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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4.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가수와 함께 '노래'하는 관객 문화

문별님 작가 입력 2017.04.24. 21:06 수정 2017.04.25. 21:2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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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유나영 아나운서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얼마 전 세계적인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가 내한 공연을 펼쳤는데요. 이와 함께 화제가 된 것이 바로 우리나라 관객들의 독특한 관람 문화였습니다. 오늘은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함께 가수와 노래하는 관객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시죠. 

유나영 아나운서

사실 콘서트장에서 이렇게 많은 관람객들이 한목소리로 노래하는 모습, 외국 가수들에겐 익히 알려져 있는 문화이기도 하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우리나라 관객들의 관람 문화가 너무나 열정적이어서 외국 가수들이 굉장히 감동하고 간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나라 관객들이 여럿이서 다함께 노래를 같이 따라 부르는 그런 걸 보고 네티즌들은 ‘떼창’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떼창 문화에 해외 비욘세 같은 경우는 ‘한국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잊지 못할 것이다’, 이런 말도 하고 뮤즈는 ‘세상에서 가장 미친 듯이 열정적이다’, 오아시스는 ‘한국인들의 공연장에서의 반응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어느 유럽 도시를 가도 이런 반응은 나오기 힘들다’, 그리고 에미넴은 원래 되게 덤덤한 모습만 보여주는 사람인데 한국의 떼창에 감동한 나머지 관객들한테 하트 표시까지 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메탈리카의 경우에는 심지어 노래만 따라한 게 아니라 노래 중간에 기타 간주까지 따라해서 메탈리카가 깜짝 놀랐다는 이런 이야기도 지금 전해지고 있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네, 외국 뮤지션들이 인터뷰마다 감동했다는 얘기 저도 잘 본 것 같은데요. 그런데 한편에서는 이런 떼창 문화가 논란이 되기도 한다면서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네, 바로 방금 말씀하신, 아까 서두 부분에 말씀하신 콜드플레이, 그 공연장에서 이 공연이 우리나라 역대 팝스타 내한 공연 관객 동원 기록을 깼는데, 그전 기록이 마이클 잭슨 2회 7만 6천이었는데 이번에 2회 10만, 엄청난 인파를 동원한 그야말로 역사적인 공연이 지난 주말에 펼쳐졌는데 거기에서 사람들이 힘들게 표를 사가지고 공연장, 기껏 공연 보러 갔더니만 왜 옆에서 소리를 지르고 난리냐, 옆에서 떼창하는 바람에 내가 가수 목소리에 집중을 못 했다는 일부 관객의 불평 글이 올라오면서 이게 논란이 된 겁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표가 아무래도 좀 고가이다 보니까 일부 관람객들은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한 것 같은데요.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진 계기가 있을까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이게 이제 이른바 떼창 문화가 처음에는 자연발생적으로 이렇게 생겨난 건데, 어느 순간부터 해외스타들이 너무나 이것을 반응을 잘해주니까, 그리고 다른 나라랑 비교해서 한국이 최고다, 아시아 최고다, 유럽보다도 더 대단하다, 세계에서 제일 열정적이다, 이런 식으로 나라와 나라를 비교해서 한국이 대단하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우리나라 관객들의 국가적인 자부심이 이게 건드려지면서 애국주의적 열정이 막 나오는 겁니다. 그리고 또 막 네티즌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이야기가 미카는 우리나라 관객들한테 너무나 감동을 받아가지고 일본 가서 그대로 유도하려고 했는데 일본 관객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못하더라, 그리고 또 마룬파이브도 한국 공연과 일본 공연 영상을 비교하면서 우리가 이겼다, 마치 우리가 열정적이니까 국가 대항전에서 승리했다 이런 식으로까지 관객들의 어떤 애국주의적 사고방식이 여기에 들어가면서 너무 좀 과열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우리가 원래 좀 외국인들의 시선에 굉장히 민감한 측면이 있는데, 해외 팝스타들이 막 칭찬을 해주니까 더 잘 보이려고 그러고 뭔가 인정을 받으려고 하고 그래서 해외 팝스타 공연을 보러 가면서 일부 어떤 분들은 공연을 즐기러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이번에 한국인의 흥과 기상을 과시해야지라고 하는 전의를 불태우며 가는 것이 아니냐, 그러다 보니까 이 떼창 문화가 약간 좀 변질이 돼가지고 과시형 떼창, 내가 꼭 떼창을 해야 돼라고 하는 강박형 떼창, 애국주의적 도취에 빠지는 국뽕 떼창, 이런 식으로까지 커지다 보니까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흡사 국가대항전 경기에서 응원 문화와 비슷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앞으로 관객 문화가 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하고 발전해나가야 할까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물론 이런 떼창 문화가 애국주의 이런 것만 있는 것은 아니고 자연스러운 그런 측면도 물론 있는데, 우리나라 민족이 원래 흥이 많기로 유명하고 평소에 억눌려 있기 때문에 모처럼 또 가수 공연 한 번 보러 가서 열정적으로 폭발시키는 측면도 있고, 또 우리나라가 집단주의적 문화가 있어가지고 다 함께 하는 걸 좋아하니까 자연스럽게 생기는 측면도 분명히 있긴 한데. 


유나영 아나운서

긍정적인 면이 있잖아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이 안에 내가 작정하고 떼창을 해서 한 번 보여주겠다, 인정받겠다, 한국인의 열정을 과시하겠다, 이런 측면도 있다는 거죠. 이런 식으로 보여주기식, 과시적, 이런 관람 문화가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이것은, 이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나 자신도 힘들고 계속 열정적인 걸 보여줘야 되니까, 옆 사람한테도 민폐가 될 수도 있고, 가수도 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다 따라 부르면. 그렇기 때문에 자꾸 보여주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노래에 감동받고 노래를 즐기는, 이러한 관람 문화를, 더 이상 남의 시선 신경 쓰지 말고 그렇게 좀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맞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에 대한 애정과 관심 표현도 좋지만 때로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 보다 성숙한 관객 문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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