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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홧김비용, 탕진잼'..신조어로 보는 소비 문화

문별님 작가 입력 2017.03.27 21:09 수정 2017.03.27 21: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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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유나영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새로운 소비문화 세태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스튜디오]

유나영

요즘 SNS에서 ‘홧김에 소비를 했다’는 뜻의 신조어가 유행이라고 들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말인가요?


하재근

네. 이게 의미로 보면 홧김소비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뜻인데 정확하게 인터넷에서 사용되고 있는 단어는 욕설이 섞인 단어라서 방송으로 할 수 없는, XX비용, 이렇게 쓰이는 단어인데, 이 욕설을 조금 순화시킨 표현도 있는데 그건 또 비속어라서 그것도 역시 XX비용이라고밖에 방송에서는 할 수 없는 그런 단어가 요즘에 쓰이고 있는데 그것이 이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돈이다, 결국 스트레스 때문에 쓰는 돈이고 홧김에 쓰는 돈이다, 이런 의미로 쓰이는 거고, 어떤 네티즌이 SNS에 이 단어를 썼는데 그게 유행이 되면서 지금 올해 상반기, 올해 얼마 안 됐죠, 시작한 지. 2개월 동안에 작년 1년 전체 동안 사용된 단어 빈도 수가 올 2개월 동안 다 나왔을 만큼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는 단어고, 그리고 이제 유사한 말로 XX칼로리라는 것도 있는데, 홧김에 먹는다, 그래서 평소에 잘 못 먹던 치킨, 피자, 족발 이런 걸 시켜 먹는다, 그리고 또 이제 홧김에 쓴다는 홧김비용이 뭐냐면 평소에 못 탔던 택시 탄다, 립스틱 새로 나왔는데 이미 나한테 립스틱이 있지만 그래도 산다, 캐릭터 볼펜이 새로 나왔는데 그것도 산다, 이렇게 소소한 비용으로 뭔가 스트레스를 풀고 나 자신을 위로한다, 이런 의미로 홧김비용이란 단어가 쓰이고 있습니다.


유나영

일종의 기회비용 충동구매 이런 거네요. 그 전에는 저희가 ‘탕진잼’이라는 말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두루 사용된다는 얘기도 했었는데 여기엔 또 어떤 소비 현상이 나타날까요?


하재근

‘탕진잼’이 거의 비슷한 뜻인데 탕진잼은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을 다 탕진한다는 의미고 보통 탕진이 재산을 탕진하고 이렇게 큰돈을 썼을 때 탕진한다고 하는데 이 젊은이들이 쓰고 있는 탕진잼은 그게 아니라 끽해야 몇 만 원 정도. 그런 소소한 액수를 써서 나 자신을 위로한다 이러한 건데 어느 광고기획사에서 탕진잼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세 가지로 분류했는데 가성비파, 득템파, 기분파, 이렇게 분류했는데 가성비파는 천원샵 같은 데 가서 생활용품 싼 거 많이 사들이는 걸 가성비파라고 하고, 득템파는 캐릭터 상품이라든가 내가 좋아하는 뭔가가 나왔을 때 해외 구매를 해서라도 그걸 사는 사람들, 득템파고. 기분파는 집에 가다가 그냥 인형뽑기방 같은 데 불쑥 들어가서 캐릭터 인형 뽑는 데 주머니 속의 돈을 다 탕진한다, 이런 사람들을 기분파라고 하는데 그 외에도 인터넷 쇼핑 같은 걸 하면서 이것저것 산다든지 디저트, 세일, 이런 상품 사들이는 사람들을 탕진잼을 즐기는 탕진재머다,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유나영

홧김에 소비를 하는 문화, 이런 소비 현상들이 나타나는 이유가 뭘까요?


하재근

요즘에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갑은 자기가 받은 스트레스를 을한테 화풀이를 할 수 있는데 을은 화풀이를 할 데가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결국 자기가 갖고 있는 얼마 안 되는 돈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풀게 되는, 을이 우리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풀만한 출구도 마땅히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과거부터 사람이 가장 스트레스를 대표적으로 풀 수 있는 행위 중의 하나가 쇼핑 같은 것을 하면서 소비하는, 이게 사람이 돈 쓰는 쾌감이 굉장히 있기 때문에 그걸 통해서 뭔가 위안을 받는 거고, 요즘 젊은 직장 다니는 사람들이 내가 지금 더러운 꼴 참고 직장 다니면서 이렇게 개고생을 해가지고 돈을 버는데 이것조차 못 쓰냐, 택시 한 번 못 타면 내가 너무 우울하고 서러운 것 아니냐, 그런 심리도 있는 거고 야근 같은 것 하면서 내가 이렇게 힘들게 일을 했으니까 나를 위한 선물로 택시를 한 번 타자, 그런 것도 있고. 이게 이렇게 작은 액수를 통해서라도 위안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 힘들어 하고 있다. 그래서 캐릭터, 그림을 붙인 소소한 상품들, 캐릭터 볼펜, 캐릭터 립스틱 이런 것의 매출이 굉장히 지금 빨리 올라가고 있고 그리고 사람들이 내가 돈을 모아서 뭐해? 돈 모아서 내가 나중에 집 살 건가? 어차피 집도 못 살 텐데, 이런 느낌이 있으니까 그냥 지금 나를 위해서 조금 쓰자, 욜로족 열풍이랑 조금 비슷한 그런 의미로 탕진잼이라든가 이런 단어도 쓰이고 있는 겁니다. 


유나영

저희가 앞서 순화해서 얘기하긴 했지만 소비문화가 비속어나 욕설을 섞어서 얘기하기도 하잖아요. 이렇게 소비를 하면서 욕설까지 섞는 그 이유, 자조하는 이유가 뭘까요?


하재근

이게 처음에 탕진잼이라고 하는 멀쩡한 단어가 있었는데, 굳이 방송에서 쓸 수 없는 욕설, 비속어 이런 단어로 대체가 된 것은 그만큼 젊은 사람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 말을 아주 거세게 해야만 자기들의 심정이 표현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니까 그만큼 우리 사회가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있다는 거고. 미국에는 욕설을 써가지고 XX머니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회사 때려칠 때 필요한 비용인데 돈이 굉장히 많이 드는 거죠, 회사 때려칠려면. 근데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그 정도 액수까지는 차마 상상을 하지 못하고 끽해야 몇 만 원 정도까지만 상상할 수 있는 궁핍한 상태다, 그리고 돈 몇 만 원 쓰는 걸 엄청난 돈을 쓰는 것처럼 탕진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돈 몇 푼에 벌벌 떨고 있다는 거죠. 그 소액의 돈을 쓰고 위안을 받아서 다시 직장에 가서 개고생을 하면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우리 젊은이들의 현실, 이 현실이 팍팍하기 때문에 결국 욕설까지 써가면서 소비를 통해서 위안을 받는 것 같습니다.


유나영

맞습니다. 일면 공감가고 이해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기약 없는 미래, 경기불황 속에서 어떤 소소한 소비를 통해서 욕구를 다소나마 해소해보겠다 이런 의미인 것 같은데, 홧김에 질러보는 구매목록이 더 큰 걱정거리로 돌아오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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