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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문대통령의 탈권위행보가 결실을 맺으려면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행보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비서실장 등 주요 인선에 대해 국민 앞에서 직접 설명했고, 비문계를 끌어안았다. 집무실을 본관에서 비서동으로 옮기는가 하면 비서들과 함께 커피를 들고 격의 없이 산책하는 모습도 크게 주목 받았다. ‘웨스트윙을 비롯한 미국 영상물이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접하고 우리 국민들이 크게 부러워했던 장면들을, 신임 대통령이 현실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상당히 먼 존재였는데, 문 대통령은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셀카를 찍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12일엔 청와대 기술직 직원들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기술직 직원들에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언론은 연일 문 대통령의 파격 행보라며 소식을 전했고, 국민들은 이제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졌다며 환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임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국민이 80% 수준까지 폭등했다. 

대통령이 보여주는 모습은 한 마디로 탈권위 행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그동안 수직적 위계가 강조되는 권위주의적 사회였고, 특히 지난 보수 정권 기간 동안 그런 권위주의적 문화가 더 강화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민주공화국 지도자라고 하기가 힘들 정도로 신비주의적인 행태까지 보였다. 거기에 대한 국민의 염증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탈권위 행보에 지지가 쏟아지는 것이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에게 계속해서 가해진 비난이 바로 패권주의라는 낙인이었다. 박근혜 세력과 문재인 세력이 패권주의라는 면에서 같다는 주장이 연일 제기됐다. 그런데 막상 정권을 잡은 문 대통령이 소통과 더불어 사정권력까지 스스로 제한하는 등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니까 호감이 더욱 증폭된다. 대통령 스스로 자기 자리를 낮추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소임은 겸손한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다. 대통령은 어쨌든 국정을 책임진 자리다.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과제는 권력을 약화시키거나 국민에게 착하게다가간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견고한 권력으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 때 정책적 성과가 더 잘 이루어질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과거식 독재 권력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구 권위주의 체제의 부작용이 확실히 심각했기 때문에 탈권위는 시대적 요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하게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개혁과제를 실행할 리더십 확립에 대해서도 유념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노무현 정부 때는 대통령이 동네북처럼 여겨지면서 나라가 혼란해지고 국민이 결국 염증을 느꼈었다.

어쨌든, 이런 우려와는 별개로 문 대통령에겐 찬사가 쏟아진다. 그런데 이게 대통령에 대한 찬사로 끝낼 일이 아니다. 권위주의적 리더십의 해체는 청와대의 과제 이전에, 우리 국가의 과제다. 우리의 사회문화를 바꿔야 하는 일이다. 우리 모두의 과제라는 뜻이다. 대통령은 탈권위와 강력한 권력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탈권위가 오히려 더 절실하게 요청된다. 

맬컴 글래드웰은 과거 한국 항공사의 추락 사고를 거론하면서, 부기장이 기장의 판단에 토를 달지 못하는 권위주의적 문화 때문에 사고를 막지 못했다고 했다. 휴대폰 발화 사태 때도 위에서 지시가 내리꽂히는 조직문화 때문에 위기감지를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사례는 한도끝도 없다. 우리의 전반적 문화이기 때문이다. 

과거 산업개발 돌격 시대엔 이런 수직적 문화가 유효했다. 지금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목 놓아 주창했던 문화융성, 안철수 후보가 애타게 외쳤던 4차 산업혁명, 모두 이 시대의 과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연하게 사고하는 자유로운 개인을 육성해야 한다. 그런 개인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문화, 우리의 DNA를 완전히 바꿔야만 그런 개인들이 숨을 쉰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수직적 구조에선 정부가 아무리 문화융성 예산, 벤처지원 예산을 책정해도 눈먼 돈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주는 탈권위 행보는 우리 사회 문화 혁신의 신호탄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 한 명의 돌출적 스타일이 아니라, 모든 기업과 조직의 일상적 DNA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톡톡 튀는 두뇌들이 윗사람 눈치 보지 않고 재능을 꽃 피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