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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국경없는포차, 감동적인 사연 쏟아지지만 감동 없는 이유

 

올리브 국경없는 포차의 덴마크 편이 마무리 되고 있다. 이번엔 덴마크 사람들의 삶의 태도, 덴마크 사회의 특징 등이 소개됐다. 한 덴마크 부부는 대학원 다닐 때 학비가 무료였으며 나라로부터 월 백만 원 가량의 용돈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덴마크에선 살면서 돈 얘기 안 하고 삶 자체를 즐기는 데 집중한다고 했다. 다른 현지 커플은 내 인생이 어떻게 되도, 돈 많은 가족이 없어도, 국가가 내 최악의 상황을 막아줄 거라는 안정감이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며 덴마크에선 남과의 비교보다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게 된다고 했다.

 

지난 회 마지막엔 동성 부부와 여성들이 등장해 덴마크에선 소수자와 여성들도 모두 평등하게 자유를 누린다며 그런 사회를 싸워서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덴마크에선 누가 억만장자인지 모를 정도로 외적으로는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재산이나 지위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한 사회라며 그런 가치관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휘게라고 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정도 이야기가 나오면 뜨거운 반향이 나타난다. 최근 북유럽 복지사회에 대한 관심 커졌고, 그들의 삶의 태도라는 휘게에 대한 호기심도 크다. 우리가 각박해질수록 여유롭게 사는 북유럽을 선망하는 젊은이들이 늘어간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핀란드 청년들의 여유롭고 순수한 모습에 신드롬적 반응이 나타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국경없는 포차는 그런 트렌드를 정확히 저격하는 내용이었고 큰 호응이 예상됐다.

 

하지만 시청자의 반응은 싸늘하다. 충분히 감동적인데도 시청자들은 감동 받지 않았고, 심지어 프로그램을 비난하기까지 한다. 지금까지 해외로 떠나 그 나라의 특징을 알려주며 우리를 돌아보게 한 다른 예능에선 없었던 현상이다. 시청자들이 왜 유독 국경없는 포차에만 싸늘한 것일까?

 

과유불급이다. 너무 과한 게 문제다. 보통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다 가끔씩 특이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국경없는 포차에선 그런 것들이 매회 쏟아진다고 할 정도로 많이 등장했다. 제작진은 그렇게 엄청난 이야기들을 쏟아 부으면 성공할 거라고 여긴 듯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특이한 이야기들이 쏟아지자 의구심을 갖게 됐다. 이 내용들이 과연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일까?

파리 편에선 포차 손님이 노래를 부르며 낭만적인 정취를 느끼게 하는 모습이 여러 번 등장했다. 음식물을 먹는 손님에게 갑자기 노래를 권하고, 그 손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창력을 뽐내는 일이 과연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일까? 덴마크 편에선 노래를 부탁하자 손님이 그 전까지 안 보였던 기타를 연주하며 화답했고, 다음 예고편에도 노래하는 모습이 나온 상황이다. 이런 극적인 광경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사람들은 제작진의 설정 방송이라는 느낌을 받게 됐다. 한국에서 현지로 입양된 사람들처럼 감동적인 사연의 손님들과 박중훈, 안정환의 팬이라는 유럽인이 연이어 등장하는 것도 그렇다.

박중훈이 눈물 흘리는 모습까지 나왔지만 이런 이유로 시청자의 감동은 사라졌다. 극적인 장면이 너무 많아서 작위적 설정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그러자 감동도 관심도 식은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면 문제다. 극적인 부분을 덜어내야 자연스러운 느낌이 살아나면서 시청자의 감동도 살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