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드라마 상반기 최대 화제작은 tvN ‘도깨비였다. 2016년 말에 시작해 올 초까지 방영이 이어졌고, 거의 신드롬이라고 할 만한 반응이 나타났다. 아시아권의 한류 시장도 뒤흔들었다.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만 아니었다면 중국에서 대규모 매출을 올리며 더 큰 화제를 이어갔을 것이다. ‘도깨비의 주인공 공유는 한한령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지상파 입장에선 땅을 칠 일이지만 여기까진 위기감이 덜 할 수 있다. tvN이 드라마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새롭게 긴장할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화제작이 JTBC '힘쎈 여자 도봉순이었다. 드라마 시장에서 서서히 존재감을 키워가던 JTBC가 시간대까지 변경하며 승부수를 띄운 야심작 도봉순으로 홈런을 날렸다. JTBC는 지상파를 위협하는 종편으로 우뚝 서게 됐다.

 

그다음엔 OCN '터널이 나타났다. 타입슬립으로 현대에 온 80년대의 형사가 그때 못 잡은 연쇄살인범을 결국 잡아낸다는 이야기다. 처음엔 타입슬립 설정이 식상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무서운 몰입감으로 열성 팬덤까지 나타났다. 그 전까지 한국형 장르물의 최고봉이 tvN '시그널이라는 평이 있었는데, ‘터널은 그 이상이었다. 지상파 입장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tvN, JTBC에 이어 OCN이라는 경쟁자까지 대두됐다. 올 들어 보이스로 주목 받았던 OCN터널의 성공과 함께 일약 장르물의 명가자리에 오르게 됐다.

 

터널이 정점을 찍은 줄 알았는데 바로 이어 더 강한 작품이 나타났다. 바로 tvN ‘비밀의 숲이다. ‘터널엔 다양한 사건이 바로바로 해결되는 속도의 쾌감이 있었는데 반해 비밀의 숲은 하나의 사건을 깊게 파고드는 구성이었다. 회가 거듭되며 느리지만 깊고 무거운 울림이 생겨났다. 검찰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시국에 검찰의 분발을 촉구하는 사회적 의미까지 성취해낸 작품이었다. 가히 올해의 최고작이라 할 만한 드라마인데 지상파가 아닌 tvN에서 나왔다.

 

연이어 JTBC '품위 있는 그녀가 화제를 모았다. ’힘쎈 여자 도봉순백미경 작가의 연타석 홈런이었다. 재벌가 치정이라는 막장 소재였지만, 인물과 사건의 치밀한 묘사로 막장 이상의 품격을 이뤄냈다. 이런 상류층 막장 치정 명품극 분야에서 JTBC는 이미 밀회로 두각을 나타냈었는데 품위 있는 그녀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이 작품으로 김희선이 또다시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이렇게 케이블 채널, 종편 등이 약진하는 동안 지상파 드라마의 응전은 시원치 못했다. ‘신사임당등 한류 기대작들이 줄줄이 기대에 못 미친 것이 뼈아팠다. 그나마 올 상반기에 KBS2 '김과장이 의미 있는 성과를 얻어냈다. 그다지 기대작이 아니었지만 부패한 갑들에 대한 유쾌상쾌통쾌한 복수극에 지지가 쏟아졌다. KBS2, 마이웨이도 성공적인 청춘물로 기억할 만하다. 거론한 작품들보다 시청률이 잘 나온 지상파 드라마들도 있지만 작품성까지 고려했을 때 존재감이 떨어졌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지상파 드라마의 위상이 추락한 한 해였다. 드라마의 백가쟁명 현상은 내년에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드라마, 어떡하지?

 

Posted by 하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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