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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2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DJ DOC '수취인분명' 여성혐오 논란

문별님 작가 입력 2016.12.12 22:36 댓글 2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용경빈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얼마 전 ‘수취인분명’이라는 곡을 발표한 그룹 DJ DOC가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는데,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스튜디오]


용경빈

말씀드린 대로, DJ DOC의 노래, ‘수취인분명’ 이 곡이 여성혐오 논란을 일으켰어요. 도대체 어떤 부분이, 왜, 뭐가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볼까요?


하재근

어떤 부분이 문제냐면, 여러 가지가 문제가 됐는데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것은 ‘미스 박’, 박근혜 대통령을 미스 박이라고 지칭한 이 부분이 가장 크게 논란이 됐고. 원래 DJ DOC가 촛불집회에 여러 곡의 노래를 부르기로 했었는데 바로 수취인분명의 여성혐오가 문제가 되면서 공연 자체가 불허, 취소가 된 겁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논란이 이어지다가 지난 주말에 한 2주 만에 논란 끝에 결국 DJ DOC가 본무대가 아니라, 사전무대 비슷한, 낮에 그때 나와서 수취인분명을 결국 부르기는 했는데 가사를 수정해서 부른, 그러면서 ‘미스 박’ 표현이 뭐가 문제냐, 이런 것들이 논란이 되는 겁니다.


용경빈

말씀 들은 대로 언뜻 듣기에는 그냥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미스를 붙이는 게 맞다, 미스 박이 뭐가 문제냐,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하재근

박근혜 대통령을 미스 박이라고 하는 것에는 일단, 미스라는 게 말씀하신 대로 결혼 안 한 분, 이러다 보니까 우리 사회가 비혼자를 너무 특이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것 자체가 박근혜 대통령을 자꾸 결혼 안 한 분이라고 유독 거기에 집중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거죠. 그리고 미스 박이라는 것 자체가 여성한테 하는 말이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이고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뭘 잘못했으면 그 부분을 얘기를 해야 되는데 왜 여성이란 부분을 특화를 시키는 거냐.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남자 배우는 배우라고 하면서 여배우만 여배우, 회사원도 남자는 회사원인데 여성만 여직원, 이런 식으로 여성들만 특별하게 지칭하면서 이렇게 약간 차별하는 흐름이 있었는데, 미스 박이라면서 대통령을 여성으로 지칭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영어권에서도 남자는 다 미스터인데 왜 여자는 미스, 미세스냐. 이것 자체가 차별이라고 영어권에서도 미스라는 말 쓰지 말자고 하는 분위기고, 그리고 기존의 우리나라 회사에서 보면 여성 직원들을 미스 박 이런 식으로 부르면서 커피나 타오는 존재, 이런 식으로 차별을 했던 관행이 담겨 있는 맥락 속의 단어가 ‘미스’라는 단어니까. 이것은 상당히 부적절하다. 그리고 이번에 촛불집회에서도 일반인들이 나와서 발언을 하는데 일부에서 대통령을 미스 박, 이런 식으로 자꾸 여성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해서 사회자가 사과하기도 하고 이런 것들을 시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던 찰나에 DJ DOC가 노래 가사에 미스 박이라고 하면서 노래를 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 그래서 공연을 불허했다고 하는 겁니다.

용경빈

단순한 지칭만의 문제로만 볼 수는 아닐 문제겠네요. 


하재근

복잡합니다.


용경빈

알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럼에도 동시에 반대로 DJ DOC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꽤 들리거든요?

하재근

일단 여성을 여성이라고 하는 게 뭐가 문제냐, 호부호형을 못하냐, 이런 게 있는 거고. 미스 박 말고 쎄뇨리땅 이런 식의 표현도 문제가 됐는데. 다 여성이라는 맥락이 있는 거죠. 그게 너무 답답하다라는 게 하나 있고. 또 하나는 원래 방송국도 각자의 심의기준이 있어서 뭔가가 문제가 되면 이거 고치라고 합니다. 그럼 아이돌들도 보면 의상을 바꾼다든지 조금씩 바꿉니다. 그럼 무대에 설 수 있는데, 이번에 DJ DOC는 문제가 된 노래를 안 부르겠다, 빼겠다 목록에서. 그랬는데도 왜 금지를 시킨 거냐, 이것 자체가 거의 출연 금지에 해당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고, 심지어 DJ DOC가 십 몇 년 전에 한 발언까지도 소급해서 올라가서 이런 발언이 문제다 이렇게 딱딱딱 지적을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DJ DOC 혐오, 여성혐오를 주장하기 위해서 DOC 혐오를 한 거 아니냐, 그리고 십 몇 년 전에 했다는 그 발언 자체도 그게 진짜로 여성혐오 발언인지도 매우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여기까지 하면 매우 복잡해지는데 하여튼. 복잡한 맥락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거 다 무시하고 너무 쉽게 출연 금지를 했기 때문에 이 촛불집회 쪽에서 블랙리스트가 문제라고 계속 주장을 하는데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쪽에서도 DJ DOC를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블랙리스트로 만든 것 아니냐. 이것도 문제라고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용경빈

일리가 전혀 없는 얘기는 아닌 것 같고요. 그런데 우리가 여성혐오라는 부분에 대해서 계속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게 이전에도 이런 일들이 계속 있어 오지 않았습니까?


하재근

이전도 이전이지만 이번 촛불집회 정국 관련해서 사람들이 자꾸 강남 아줌마, 된장녀, 암탉이 울면 어쩌고 저쩌고, 이런 식의 발언들,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 건 좋은데 왜 자꾸 거기에 여성이 들어가는지, 이게 문제가 있다는 거고, 이번 대통령의 변호사도 여성의 사생활 운운해서 여성혐오 논란을 더욱 촉발시킨 측면이 있는데 한편으로는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쪽에서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 그러니깐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얘기들, 어느 정치인이 이러다간 앞으로 여성 대통령이 나오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건 그냥 상황 분석인데 이런 것도 여성 혐오 표현이라고 몰아붙인다든지 최순실 씨를 아주머니라고 하면 여성혐오인가. 최순실 씨가 공적인 지위도 없고 공적인 경력도 없고 전문분야도 없고 그냥 중년 여성이기 때문에 아주머니라고 할 수도 있는 건데 남자면 아저씨고. 이런 것까지도 다 여성혐오라고 밀면서 하지 못하게 하니까 너무 과민한 반응 때문에 사람들이 반발심이 생겨서 그것 때문에 더 여성혐오를 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여성혐오를 예방하는 것도 좋지만 좀 합리적인 선을 지켜가면서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