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문화읽기> '수능 금지곡', 무엇이 있나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용경빈 아나운서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우리 수험생들,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수능을 대비한 마무리 학습을 하고 있을 텐데요. 

유나영 아나운서

그런데 공부를 할 때, 우리 학생들 사이에 절대 들어서는 안 될 이른바 '수능 금지곡'이 있다고 합니다. 어떤 곡들이 있을까요.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이야기해봅니다. 어서 오시죠. 

용경빈 아나운서

사실 인터넷에서 몇 년 전부터 회자가 됐던 얘기거든요. 수능 금지곡, 근데 요즘엔 또 곡이 좀 바뀌는 것 같아요. 어떤 곡들이 있을까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아무래도 신곡이 나오니까요. 최근에 한 매체에서 수능 금지곡 조사를 했는데, 1등이 상당히 오랫동안 장기 독재를 하는 샤이니의 ‘링딩동’, 링딩동 링딩동이 반복되는 노래입니다. 이게 1등이고 2위가 프로듀스 101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걸그룹이 불렀던 ‘pick me’, 이것도 픽미 픽미, 픽미가 계속 반복되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리고 3위가 이번에 얼마 전에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나야 나’라고 워너원이라는 팀이 불렀던 이 노래가 요즘 여학생들 사이에서 지금 난리가 났고. 그 외에도 레드벨벳의 ‘Dumb Dumb’, 김연자 씨의 ‘아모르 파티’, 비 씨의 ‘LA SONG’ 이런 노래들이 지금 수능 금지곡에 뽑혔습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사실 이 얘기 들었을 때 왜 그런지가 제일 궁금하긴 했거든요. 이렇게 계속 같은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는 현상을 가리켜서 ‘귀벌레 현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면서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네. 수능 금지곡이 된 이유가 이 노래를 들으면 계속해서 귀에서 뱅뱅뱅 돌면서 나도 모르게 계속 이 노래를 따라하는 바람에 공부에 집중이 안 된다, 이 노래를 아예 들으면 안 된다고 해서 수능 금지곡이라고 한 건데, 학생들이 그전부터, 저도 ‘pick me’ 노래를 들었을 때 계속 픽미 픽미 픽미가 뱅뱅뱅 돌아가지고 이것은 악마의 노래다,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현상을 보고 귀벌레 현상이다, 마치 귀 속에 벌레가 있는 것처럼 앵앵한다고 서양에서 이런 현상을 규정을 했고. 미국 신시내티대학교의 어떤 교수가 연구를 했는데 ‘모든 사람 중에 98% 정도가 살면서 한 번 이상은 귀벌레 현상을 경험한다’, 그리고 ‘90% 이상의 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이런 현상을 경험한다’고 하니까 이게 보편적인 현상인데. 특히 우리나라 학생들이 공부를 하려고 할 때 자꾸 노래가 떠오르니까 이게 문제가 되는 겁니다.

유나영 아나운서

그런데 굳이 장점을 꼽자면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듣긴 했어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그렇죠. 서양의 어떤 학자가 그렇게 주장을 했는데 인간의 뇌가 뭔가 긴장하는 일을 앞두고 그걸 풀기 위해서 자기도 모르게 익숙한 뭔가를 반복하는 버릇이 있다고 주장을 했는데, 제 생각에는 꼭 긴장만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제가 긴장을 안 했는데도 ‘픽미 픽미’ 뱅뱅 돌았기 때문에, 단순하고 반복적인 것에 사람이 빠져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맞습니다. 지금 얘기를 듣다 보니까 이런 경우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라 해외 사례들 얘기를 해주셨거든요.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일인 것 같은데,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노래들의 특징 좀 살펴볼까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네, 거기에 대해서도 학자들이 의견을 내놨는데, 첫째, 박자가 빠르다. 둘째, 멜로디 형식이 흔하다. 셋째, 불규칙적이고 특이한 음정 간격이 있다. 넷째,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된 노래다. 이런 식의 조건들이 있는데, 사람들은 그냥 특정 소리라든가 멜로디가 계속 반복된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고. 근데 이제 이것을 어떻게 없앨 것이냐, 이게 이제 관건인데. 영국의 더럼대 교수가 뭐라고 그랬냐면 귀벌레 현상을 없애기 위해서는 노래를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라. 특정 부분이 반복되니까 그걸 특정 부분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으면 해소될 수 있다. 그리고 반복적인 리듬이 있는 노래는 아예 피해라. 이런 식의 없애는 방법을 제시를 했는데, 제 생각에는 이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 같고, 없애야 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말아야 된다. 이것을 없애야 공부를 할 수 있어, 먼저 없애야 돼,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이게 한도 끝도 없고 사람이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으면 그때부터 없애야 될 게 많아집니다. 먼저 책상 위의 뭔가를 정리를 해야 될 것 같고 의자를 다시 맞춰야 될 것 같고 갑자기 1년 동안 한 번도 안 했던 방 청소를 해야 될 것 같고, 선결 조건이 굉장히 많아지는데, 이걸 미리 다 정리하고 그 다음에 공부해야지 하면 공부는 영원히 못하게 되는 것이고요. 그러니까 뭐가 자꾸 떠오르고 귀에 뱅뱅거리고 하더라도 그냥 공부해라, 그러니까 없애야 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말고 무대책이 상책이다. 그냥 공부해라. 이게 정답일 것 같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오히려 뭘 어떻게 해야 된다, 없애야 된다보다 편안하게 생각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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