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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대종상의 사람차별


 

대종상의 사람차별


제45회 대종상 시상식이 있었다. 여기서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차별적 호칭문화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구는 '씨‘고 누구는 ’님‘이다.


이것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공로상 시상 때였다.


공로상은 한국 영화를 위해 일평생 헌신한 원로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이번 대종상 공로상은 시나리오 작가이며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이사장인 유동훈이 받았다. 사회자는 그를 ‘유동훈 씨’라고 불렀다.


반면에 신인감독상을 받은 ‘경축! 우리 사랑’의 감독은 ‘오점균 감독님’이라고 불렀다. 작가는 한평생 헌신한 원로여도 ‘씨’이고 감독은 신인이어도 ‘님’인가?


‘경축! 우리 사랑’은 시나리오상도 받았다. 수상자는 ‘박윤 씨’라고 불렸다. ‘님’이 아니었다. 작가니까.


영상기술상은 영구아트 심형래에게 돌아갔다. 사회자는 ‘심형래 씨에게 다시 한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심형래 씨 수상수감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심형래는 감독이지만 ‘씨’다. 도대체 ‘님’과 ‘씨’의 기준이 뭔가? 심형래가 아직 ‘번듯한’ 감독이 아니기 때문인가?


감독상 시상 때 사회자는 ‘나홍진 감독님께 다시 한번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신인감독상 때 사회자는 ’오점균 감독님 수상소감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이것은 사회적 지위, 재산을 기준으로도 갈린다.


인기상 시상자들은 ‘BMW코리아 김효준 대표이사, 연세대 교수이며 코리아닷컴 사장이신 김정주님’이라고 소개됐다. 다른 시상자들이 ‘씨’라고 소개된 것에 비추어 대조적이었다.


사회인인 인기상 시상자들은 수상자 발표를 하면서 ‘김윤석님, 한예슬님’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회자는 ‘김윤석 씨, 한예슬 씨’라고 했다. 배우는 ‘씨’인 것이다. 일반 사회인은 그런 차별을 두지 않고 ‘님’이라 했는데도 말이다.


배우출신인 신영균은 전 국회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씨’다. 대종상에서 배우출신은 ‘님’이 될 수 없는 것인가? 신분제의 냄새가 난다. 차별이다.


음악상은 ‘원일 씨’이고 음향기술상은 ‘이은주, 이승철 씨’였다. 스텝은 모두 ‘씨’다. 편집상은 수상자가 불참해 대리수상자가 소개됐는데 그 내용이 이랬다.


‘세븐데이즈의 신민경 씨는 개인사정으로 세븐데이즈팀의 임춘례 감독님께서 대리수상을 해주시겠습니다.’


대종상에게 감독님은 ‘씨’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심형래만 빼고. 그러나 무대에 올라온 영화현장과 밀접한 사람들은 그냥 ‘씨’라고 하지 않았다. 의상상 수상자를 사회자는 ‘정구호 씨’라고 불렀으나 대리수상자는 ‘선생님’이라고 했다. 공로상 때도 시상자는 ‘선생님’라고 수상자를 불렀다. 다른 부문에서도 기사, 이사 등의 직책을 붙여 불렀다. 주최측에게만 모두 ‘씨’였다.


주최측도 헷갈리는지 시상자로 ‘씨’와 ‘님’이 함께 나올 땐 누가 먼저냐에 따라 호칭이 달라졌다. 시상자로 심형래가 먼저 소개되자, 함께 나온 아산M스테이션 회장도 ‘씨‘로 불렸다. 코리아닷컴 부회장은 이전에 소개될 때는 ’님‘이었으나 남우주연상 시장자로 안성기와 함께 나와 안성기가 먼저 소개되자 연이어 ’씨‘로 불렸다.


그러나 ‘님’이 먼저 소개되면 ‘씨’가 아닌 ‘님’의 호칭을 회복한다. 여우주연상 시장자로 나온 두 명 중에 기업회장이 먼저 소개되자 ‘김영훈 회장과 김아중 씨’로 불렸다.


감독, 회장, 사장을 뺀 모든 사람들, 그리고 심형래는 ‘씨’로 단순화 되는 이상한 시상식이었다. 한국사회의 권위주의적 악습이 가장 창조적이어야 할 예술계 시상식에서마저도 판을 쳤던 것이다.


작가, 찰영감독, 음향감독 등 직종을 붙이든지, 일일이 적절한 호칭을 찾기 어려우면 모두 ‘씨’로 통일하든지, 아니면 아예 모두 ‘님’으로 통일하든지 해야 한다. 평생을 헌신한 분은 ‘씨’고 새파란 신인은 ‘님’이라고 불리는 광경은 너무나 ‘비문화적’이었다.


* 한 마디 추가 *


한 시상자는 ‘여러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 여러분이 반드시 읽어보셔야 될 책은 뭔지 다 아시죠? 바로 성경책입니다.’라고 했다. 자신이 무슨 종교를 믿건 자유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보는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는 건 폭력이다. 타종교 신자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특히 요즘엔 우리 대중문화영상물이 남아시아에서까지 소비되고 있는데 그곳엔 이슬람교 신자들이 있다.


시상자의 공식멘트는 사전에 주최측의 확인을 거칠 것이다. 이런 상식적인 수준의

문제는 미리 걸러져야 한다. 공화국에서는 모든 이의 종교적 신념이 존중받으므로 방송에서 특정종교가 국민의 의무처럼 표현 되는 건 일탈이다. 기독교방송 독점중계로 갈 생각이 아니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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