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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방송사 시상식, 박근혜대통령에게 배우라

 

해마다 나왔던 상 나눠먹기 논란이 이번 방송사 시상식에서도 반복됐다. 특히 SBS 연기대상의 경우는 시상 부문을 로맨틱코미디, 장르, 판타지, 장편으로 세분하는 놀라운 창의력을 발휘해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이렇게 억지로 쪼개서 상을 난사한 것으로도 모자라, 우수상이나 최우수연기상 이외에 특별연기상도 각 부문별로 나눠줘 그야말로 상이 넘쳐나는 상 나눔 연말 잔치를 시전했다.

 

뉴스타상이니, 10대 스타상이니 하는 명목으로 배우들을 10여 명씩 무대 위로 올려세워놓고 어색한 잡담을 하는 장면도 여전히 이어졌다. SBS 연기대상 최우수상과 대상 사이에 한류스타상을 시상해, 그야말로 듣도보도 못한 상이 최우수상 위에 놓이는 기이한 모습도 나타났다.

 

이렇게 억지로 부문을 쪼개고, 이상한 명목을 만드는 것은 최대한 상을 나눠주기 위해서다. 방송사 입장에선 자기들 프로그램에서 활약한 사람들을 누구 하나 홀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상이라도 하나 챙겨줘야 다음 프로그램 캐스팅에도 유리하고, 또 스타들의 참석을 유도해 시상식의 시청률 제고도 꾀할 수 있다.

 

 

방송사들끼리 경쟁이 붙은 것도 문제다. 한 방송사가 마구잡이로 나눠주기 시작하면, 상에 인색한 다른 방송사가 연예인들에게 인심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상을 흩뿌리면서 연말 시상식이 상 나눔 잔치가 돼버렸다.

 

피해를 보는 건 시청자다. 시청자는 방송사 연말 시상식이 대한민국 대중문화계의 한 해를 결산하는 품격 있는 행사가 되길 기대한다. 시상식은 그 나라 대중문화계의 수준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시상식이 또 대중문화계의 발전을 견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시상식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는 당연하고 정당하다.

 

 

방송사들은 이러한 시청자의 요구를 해마다 저버리고 있다. 마치 너희들은 짖어라. 우린 우리 갈 길 가겠다’, 이런 느낌이다. 시청자의 바람이나 공적 책무성은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따지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SBS 시상식에서 PPL 안마의자가 부각되고, 아이유가 시상식 중간에 그 의자에 앉는 엽기적인 장면이 방영되기도 했다. 2017년 자사 드라마 홍보가 나온 것도, 방송사가 시상식을 진정한 시상식이 아닌 자사 이익극대화를 위한 이벤트 정도로 여긴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조정석과 거미의 사적인 관계가 시상식에서 부각된 것도 방송사의 공사의식이 무개념이라는 점을 방증했다.

 

 

SBS가 좀 더 과했을 뿐, 방송사들 연말 시상식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모두가 시상식을 공적인 행사가 아닌 자신들의 사익을 위한 이벤트로 여기면서, 그야말로 엿장수 마음대로시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도대체 방송사들은 왜 자기들만의 행사를 공적으로 방송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을 비롯한 의혹에 사생활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방송사들이 이런 대통령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 방송사 연말 시상식이 방송사의 사적 이익을 위한 행사라면 이젠 공개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은 11일 기자단 간담회도 3(촬영, 녹음, 노트북 금지)로 진행했는데, 이야말로 방송사들이 배울 점이다. 시상식도 이렇게 방송사 구내식당 같은 곳에서 남몰래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자기들끼리 모여 상 나눔 잔치를 한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나.

 

 

반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방송사들의 공개의식을 배워야 한다. 국가적인 재난사고가 터졌을 때의 통수권자의 행동은 사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 것이고, 통수권자가 국민적 관심사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도 공적인 일이므로, 방송사 시상식처럼 중계와 취재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문제는 이 두 가지가 거꾸로 됐다는 점이다. 방송사의 사적 이벤트인 시상식이 과도하게 전파를 타는 반면, 공적 사안인 대통령 관련 정보가 사적인 것이라며 비밀에 부쳐졌다. 이러니 나라가 불안한 것이다. 공과 사가 뒤죽박죽이 됐다. 방송사와 대통령은 서로 배워 반대로 가야 한다. 대통령은 공개로 시상식은 비공개로. , ‘너희들은 짖어라. 우린 우리 갈 길 가겠다는 방송사들의 자세만큼은 굳이 대통령이 배울 필요 없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