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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양준일, 30년 먼저 온 게 아니다

 

양준일이 당대 최고 이슈 인물들이 출연한다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탑골 공원현상 속에서 발견돼 처음엔 탑골 지디로 불렸지만, 이제 팬들은 탑골 지디가 아닌 양준일이라고 부른다. 굳이 지드래곤과 견주거나 지드래곤의 명성에 기댈 필요가 없는, 양준일만의 독자적인 존재감이 확립됐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뜨겁게 불던 양준일 바람은 JTBC '슈가맨3‘에 출연한 이후 신드롬으로 발전했다. 옛 가수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그 사람을 소환했지만 막상 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실망까진 아니더라도 얼굴 보고 근황 확인한 걸로 더 이상의 호기심은 생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양준일은 벌써 50대에 접어든 나이다. 팬들이 기억했던 그의 모습은 20대 시절이고, 지금은 미국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50대 일반인이기 때문에 20대 양준일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TV에 나타난 50대 양준일을 본 사람들이 더욱 열광하기 시작했다. 바로 팬미팅 일정이 잡혔고 CF 섭외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제 뉴스룸에 나왔으니 더욱 화제성이 커질 것이다. 

슈가맨에선 양준일에게 30년 먼저 온 사람이라고 했다. 90년대 초 사회분위기와 대중문화계 트렌드에선 받아들일 수 없었던, 요즘 대중문화계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양준일은 30년 먼저 온 게 아니라 아예 다른 종류의 사람이다. 양준일 같은 뮤지션은 그때뿐만 아니라 지금도 없다. 요즘 우리 가요계가 90년대 초에 비해 노출이나 염색 등이 비교적 자유로워졌고 춤도 더 격렬해지긴 했는데 이건 정도가 강해졌다는 의미다. 반면에 양준일은 범주 자체가 다르다.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분류상 새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양준일처럼 펑키한 리듬에 맞춰 자유분방하게 스웩을 펼쳐내는 뮤지션은 우리 가요계 주류 무대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므로 양준일의 무대는 그때나 지금이나 파격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양준일에게 더 열광하는 것이다. 신선한 콘텐츠니까. 

슈가맨을 통해 알게 된 그의 스토리에 안타까움의 정서도 생겼다. 파격적인 자유분방함과 영어 사용 등으로 한국에서 물의를 빚었고 출입국 관리소의 견제로 미국으로 쫓겨 가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2번째 활동을 준비했을 땐 국내 기획사들이 문제아 양준일을 받아주지 않아서 가명을 썼는데, 소속사의 불공정 행위 등으로 결국 재기에 실패했다고 했다. 영어학원을 운영하다 미국으로 가 지금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그달 번 돈으로 그달 월세를 내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받아주지 않아서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산 그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이제라도 그를 밀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국의 편협함이 그를 밀쳐냈기에, 미안함이란 부채의식도 생겼다. 양준일의 겸손한 언행이 더욱 그를 밀어줘야 한다는 당위성을 만들어냈다. 

이번 뉴스룸에서 양준일은 놀라운 발언을 했다. ‘대한민국이 날 받아줬다. 이에 내 과거가 더 이상 날 괴롭히지 않는 것 같다.’ 한국에서 고생하고 청춘을 날렸지만 그 원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자신을 받아주니까 고맙다며 과거의 괴로움이 사라졌다고 한다.

 

정말 사라진 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에서 그의 심성이 엿보인다. 겸손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란 느낌이다. 이러면 대중이 그를 더욱 뒷받침해주고 싶어지게 된다. 한국이 받아줬다고 고마워하기 때문에, 더욱 더 확실하게 받아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생긴다. 한국이 받아줬다는 이 말로 양준일 팬덤은 더 뜨거워질 것이다. 

편협한 사회 때문에 냉대 받다가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마침내 성공하는 스토리는 영화로도 나올 법한 감동적 서사다. 양준일은 그런 이야기가 현실에서 리얼로 실현된 사례다. 사람들의 감동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니 양준일 신드롬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이다. 이젠 더 이상 양준일이 한국에서 냉대나 사기, 이기적인 업자들에게 이용 등을 안 당하기만을 바란다.