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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삼성병원 박수진 특혜 의혹, 연예인이 봉인가

이른바 박수진 특혜 논란이 뜻밖에 장기화됐다. 박수진이 첫째 아이를 조산한 후 삼성서울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갖가지 특혜를 받았다는 폭로가 인터넷에 나와 불거진 사건이다. 인큐베이터를 새치기했고, 부모와 매니저 등이 남편 외엔 들어갈 수 없는 중환자실에 출입했으며, 면회 횟수도 규정보다 많았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박수진 측의 새치기 때문에 밀려난 다른 아이가 사망했다는 소문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박수진이 자필 사과문을 발표했다. 부모의 잦은 면회 이외의 소문은 모두 사실이 아니며, 판단력이 흐려져 잘못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처음 폭로한 사람에게 직접 연락해 사죄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박수진이 뒷돈을 썼거나 특혜를 요구하며 갑질을 했다면 당연히 비난 받아야 하겠지만, 병원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은 것뿐이라면 문제의 핵심은 병원에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표적은 박수진이었다.

 

어쨌든 박수진은 사과했고, 여기에 병원의 사과만 더해지면 상황은 마무리 됐을 것이다. 실제로 박수진 사과 이후 빠르게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병원 측의 입장이 이상하게 나왔다. 십분 사죄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하는 시점에, 사과가 아닌 해명이 나온 것이다. 게다가 해명의 내용도 이상했다. 이미 박수진이 부모의 면회를 인정했는데도 불구하고 병원 측은 특혜가 없었다며 애초에 폭로했던 어머니의 부모도 아이를 면회했다고 한 것이다

이것이 넷심에 불을 질렀다. 왜냐하면 처음 폭로했던 어머니의 아이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죽을 상황이 돼서 조부모가 간 것인데 어떻게 이걸 일반 면회에 갖다 대느냐며 여론이 폭발했다. 사과만 했으면 정리될 일을 삼성병원이 엄청나게 키워버렸다. 그후 폭로가 쏟아졌다.

 

그런데 여전히 박수진이 표적이었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버티기를 했다든지, 그 안에서 부당하게 모유수유를 했다든지 하는 폭로가 나오며 박수진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심지어 박수진의 절친인 김성은이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남편 이외엔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조리원 내부로 박수진이 들어갔다는 폭로도 나왔다.

 

공격의 방향이 잘못됐다. 삼성병원이 평소 연예인 또는 특권층에게 어떤 특혜를 제공했는지, 어떤 차별이 있었는지, 그 부분의 진실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쪽으로 에너지가 모아졌어야 했다. 하지만 박수진을 탈탈 터는 쪽으로 사태가 진행됐다

산후조리원 측은 박수진이 단지 면회만 온 것이 아니라, 본인의 향후 시설 이용을 위한 상담 및 내부 투어도 예약했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온 것이지 결코 면회 특혜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못 믿겠다며 박수진을 공격했다.

 

일부 매체에선 배용준에게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배용준은 단지 박수진의 남편일 뿐인데 왜 공격 대상이 된단 말인가? 박수진이나 배용준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는 근거가 나온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질타가 이어지는 것은 이상하다. 사태의 수혜자는 삼성서울병원이다. 박수진이 병원의 화살받이가 된 셈이다.

 

우리나라 병원이 환자를 차별대우한다는 의혹은 그전부터 있어왔다. 병원은 국민이 의료기관이라고 할 정도로 공공성이 큰 곳이기 때문에 환자 차별은 말이 안 된다. 이 사건은 연예인 공격이 아닌 그런 의료계의 고질적인 의혹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어야 했다.

 

연예인 특혜, 갑질도 물론 문제이긴 하다. 박수진이 일반인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도록 행동했다면 시정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근거에 비해선 공격이 과도하고, 사안 자체의 의미로 봐도 의료기관의 잘못된 관행이 더 중대한 문제다. 질타를 하더라도 좀 더 냉정하게 하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