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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비트코인 열풍, 광기의 끝은 언제일까

구두닦이 소년 신호라는 말이 있다.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프 케네디와 관련된 이야기다. 조지프 케네디는 월가 투자자였는데 미국에서 주식 열풍이 불던 어느 날 거리에서 구두를 닦았다. 그의 구두를 닦아주던 구두닦이 소년이 주식 얘기를 하며 투자에 관심을 보였다. 그 말을 들은 조지프 케네디는 보유 중이던 주식을 팔아치웠고, 얼마 후 닥친 대공황의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이 이야기 자체는 증권가에 대단히 널리 알려져 구두닦이 소년 신호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평소에 투자에 관심을 갖지 않던 일반인까지 투자에 달려들 정도면 그때가 상투라는 뜻이다.

가격은 보통 가치를 반영한다. 가치와 상관없이 가격이 독자적으로 폭등하는 것을 버블이라고 한다. 가격 폭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밀려드는 수요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있을 때 가격이 오른다. 가치를 반영할 때는 실물가치가 가격을 뒷받침하지만, 수요에 의해 오른 가격은 오직 수요에 의해서만 뒷받침된다. 수요가 사라지는 순간 순식간에 추락할 수 있는 것이다

총수요는 정해져있다.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인구를 넘어선 수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이 차례차례 시장에 뛰어들 때마다 가격은 오른다. 하지만 애초에 한계가 있는 게임이다. 뛰어들 수 있는 사람들이 다 뛰어들면 더 이상 받쳐줄 수요는 나타나지 않는다. 조지프 케네디는 구두닦이를 마지막 수요라고 생각했다. 구두닦이 소년이 쌈지돈을 모아 조지프 케네디 같은 선도 투자자에게 수익을 몰아주고, 본인 것은 사줄 사람이 없어 파산하는 구조다.

 

비트코인(Bitcoin·BTC) 열풍이 연일 화제다. 2009년 초,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익명의 프로그램 개발자가 만든 가상화폐다.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자유 화폐라는 의미를 담았다. 가치를 알 수 없었던 비트코인의 실질 가치가 드러난 것은 2010518일이었다. 미국 플로리다 주 잭슨빌에서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두 판을 배달시킨 사건이 벌어졌다. 5000 비트코인이 피자 한 판에 해당하는 가치였던 셈이다. 당시 해당 지역의 평균 피자 가격은 15달러 정도였다. 1만 비트코인, 즉 두 판이면 우리 돈으로 3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가격 등락이 워낙 심해 정확히 특정할 순 없지만 1만 비트코인은 현재 가치로 천억 원을 훌쩍 넘는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 폭등이다. 최근 1년 사이에만도 10배가 넘게 올랐다. 앞으로도 열 배 이상 상승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러다보니 광풍이 나타난다. 심지어 학생들까지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이러니까 당연히 구두닦이 소년의 신호가 떠오르게 된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그 무엇에 의해서도 뒷받침되지 않는다. 황금도, 국가도 아닌 오직 수요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가치다. 수요 유입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는 역사가 말해준다.

 

1990년대 말 미국의 닷컴 버블이 꺼지기 직전에 동네 구멍가게 알바생들까지 주식투자에 열을 올렸다. 미국의 유명 연예인인 킴 카다시안이 애플 주식을 언급하고 한 달 후부터 애플의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학생이나 금융에 관심이 없던 연예인까지 주의를 기울일 정도면 달려들 사람은 다 달려들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부터 증권사 객장에 장바구니를 들거나 아이를 업은 아주머니들이 나타나면 주가하락이 시작된다는 속설이 있어왔다.

 

네덜란드 튤립 버블부터 영국의 남해버블, 프랑스의 미시시피버블, 일본의 자산 버블, 미국의 부동산 버블, 한국의 코스닥 버블에 이르기까지 버블의 끝은 파멸이다. 뉴튼은 남해버블에 뛰어들었다가 피해를 본 후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측정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미시시피버블로 인한 프랑스의 재정위기는 프랑스 대혁명의 한 원인이 됐다. 일본 자산 버블은 20년 불황의 출발점이 됐다. 미국 부동산 버블은 2008년 금융위기를 낳았다. 이에 와서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 터무니없는 투자에 사람들이 열광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추락할 때까지는 아무도 추락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버블이다.

 

추락하기 전까지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뉴튼까지 빠져들었던 광기. 누군가는 분명히 돈을 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러나 대부분은 파멸적인 타격을 입고 끝나는 것이 버블이다. 그리고 그 끝은 모두가 그것에 대해 말을 하고, 모두가 그것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바로 그 시점이라고 역사는 말해준다. 비트코인 열풍이 걱정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