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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30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신정·구정'의 유래는?..설날의 역사

문별님 작가 입력 2017.01.30 21:12 댓글 0

[EBS 저녁뉴스] 

유나영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마지막 설 연휴인데요, 이번 시간에는 신정과 구정에 얽힌 이야기, 설날의 역사에 대해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스튜디오]

유나영

우리 민족의 대명절 설날, 이 설날이 일제강점기 당시에 큰 수난을 겪었단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하재근

이제 태양력이, 양력이 도입이 된 것이 1896년 고종 황제 때, 근데 양력이 도입이 되긴 했지만 설날의 행사는 그대로 유지가 됐습니다. 이때는 설날을 우리가 지키는 것이 외세에 맞서서 우리의 자주성을 지키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근데 고종 황제가 승하하고 나니까 바로 이제 순종이 즉위하자마자 1907년에 을사오적 이완용이 설 행사를 폐지해야 된다고 진언을 해가지고 그때부터 설 행사가 폐지가 되고 본격적으로 일제강점기가 시작이 된 이후에는 일제당국이 우리 설날을 구정이라고 부르면서 이건 이중과세다, 설날을 새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탄압을 한 거죠.

유나영

사실은 신정, 구정이라고 불러서도 안 되는 거겠네요. 

하재근

그러니까 구정이라고 하니까 무슨 타파해야 될 구습, 이런 이미지로 낙인을 찍으면서 그래서 설날에 쉬지 말라고 조업, 공장 돌리라고 조업을 강요하고 학교에는 설날에 시험 보라고 그렇게 했었고, 1938년에 음력을 아예 쓰지 말라고 금지하면서 설날에 조퇴도 하지 마라, 무조건 일을 해라, 그리고 방앗간 조업 금지, 떡 만들지 말라고. 그리고 아이들이 설빔을 입고 길을 나서면 먹물을 뿌렸다는 이야기까지도 있습니다. 

유나영

그렇다면 광복 후에는 우리의 설날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한데요. 

하재근

광복 후에 이승만 정권이 들어서는데 이승만 정권이 조금 친미 독재 정권의 경향이 있다 보니까 우리 국민의 주체적인 요구에는 조금 둔감한, 그러면서 미국 문화를 우리 문화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었고, 그래서 광복 이후에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지정을 하면서도 설날을 공휴일 지정을 안 하고, 신정만 3일 연휴로 이렇게 지정을 했고 당시에 이승만 대통령이 음력 설은 우리 민족의 수치다, 이렇게 말을 했다는 이야기까지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설날을 탄압했던 것이 4.19 혁명 때 잠시 완화됐다가, 독재 정권이 무너지니까. 근데 5.16 쿠데타가 터지면서 다시 설날을 탄압하는 쪽으로 돌아서서 1962년에는 그 당시에 극장에서 설날 개봉하는 영화들을 홍보하기 위해서 구정 프로, 이렇게 홍보를 했었는데 구정 프로라는 말을 사용 금지시키고, 또 설날에 열차 증편도 금지, 한 지방에서는 방앗간을 봉쇄했다는 이야기까지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유나영

네, 민족의 정체성을 말살하는 정책에서 이제 서구화되는 시기를 거치면서 참 수난을 많이 겪었던 설날인데, 진정한 명절로 되찾은 시기는 언제인가요?

하재근

설날이 공휴일이 된 것이 1985년인데 이때 정부에서는 공휴일 안 된다는 입장이었는데 민정당에서 갑자기 ‘조상의 날’로 공휴일을 하자고 하니까 정부가 그 안을 받아들이면 약간 망신 같고 체면이 깎이니까 ‘조상의 날’을 받지는 못하겠고 해서 ‘민속의 날’로 이름을 바꿔서 설날을 공휴일로 그렇게 한 건데, 설날이 아니라 ‘민속의 날’로. 그러니까 1985년이 언제냐면 신민당 당시에 양 김 씨가 주도하는 신민당 돌풍이 총선에서 나타나면서 전두환 철권 통치가 균열이 가던 시점이었습니다. 민심이 좀 심상치 않으니까 국민들의 정서를 달래기 위해서 비로소 이날 설날을 이름 바꿔서 하루만 공휴일로 한 것이 아니냐, 그리고 87년에 독재 정권이 완전히 무너지고 직선제로 개헌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89년에 설날이라는 명칭을 우리가 되찾게 되고 그리고 설날이 3일 연휴, 그리고 97년 IMF가 터지고, 외환 위기가 터지고 나서 100여 년 만에 이중과세라는 말이 다시 등장합니다. 이중과세를 하면 안 된다고 해서 이때 신정 연휴가 깎입니다. 일제가 설 연휴를 깎았었는데 이중과세 안 된다고 하면서, 100년 만에 우리가 설 연휴를 찾게 되면서 1월 1일 연휴가 깎이면서 결국 우리가 이제 설을 온전하게 누릴 수 있게 된 거죠. 이렇게 보면 이 설 연휴, 설 명절이 우리 국민이 독재와 외세에 맞서서 스스로 쟁취해낸 민주화와 자주의 상징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고, 지금 북한의 김 씨 왕조가 우리 전통 명절을 홀대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한반도 전체에 독재 정권, 김 씨 왕조라든가 독재 정권이 완전히 사라져야 우리 7천만 겨레 모두가 설 명절을, 여러 가지 또 전통 명절을 당당하게 누릴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유나영

네, 아픈 역사와 함께 정말 어렵게 되찾은 날인데요. 감사한 마음으로 올 설 연휴 마무리 잘 해봐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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