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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전경 채용배제 안 된다

 

전경 채용배제 안 된다


 전경은 군인이다. 우리나라는 국민개병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므로 군인 따로, 국민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군인이 국민이다. 서두에 말했듯이 전경은 군인이다. 그러므로 전경도 국민이다.


 요즘 촛불집회 예비역이 국민오빠로 떠오르고 있다. 예비역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병역을 마친 사람이 예비역이 된다. 한 예비역은 인터뷰에서 시위대와 전경이 모두 국민이므로 둘 다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다.


 지금 전경 채용배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한다. 아래는 한 중견기업 인사담당자라는 사람이 소개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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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티어타임스 2008-06-02]


 이밖에도 많은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이 비슷한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다.


 한 인사담당자는 "현재 본인은 120명 규모의 벤처기업의 연구원이자 팀장이며 신규인원에 대한 신규 임용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번의 시민폭력 행위를 보며 월요일 인사회의에 전의경 출신들의 신규 임용시 과거 시위현장에서의 위법시위진압여부를 철저히 추적하고 같은 회원사 및 동 업종에도 위 사실들을 권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 대기업 직원도 "저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조선회사 중 한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면서 "인사담당은 아니지만 지금도 제 판단에 의거 서류에서 탈락시킬 수 있는 권한은 있으며, 전.의경 출신중 어느 누구도 뽑지 않을 것이니 수고스럽게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또한 한 벤처기업 인사 담당자는 "앞으로 시위진압에 나섰던 전의경 출신을 절대 뽑지 않겠다"면서 "도덕적으로 땅에 떨어진 전의경을 뽑으면 회사 이익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을것이기 때문에 서류제출시에 전의경 출신 여부를 확실히 가려내겠다"고 덧붙였다.

[프런티어타임스 2008-06-02]


 넥타이 부대가 촛불시위에 동참하는 것은 좋으나 그것이 전경복무자들에 대한 증오, 불이익으로 연결되면 안 된다. 몇 만 명의 사람들이 여러날 째 한밤중까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속에서 불상사는 일어날 수 있다. 경찰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불상사로 전경일반을 ‘도적적 패륜’으로 몰아가는 것은 안 되는 일이다.


 군대는 기본적으로 상명하복 조직이다. 시위대가 욕을 해도 상급자가 가만히 있으라면 있는 것이고, 시위대가 가만히 있어도 상급자가 ‘진압해!’하면 진압하는 조직이다. 그것이 국가기강이다. 그 속에서 가끔 성격 안 좋은 전경이 ‘오바’해서 폭력을 과하게 행사할 순 있지만, 시위대 안에도 그런 정도의 비율로 성격 안 좋은 사람이 존재한다.


 불필요하게 폭력을 행사한다든지, 욕설을 퍼붓는다든지, 정신적으로 냉정을 잃었다든지 하는 사람은 양쪽 어디에나 있는 것이다. 시위대 중 폭력적인 사람 소수만 골라내 제시하며 대통령이 이번 시위대는 폭력적이라고 규정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발길질 전경 같은 몇몇 사례로 전경 채용배제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경우다.


 게다가 폭력전경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전경의 폭력성은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정부 때 내 눈앞에서 전경이 장애인을 밀쳐 쓰러뜨리고도 계속 방패로 타격을 가하는 일이 벌어졌었다. 물대포, 소화기는 물론이고 여성에 대한 폭력도 있었던 일이다.


 그때의 전경 출신자들도 사회진출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잘 살고 있다. 지금 갑자기 전경이 악마가 된 것이 아니다. 그들도 평범한 우리 청년일 뿐이다.


 인간은 제복을 입고 상명하복의 체계 속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그런 존재들을 자신의 권력을 위한 꼭두각시로 이용하는 세력이 문제다. 그들이 사회 기득권을 독차지해 다른 국민을 밀어내고 있다.


 기업체에서 채용에 사회정의의 관점을 적용한다는 취지는 좋다. 이왕 하는 일이면 제대로 해야 한다. 애꿎은 우리 전경 청년들을 겨냥하지 말고 몸통을 겨냥하라. 땅부자, 고액 유치원, 자사고 출신 등에 대한 채용거부를 선언하면 한국사회 양극화가 해소되기 시작할 것이다. 양극화가 해소되면 데모가 줄어들고, 데모가 줄어들면 전경이 폭력을 휘두를 일도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문제를 삼아야 할 곳은 군복무자가 아닌 면제자 그룹이다. 한국사회의 건강성을 무너뜨리는 것은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는 전경이 아닌 병역비리자들이다. 사회정의에 입각한 채용관리라면 군면제사유에 대한 기준을 엄격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로 채용배제가 아닌 채용우대를 고민하는 것도 좋겠다. 촛불집회 부상자에 대한 채용우대 선언은 어떤가?


 이렇게까지는 안 해도 좋다. 어쨌든 전경 채용배제는 절대로 안 된다. 전경도 피해자다. 국가가 그들 손에 진압봉을 쥐어주고 국민 앞에 세운 것이다. 그들이 지은 죄라고는 한국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는 것밖에 없다.


 지금 국민을 무시하는 것은 정권을 잡은 쪽이지 전경이 아니다. 전경에 대한 증오는 방향 잃은 증오, 맹목적인 증오다. 이런 게 제일 무섭다. 일단 주먹이 오고 가면 쌍방간의 복수심이 모든 이성적 화해 가능성을 없애버리는 경우. 이런 악순환에 빠지면 안 된다. 전경에 대한 복수심, 증오는 백해무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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