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2의 상황이 심각하다. 과거 불법영상 사건의 정준영을 조기 복귀시켰던 것에 비난이 쏟아지고, 차태현과 김준호까지 원정 내기골프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정준영은 무혐의 이후에 복귀시켰기 때문에 외견상으로는 크게 잘못한 것이 없다. 무혐의인데 제재를 가할 순 없고, 당시 고소했던 여성이 정준영을 두둔하는 탄원서까지 내면서 정준영에 대한 동정론이 일던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형식적으로는 정준영 복귀에 문제가 없다.

 

다만 의혹은 있다. 정준영은 아무 죄의식 없이 범죄 행각을 지인들에게 과시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불법촬영은 그저 자극적인 놀이였던 것 같다. 이른바 황금폰을 지코에게 넘겼다는 것만 봐도, 지코는 그 휴대폰에서 연락처만 봤다고 하는데, 어쨌든 범죄 증거인 휴대폰을 남이 보도록 했다는 것은 그만큼 정준영에게 경각심이 없었고 그로 인해 주위에 소문이 퍼졌을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과연 ‘12팀은 이런 소문을 듣지 못했을까? 그런 의혹 때문에 ‘12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나타났다.

 

그 와중에 차태현과 김준호의 원정 내기골프 의혹이 터졌다. 그들은 2016년에 동료들과 해외에서 골프 치지 않았고, 그저 국내에서 재미로 골프를 친 후 딴 돈을 돌려준 게 다라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이 각각 225만 원, 260만 원 정도를 땄었다고 한다. 단지 재미로 하는 내기이자 끝나면 돌려줄 돈인데 굳이 현금을 그렇게 많이 준비해서 게임을 해야 했는지 의아하다. 최초 보도한 매체가 상습적내기골프의 정황이 발견됐다고 한 부분도 더 들여다봐야 한다.

 

이들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해도 놀라운 건 이들의 무신경이다. 김준호는 2009년에 원정도박으로 자숙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도박 문제에 매우 조심했어야 하는데, 태연히 '12단체 대화방의 참여자가 거의 신고하면 쇠고랑이지이런 말까지 하면서 내기골프 얘기를 공공연히 한 것이다. 심지어 PD까지 해당 대화방에 참여했지만 이런 대화를 방조했다고 한다. 경각심이 심각하게 부족했다는 이야기다. 정준영과 이들 모두, 경각심이 무장해제된 상태에서 숨겨야 할 걸 드러냈다.

과거 신정환의 댕기열 도박사건 때 예능의 무신경이 문제가 됐다. ‘칩사마같은 말로 신정환의 도박 전력을 희화화하며 가벼운 개그 소재로 삼았었다. 그러다보니 도박에 대한 신정환의 경각심이 무뎌지고 결국 다시 도박에 손을 댔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준호의 도박 전력도 예능에서 종종 희화화됐다. 그것이 결국 도박에 대한 경각심을 해제시키고 김준호가 참여한 ‘12대화방에서 대놓고 내기골프 얘기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 아닐까.

조심해야 할 것을 조심하지 않는 현상은 예능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야동이야기도 희화화되면서 가볍게 등장한다. 야동 중에는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것도 있지만 국내에서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많다. 그래서 야동 얘기를 가볍게 하는 것이 불법영상에 대한 경각심을 해제시킬 우려가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또다른 정준영 사태, 또다른 ‘12사태가 터질 수 있는 것이다. 웃고 떠드는 것도 좋지만 가릴 건 엄격히 가려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