는 진단도 했다. CNN은 한국 대통령 스캔들에 대해 알아야 할 지점들이라며 무속신앙, 사이비 종교 등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이 꼭두각시(Puppet)였다며 최태민 씨가 망자와 대화해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는 일화나 오방낭을 소개하기도 했다.

 

우리는 그나마 사실관계를 따져가면서 조심스럽게 의혹을 제기하지만 외국에선 황당하고 자극적인 스캔들로 더 부풀려져서 소비된다. 일본에선 정식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오전 시간대에 주부들을 대상으로 방영되는 가벼운 교양프로그램에서도 취재진을 한국으로 특파해 소식을 전할 정도로 관심을 보인다. 원래 자극적, 엽기적, 부정적인 뉴스가 진지한 뉴스보다 훨씬 사람의 뇌리에 깊게 파고들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인한 나라망신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나라망신은 비아그라 소식에서 절정에 달했다. CNN한국의 비아그라 스캔들이라고 명명한 것을 비롯해 뉴욕타임스, BBC, 로이터 등 주요 매체들이 일제히 관련 소식을 전했고, 고산병 치료약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을 분석하기도 했다. 우간다 매체가 ‘(한국)공무원들이 우간다 방문기간에 우간다의 번잡한 거리를 누비고 다닐 때 24시간 내내 발기 상태였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냐'라고 쓴 것을 비롯해 아프리카 매체들까지도 이 스캔들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국제적으로 워낙 크게 화제가 되다보니 한때 구글에서 사우스코리아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스캔들이 나올 정도였다. 망신, 망신, 대망신, 초유의 나라망신이다. 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 사태를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규정했는데, 정말 한때 나름 선진적인 국가로 알려졌던 한국 이미지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한 방으로 순식간에 과거로 퇴보하고 있다.

 

 

대통령이 망쳐놓은 국가 이미지를 그나마 호전시키고 있는 건 바로 국민이다. 외신들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촛불집회를 경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연일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정치적 분노로 인해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모였는데도 불구하고 폭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에 경악하는 것이다. 심지어 쓰레기까지 없다.

 

일본 언론들도 박근혜 대통령의 스캔들에 대해선 거의 즐기는 듯한 분위기로 소식을 전하지만, 100만 촛불에 대해선 경이적이고 부럽기까지 하다는 기색이라고 알려졌다. 가벼운 교양프로그램에서도 한국 촛불에 취재팀을 급파할 정도다. 국민이 열일해서 봉건시대 이전으로 떨어진 국격을 다시 현대로 끌어오고 있는 것이다. 생업 꾸리랴 국격 끌어올리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것도 참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